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지기 Feb 28. 2024

새벽의 글쓰기

고요한 새벽.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시간. 04:00

소중하디 소중한 나만의 시간이다. 


나는 원래는 올빼미형 인간이었다.

학원 강사를 했었고 그때는 낮에 출근을 하고 자정쯤 퇴근을 했다. 동료 선생님들끼리 회식이라도 하는 날이면 새벽 5~6시쯤 귀가하는 삶을 살았었다. (완전 재밌었다.) 새벽의 고요함 따위는 알지도 못했고 퇴근길에 만나는 어린아이 같은 고라니들, 180도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던 올빼미, 동화 속에서나 볼법한 웃는 두꺼비, 비가 오면 줄기차게 울어대던 개구리들, 드라마 도깨비에서 나오는 도깨비와 저승사자처럼 멋지게 걸어오던 들개떼들이 내 새벽 퇴근길 메이트들 이였다.(절대 술에 취해서 이렇게 보이는 게 아니다. 술은 한잔도 하지 않았다.) 

  새벽 퇴근길에 야생동물들을 만난다는 건 내 뇌에 등산길에 마시는 금강산 계곡물 같은 청량함을 선사했다. 어쨌든 새벽은 나에게 하루의 끝이었다.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낮인지 밤인지 모를 시간들을 거쳐.

내 일이 굉장히 하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혀 있다가 새벽을 발견했다. 말 그대로 발견하게 되었다.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새벽이라는 아이를 몰랐던 것 같다. 하지만 새벽을 알게 되니 새벽과 나는 친구가 되었다. 비밀 친구.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눈다. 하루의 피곤함을 못 이겨 새벽을 만나지 못할 때는 하루종일 새벽을 그리워한다. 그러다가 글쓰기가 시작됐다. 첫째 아이의 방학과 함께. (방학은 아이가 했는데 왜 내가 피곤한 건지 모르겠다.) 그런데 글쓰기는 너무 어려웠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그리고 여전히 잘 쓰고 싶은데, 내게 주어진 시간은 새벽 시간뿐인데 글쓰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자 새벽을 등져버렸다. 글쓰기를 결심하고 못쓰는 날이 더 많았다. 루틴으로 잡혀있던 새벽의 시간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 새벽에는 좋아하는 독서만 해야 하나? 새벽을 잃고 싶지는 않았다. 


  아, 진짜 글쓰기 너무 싫은 날이다. 글은 왜 쓰겠다고 시작을 했는지 모르겠다. 이 고민하는 시간에 좋아하는 책을 읽었다면 정말 행복했을 텐데. 나는 왜 글을 쓰겠다고 노트북 앞에 앉아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을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그런데 이럴 때마다 내가 아이들에게 했던 말이 뒤따라 붙는다.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야 해~' 

생각하는 사람이 된다는 건 쉽지 않다. 나 조차도 우왕좌왕 헷갈릴 때가 많다. 그래서 글을 쓴다. 책을 읽고 생각을 할 수는 있지만 금방 잊어버리게 된다. 그래서 글을 써야 한다.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에 했던 독서, 일기 쓰기, 독서감상문, 백일장 같은 것들이 참 괜찮은 것들이었다.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었다. 그 당시에는 조금 귀찮았지만 그때 배웠기에, 어른이 되어서 이렇게 다시 시작을 하게 되었다. 좋은 부모가 되는 것도 쉽지 않다. 생각하는 부모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그래서 글쓰기는 반드시 해야 한다. 그리고 써 놓고 나면 뿌듯하기도 하다. 꾸준히 쓰다 보면 나도 더 괜찮은 사람이 되어있지 않을까? 표현력이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며 내일의 나를 기대하게 된다. (지금의 나도 괞찮지만 더 멋져지고 싶다.)


  고요한 시간에 시작하는 새벽의 글쓰기.

나와 마주하는 이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성장하는 행복한 시간으로 채우고 싶다.


한마디로 새벽 글쓰기 화이팅.



**이은경 작가님의 '오후의 글쓰기' 도서에 있는 글쓰기 과제를 연재합니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매거진의 이전글 당근이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