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오늘 하려던 일이 있었다. 미뤄뒀던 겨울옷 정리다. 매년 하면서도 어쩜 이렇게 한결같이 낯설고 싫은지 따뜻한 바람이 부는 게 반갑지 않을 정도다. 마음은 봄을 기다리며 예쁜 꽃을 한 아름 사와 집안을 정리하지만 오늘만큼은 아니다. 오늘만큼은 글을 쓰고 싶다. 책을 읽고 싶다.
매일매일 하는 독서의 세계는 정말 다양함의 세계이다. 주인공도 될 수 있고, 학생도 될 수 있고, 전문가도 될 수 있다. 요즘 나의 주된 역할은 학생이다. 학창 시절에는 학생의 신분이 그렇게 싫었는데, 지금은 내가 찾는 나의 위치이다. 배우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다. 독서의 몰입을 정말 좋아한다.
그렇다. 나는 오늘 옷정리를 해야 하는데 독서의 몰입을 찬양하며 핑계를 대고 있다. 사람이 살면서 이렇게 인간미가 넘쳐도 될 일인가 싶다. 방학이 끝나는 오늘. 개학이 시작되어 본격적으로 학교를 간 아이들. 정말 오랜만에 맞이한 나만의 시간. 나는 오늘 우아한 독서가가 돼 본다.
**이은경 작가님의 '오후의 글쓰기' 도서에 있는 글쓰기 과제를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