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첫째는 얼마 전부터 스케이트를 배우고 있다.
여름방학 특강으로 시작된 스케이트는 개인 강습으로 넘어오게 되었고 몇 개월째 꾸준히 배우고 있다. 스케이트는 얼음판, 즉 빙상장에서만 운동을 하지 않는다. 달리기도 해야 하고 지상훈련도 해야 한다. 코어부터 허벅지까지 여러 근육을 써야 한다. 어떻게 알게 됐냐고? 강습받는 첫째를 기다리기 지루해서 나도 대여화를 신고 들어가서 걸음마부터 시작했다. 들어간 지 5분도 안되어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등에서 땀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엄청난 운동이다.
'여기서 넘어지면 삼 남매를 볼 수 없겠다'는 생각에 엄청 조심히 탔지만 스케이트를 처음 타보는 나는 안 넘어질 수가 없었다. 여름 특강 기간은 열흘이었는데 나는 3일 만에 넘어져 고관절이 아파서 골골댔다. 첫째도 계속 넘어졌는데 아픈 곳은 없다고 했다. (역시 어릴 때 배워야 하나보다.)
어찌하다 보니 초등 고학년 지상 훈련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특훈(?) 중인 것 같았다. 지상훈련을 한 뒤 빙상장에 들어가 스케이트화를 신고 달린다. 그 모습을 보니 내 머릿속이 뻥 뚫리며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저거다! 저런 게 운동이지~!' 땀 흘리고 스피드를 내는 모습은 정말 매력적이었다.
대여화를 신고 걸음마를 하다가 고관절을 다친 내가. 아이도 셋이나 있는 내가 스케이트를 배워도 될까? 마음이 갈대 같은 우리 첫째는 언제 그만둘지 모르고 남편은 운동을 싫어하고 나이가 어린 둘째와 막내는 시작할 수도 없는 나이인데...라는 생각이 드니 쉽사리 시작할 수도 없었다. (물론 경제적인 이유도 한 몫한다.)
그래서 나만의 가족 취미 만들기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물론 비밀 프로젝트다.
첫째가 개인 강습을 받을 때 종종 둘째와 막내를 데리고 가서 구경을 했다. 역시나 둘째와 막내는 마음속에 스케이트를 하고 싶다는 욕구가 불 타오르기 시작했다. 타이밍을 맞춰서 강습 등록만 하면 된다. (불타는 욕구를 잃지 말아라... 제발...)
그래서 내가 요즘 매일 하는 일은 달리기다. 체력을 키우고 근력을 키우고 관절을 부드럽게 해서 부상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달리기를 한다. 스케이트를 배울 생각을 하며 달리니 힘이 안 날 수가 없다. 신난다.
아이들과 얘기를 해서 둘째가 강습을 시작하면 엄마인 '나'도 함께 강습을 받기로 했다. 앞으로 1년 뒤면 둘째도 강습을 받을 수 있다. 1년간 우리의 마음이 꾸준히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이은경 작가님의 '오후의 글쓰기' 도서에 있는 글쓰기 과제를 연재합니다.
**사진출처: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