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달달~한 냄새에 나도 모르게 침 한번 꿀꺽 삼킨다. 냄새의 끝엔 붕어빵과 어묵꼬치가 있다. (우린 땐 오뎅이라고 불렀지.) 달콤한 붕어빵도 맛있지만 나는 어묵꼬치를 좋아한다. 따끈한 국물, 짭쪼름한 간장을 살짝 더한 어묵꼬치는 침을 줄줄 흐르게 한다. 겨울철에는 특히 맛있고, 뜨거운 여름에도 가끔씩 먹는다.
어릴 적부터 좋아했고, 지금도 여전히 좋아하는 음식은 단연코 이 어묵이다. 특히나 길거리에서 파는 어묵은 지나치지 못하겠다. 얼마나 이 어묵을 좋아하냐면 식욕이 한창인 고등학생 때는 한 30개는 먹었던 것 같다. (사실 개수를 세보지는 않았다.) 옆에서 같이 먹던 친구도 놀랐고, 어묵집 사장님인 친구의 어머니는 걱정을 할 정도였다. 그날 용돈을 받은 나는 100원짜리 어묵부터 500원짜리 어묵이 있던 분식집에서 만원 어치를 먹고 나왔다. 순수히 어묵만으로. 여자로서는 다들 생각지 못한 위장일 것이다. 지금이야 먹방으로 대단한 위장을 가지신 분들이 많지만 고등학생 시절이었던 20년 전에는 나 같은 사람은 많지 않았다. 대놓고 많이 먹는 사람말이다. ‘이야~ 너랑 사귀는 남자는 좀 힘들겠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난 그 이후 내가 주로 밥값을 계산했다. ‘힘들긴 뭘 힘들어~내가 내면 되지’라고 생각하며.
뭐 밥값이야 그렇다 치고.
시간이 흘러 삼 남매의 엄마가 된 나는 여전히 이 어묵이 좋다. 나무막대에 이쁘게 끼워진 어묵을 이젠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즐긴다. 나는 임신과 출산으로 입맛이 변했다. 이젠 예전처럼 많이 먹지도 못하고, 비릿한 것도 못 먹게 돼서 생선도 못 먹게 됐고, 고기도 약간만 냄새가 나도 먹지를 못하게 됐다. 임신했을 때 세상의 모든 냄새가 나를 덮치는 것 같아서 외출은 하지도 못했고, 이웃집에서 나는 음식 냄새도 역해서 한 여름에도 모든 창문을 닫고 지냈었다. 사람보다 후각이 좋다는 개는 어떻게 살아갈지 안 해도 될 걱정을 하며 시간을 버텼었다.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먹지 못하는 음식이 생겨 버렸다. 너무 아쉽다. 하지만 어묵은 다행히 역한 냄새도 나지 않는다. 정~~~ 말 다행이다. 우리 집 어린이들은 어묵꼬치를 만들어 주면 1~2개를 먹는다. 아직 어리니 충분하다. 10 꼬치 정도를 끓여서 나머지 6 꼬치는 내가 먹는다. 맛있는 양념장도 만들면 신이 난다.
휴가가 별거냐. 여행이 별거냐 싶다.
포장마차 앞에 서서 추위를 피하며 호호 불어먹는 이 어묵꼬치가 나에게는 휴가나 다름없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 집 앞 포장마차가 없어졌었다. 그리고 최근엔 어묵 꼬치가 없는 푸트 트럭이 집 앞으로 온다. 너무 아쉽다. 내가 만들어먹는 어묵꼬치는 뭔가 부족하단 말이다.
**이은경 작가님의 '오후의 글쓰기' 도서에 있는 글쓰기 과제를 연재합니다.
(이번 오후의 글쓰기 주제는 휴가, 여행지에서의 ‘음식’에 대해서 쓰는 것이었지만, 그냥 좋아하는 음식으로 글쓰기 했습니다. 최근 10년간 외식이 거의 없었..... 네요... 이제 외식을 시작합니다! 글 쓰려고요. 막내도 컸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