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관절 수술의 함정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
아마추어 선수와 프로선수의 차이는 무엇인가?
선수의 기량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 숙련도, 나이, 연봉에서도 차이가 난다. 무엇보다도 진입 후 보이지 않은 '선'을 넘었는가 아니면 못 넘었는가에 있다. 스포츠뿐만 아니라 경합을 겨룰 수 있는 세상의 모든 것에는 넘을 수 없는, 넘기가 매우 힘든 장벽, '선'이 존재한다. 평범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장벽 앞에 포기하거나 머물고 만다.
그러나 그 선을 가볍게 넘는 이가 프로이다.
그들은 천재적인 그 무엇인가를 가지고 태어난다. 거에다가 무한반복의 끈기로 숙달한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운 좋게도 훌륭한 스승을 만나 추가적인 기술의 핵심, 즉 '반칙'의 기술을 가르쳐 타인이 따라올 수 없는 반열의 세계로 이끌어 주는 것이 프로의 세계이다.
고등학교 시절의 이야기이다. 비평준화 학교로 지방에서는 제법 명문교였다. 수학 시험 시간이었다.
일본에서 가져왔다는 수학문제였는데 두 줄 정도의 문제에 답지가 석장이 될 정도로 길고 난해한 문제였다.
서너 줄 답지를 채우고 난 뒤 어찌할 바를 모르며 당혹해하고 있는 나의 짧은 수학실력과 달리 내 옆의 친구는 쉼 없이 석장이나 되는 빈 공간에 빽빽하게 수학 문제를 풀어가고 있었다. 그의 천재성과 실력에 경외감과 함께 나는 수학의 벽을 아프게 느끼고 말았다.
20년 후 동창회 참석 중에 그때의 진실을 듣고 아연하고 말았다. 그 시절 고등학교 선생님의 과외 수업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었는데 아무도 몰래 그 수학선생은 친구의 집으로 찾아가 과외수업을 해주었고 물론 출제될 수학문제를 미리 가르쳐 주었다는 것이었다.
그 친구의 뒤에는 인생을 멋지게 살아온 프로 아버지가 있었기 때문에 친구는 무난하게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여 대기업에서 승승장구를 하고 있었다. 열심히 노력하는 자신만의 의지로 세상을 이겨나갈 수 없고 남이 눈치챌 수 없는 반칙의 기술을 전개하여야 할 사실을 온몸으로 채득한 프로 아버지가 있었던 것이다.
이 이야기는 축구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다.
우리나라가 아시아 축구에서는 1,2인자를 자부하던 시절, 유럽이나 남미의 국가를 만나기만 하면 코피가 날 정도로 참패를 당하기 일쑤였다. 이에 국가는 큰돈을 들여 유럽의 한 나라에서 축구 코치를 스카우트해왔다. 그로 인해 2002년 월드컵 축구에서 세계 4강 진입이라는 쾌거를 이루어 낸 사실을 우리나라 국민이면 다 아는 사실이다. 그는 우리나라 축구의 영웅으로 남아 있다.
그러면 그 축구 코치가 한 일은 무엇인가?
그의 인터뷰에서 간파할 수 있다.
"한국 축구는 너무 점잖고 얌전해요"
어느 잡지와 인터뷰한 내용이다. 바꾸어 말하면 내 노력만의 기술과 힘으로는 상대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적당히 상대선수를 넘어뜨리고 심판에게 들키지 않을 정도의 반칙을 구사하여 볼을 뺏어내는 기술을 전수하고 연마하여 준 것이다. 현대 축구의 흐름을 보면 잦은 선수의 반칙과 쓸데없는 엄살로 눈살이 찡그려진다. 오죽하면 스크린 판정을 도입했을까?
무한경쟁의 자본주의 의료환경에 놓인 병원들도 이 프로정신에 예외가 아니다. 최신 치료법이라는 환상 속에 줄기세포 관절 수술도 여기에 해당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제대혈이나 골수 속에 있는 미분화 세포를 주사하거나 실험실에서 배양하여 손상된 관절에 이식하여 주는 시술이다. 미분화 세포는 장소에 따라 필요한 조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특징을 이용하여 퇴행성으로 마모된 관절에 이식해 줌으로써 인공관절 수술 시기를 늦추고 연골을 회복시킨다는 기막힌 방법이다. 미국에서는 스템 셀 1회 주사에 4000불, 관절 이식은 5000불에서 50000불의 치료비가 들 정도로 병원 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강남 등의 부유층 지역 중심으로 활발하게 시술되고 있다.
한국 축구를 한 단계 도약시켜 준 그 유럽의 축구감독도 강남의 정형외과 전문 병원에서 두 번이나 수술을 받아 화제가 되고 한국의 의료 기술을 세계만방에 자랑스럽게 알려 주었다.
한 번 뒤집어 생각해보자.
그 축구 코치가 본인의 호주머니 돈을 내고 수술하였겠나? 자동으로 병원 홍보를 해주는 그 유명인에게 차라리 비행기 값과 호텔비를 대납해 주면서 모셔와서 수술해 주어도 병원은 남는 장사일 것이다. 그 감독은 꿩 먹고 알 먹고 정말 알차게 먹튀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본인의 정상 관절 연골도 닳아 없어지는 마당에 수천 만원을 들여 이식한 연골이 북한산 한번 오르고 나면 닳아 없어진다면 누가 이 수술을 선뜻 받아들이겠는가?
플라세보 효과라는 말이 있다.
생리 식염수만 주사해도 비싼 값을 지불하거나 신뢰가 깊고 매우 유명한 전문의에게 치료를 받은 것이라면 실제로도 효과가 있는 현상을 말한다. 의학은 인체의 몸만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마음도 어루만지는 학문이기에 가능한 현상이다.
시술을 받고 깁스나 보조기를 차고 두어 달 목발을 집고 다녀야 한다. 그것만 해도 웬만한 관절통은 사라지고 휴식이 통증을 치료한 것인지 수술이 치료한 것인지 애매하게 된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통증이 오면 수술 후 후속 치료에 환자가 잘 따라 주지 않았다고 하면서 환자 탓을 한다.
오히려 목발을 짚고 회복하는 동안 다른 운동을 못하여 내장 기능의 건강을 잃을 수도 있는 것이다.
신체의 노화는 너무나도 자연적이면서 정상이다. 우리는 노화와 죽음을 삶만큼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퇴행성 관절염이 오면 받아들이고 있는 연골을 다 써먹고 인공관절 수술을 받도록 하자. 이것은 전부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불안해하는 환자의 심리를 이용하여 의사의 배를 불리려 하는 의료 상술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