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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형목수 Aug 22. 2022

골프 내기 게임 《 고 스톱 게임 》

골프와 고 스톱의 절묘한 만남


골프와 고 스톱의 절묘한 만남.


이 수준 낮은 게임도 내가 직접 고안하였다. 정말이다. 그래서 듣지도 보지도 못한 별종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또, 실패한 게임이다. 게임 방식이 조금 복잡하여 골프에 신경을 집중해야 하는 선수에게 너무 많은 생각을 강요한 모양이다.


국민 화투 놀이인 고 스톱을 칠 수 있기만 하면 그렇게 룰이 복잡하지 않다. 3점이라는 점수 이상을 내면 상대에게 돈을 받는 것처럼 골프로 점수를 내어 돈을 주고받는 게임이다.


가끔 골프가 시큰둥하고 지루함이 느껴질 때 한 번쯤 시도해 보는 것도 좋다.


스트레스 강도 : ●●●

난이도 : ●●●●

몰입도 : ●●●



고상한 스포츠라 알고 있는 골프에서 쓰는 숨어있는 말들은 한결같이 비속어나 성적으로 은유적인 단어들이 많다. 홀 속으로 공을 집어넣는 것부터 쓸데없는 상상을 하는 이가 있고 주로 건장한 사내들의 게임이다 보니 진한 농담이 오고 가면서 유난히 성적인 농담이 많을지도 모른다.


19홀이라는 것도 라운드 후 술 한잔에 밥 한 끼 먹는 것일 수도 있고, 골프 중 아쉬웠던 홀을 어딘가에서 마지막으로 플레이하는 것을 은유한다. 골프에 관련된 유머를 찾아보면 고상함보다는 저급한 농담이 많은 것 같기도 하다. 위선과 형식을 내려놓고 인간 본연의 자세로 마음껏 놀아보자.


규칙은 조금 복잡하다. 고 스톱에서 처럼 3점 이상 나면 나머지 사람에게서 점수만큼 돈을 받는다.


먼저 파 4 기준으로 설명하겠다.


티샷이 페어웨이에 안착하면 1점이다. 페어웨이 안착률이 높은 선수가 프로게임에서도 매우 유리하다. 그리고 세컨드 샷이 그린에 떨어지면 1점 추가된다. 그린 레귤레이션은 골프의 꽃이라 할만하다. 마지막으로 2 퍼트에 홀 아웃을 하면 1점 추가로 3점이 완성된다. 퍼딩의 정교함이야 말로 모든 골퍼들의 열망이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파 4에서는 기본 점수가 3점, 파 5는 4점, 파 3은 2점이다. 파 5는 세컨드 샷이 또 페어웨이에 떨어져야 1점 추가로 4점 이상이 되어야 돈을 받을 수 있다. 역시 파3는 티샷 자체가 그린에 안착하고 2 퍼트에 파를 잡아야 2점을 나머지 3명으로부터 돈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보너스 점수들이 있다.


1 퍼트에 홀 속으로 볼을 집어넣으면 2점 추가이다. 세컨드 샷이 그린에서 벗어났더라도 칩샷으로 홀에 붙인 다음 1 퍼트로 마무리하여 파를 잡으면 그래도 3점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한 번이라도 벙커에 볼이 빠졌다가 리커버리 샷으로 파를 잡게 되면 '홍단'으로 기존 점수에다 3점의 보너스가 주어진다. 마찬가지로 칩샷이나 어프로치 샷이기 홀에 쑥 빨려 들어가면 '청단'으로 3점 추가이다. '초단'은 그린 근처에서 친 볼이 깃대를 맞고 파 세이브하면 또 3점 보너스가 주어 진다.


미스샷으로 볼이 해저드나 오비가 나고도 최고의 샷으로 파를 만들면 '고돌이' 로서 5점이 주어지고 홀인 원이나 이글을 하게 되면 '5광', 10점이 주어지는데 매우 확률이 희박하다.


그리고 버디를 하게 되면 선취한 점수의 2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받는다.


예를 들어 파 4에서 드라이버 샷이 페어웨이에 떨어지면 1점, 세컨드 샷이 그린에 오르면 1점, 1 퍼트이면 2점,  도합 4점인데 버디이므로 상대방으로부터 8점에 해당하는 금액, 8만 원을 각각 받을 수 있다. 물론 상대방도 점수가 3점 이상이면 차감하고 받으면 된다.


파 5에서 세컨드 샷이 그린에 올려지면 자동 2점이며 이글을 한다면 4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므로 초대형사고이므로 그날은 파티하는 날이 된다.


하지만 끝이 아니다.


페널티가 있다. 다음과 같은 조항에 하나라도 해당되면 '피박'으로서 점수에 해당하는 금액의 2배를 승자에게 지불하여야 한다.


오비나 헤져드에 빠진 경우 

트리플 보기나 더블파를 범한 경우 

3 퍼트를 한 경우


다만 2개 이상의 페널티가 있어도 1개 만의 계산하므로 버디에 페널티이면 최대 4배까지 돈을 주어야 한다.


하지만 그 홀에서 점수가 난 선수가 없는 경우는 '나가리'로서 아무리 스코어가 나쁘더라도 무사하게 다음 홀로 갈 수 있다.


고 스톱에서도 그러하듯이 상대방이 피박으로 자진 신고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모르고 넘어가듯이 여기서도 상대방의 점수에서 피박을 찾아내지 못하면 2배를 주지 않아도 된다.


이 게임은 핸디를 주기가 애매하기 때문에 골프를 꽤 잘하는 핸디 80대 초중반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적당하다. 그리고 혼자서도 가능한 게임이므로 정교한 샷을 연습하기 위해 재미 삼아 점수를 매겨 보는 것도 좋다.


실제로 4인 플레이에서 점수 내기를 해 보면 모두 실패하는 '나가리'가 50퍼센트를 차지한다. 그만큼 골프가 어렵고 많은 연습과 긴 세월이 필요한 것이다.


골프 플레이에 온 신경을 쏟아부어도 어려운 상황에 고 스톱 게임은 제안하면 많은 사람들이 중도 포기를 하였다. 복잡한 것을 싫어하고 간단 규칙에 쉽게 흥미를 붙이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게임 규칙을 물어 오는 이가 있었는데 이 게임이 나름 의미가 있고 해 볼 만한 게임이라는 반증인 것이다.


이 게임을 자주 하다 보면 벙커에 볼이 빠졌을 때 실망감보다 새로운 희망이 생긴다. 실력이 늘 수록 벙커 탈출 기술이 향상되고 핀에 붙여 파를 잡을 능력이 되면 '홍단' 3점의 보너스가 기다리고 있으므로 벙커의 두려움을 없애는데 좋은 면이 있다.


그리고 그린 밖에서 퍼팅을 해도 1 퍼트로 계산해야 하므로 3 퍼트를 피하려면 칩샷이나 다른 클럽을 써야 하므로 또 다른 옵션을 연습하기에 좋다.


이 게임은 비교적 평화롭다. 내 볼이 오비가 났다 하더라도 나머지 3명이 점수가 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에 반드시 돈을 잃는다는 낙망을 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한번 점수가 나면 3명으로부터 돈을 받기 때문에 목돈을 벌 수가 있다. 프로 선수가 아닌 이상 실제로 18홀 내내 20점 이상 나기 힘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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