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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형목수 Aug 21. 2022

골프 내기 게임 《좌탄 우탄》

그냥 한 번 해보는 재미없는 게임


가끔 한 번씩 해보는 재미없는 게임.


골프는 공을 똑바로 길게 보내기만 하면 이길 수 있는 게임이다. 그 목표를 위해 티잉 그라운드에 서면 불안감이 앞서고 아니나 다를까 공은 보란 듯이 포물선을 그리며 휘어지고 만다.


그날따라 좌측으로 휘어지면 '좌파', 우측이면 '우파'로 정치적인 색깔까지도 골프공이 지정해 준다.


인류가 창안한 명품 중에 하나인 민주주의에서 진보를 지향하는 좌파와 보수의 가치를 지켜가는 우파가 대립하고 견제한다. 여기서 유래된 지는 모르지만 골프에서도 좌파와 우파가 싸운다.


스트레스 강도 : ●●


난이도 : ●


몰입도 : ●●


게임 방식은 매우 간단하다. 먼저 티샷을 하게 되면 페어웨이 중앙을 중심으로 좌측 2명, 우측 2명으로 나누어진다. 파 3에서도 항상 좌, 우 2명씩으로 나뉜다. 1렬로 공 두 개가 나란히 딱 붙어있지 않고서야 반드시 2 대 2로 팀이 나뉘는 것이다.


팀이 결정되면 서로 열과 성의를 다해 플레이를 한다. 그 결과에 따라 이긴 팀이 진 팀으로부터 정해진 상금을 받으면 한 홀이 마무리된다.


다음 홀에서도 마찬가지, 티샷 후에 좌, 우 2 대 2로 팀을 나누어 홀 매치를 이어가면 된다.


여기서 재미의 포인트는 먼저 치는 선수를 보고 자기의 공을 좌측, 또는 우측으로 보내고자 애를 쓰는 과정에서 나오는 해프닝이다. 전 홀에서 가장 잘 친 선수가 다음 홀에서 선두에 서기 때문에 그 선수가 고수라면 그쪽으로 공을 따라가고 싶어 한다. 그러나 골프가 마음먹은 대로 된다면야...


우측으로 보낸다는 것이 슬라이스가 나 숲으로 가기 일쑤고 좌측으로 보낸다는 것이 훅이 나면서 연못에 풍덩. 포복절도하면서 한 홀, 한, 홀 지나다 보면 친구가 되었다가 적이 되었다가 18홀이 끝이 난다.


많은 사람들과 골프를 하다 보면 주로 이런 탄식을 자주 한다.


" 오늘 왜 이러지 "

" 오늘 참 이상하네 "

" 오늘은 날이 아니네 "


어제까지는 잘했는데 오늘만 실력 발휘를 못한다는 것이다. 잘 친 샷도 내 실력, 못 친 샷도 내 실력이란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잘 맞은 공만이 나의 진짜 실력이고 실수한 공은 운이 나빠서거나 남 탓이다.


세상의 모든 골퍼들은 두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자신의 실력보다 잘 친다고 착각하는 그룹과 자신의 실력보다 못 친다고 자책하는 그룹이다. 자신의 실력을 냉철하게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을 본 기억이 없다.


'이게 아닌데'라고 하면서 심각하게 자신을 학대하는 나르시시스트적 골퍼를 대하기도 피곤하고 멋진 버디를 하고도 운이라고 우기는 과도한 겸손도 우리를 피곤하게 한다.


도대체 왜 우리들은 우리들 자신을 모르는 것일까? 소크라테스 형님께 정말 물어보아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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