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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형목수 Sep 22. 2022

아가야!

아기와 가족동반 자살한 아비

 

            아가야!



미안하다

아가야!

너를 태어나게 한 것이

미안하다

아가야!


네 아비를 태어나게  것도

미안하다

아가야!


그날

아비를 따라 모텔에

천진하게  따라 가게 한 것도

미안하고

목을 조르는 네 아비를

멈추게 하지 못한 것도

미안하다

아가야!


피 끓듯 사무치는

삶의 고통을 주는

어미를 내버려 둔 것도

미안하다

아가야!


이 세상

미안하다

아가야!




참혹하다. 기억의 공간에 떠도는 어떠한 단어도 이 마음을 표현할 수도, 기록할 수도 없다. 날카로운 슬픔이 몰려온다.


5살, 아들의 손을 잡고 모텔에 들어선 젊은 가장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생활고와 채무 압박에 시달리던 남자의 삶은 비에 젖은 신문지처럼 사방으로 흩어지고 아내의 배신은 삶의 탈출구를 막아버렸다.


아들은 집을 떠나 아빠의 손을 잡고 마법의 성체와도 같은 모텔을 신명 나게 뛰어들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동심은 아빠와 함께하는 그날이 마냥 즐거웠다. 삶과 죽음조차도 깨우치기 전, 생사고락의 언덕을 만나보기도 전에 악마의 손에 이끌린 한 인간의 더러운 범죄로 아이는 희생되었다.


인간의 악은 어디에서 나와 어디로 흐르는가?


생활고와 부부 불화를 비관한 가장이 모텔에서 아이와 함께 동반 자살한 사건을 보고 분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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