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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형목수 Sep 19. 2022

인삼 우유 사건

우유병에 든 농약을 잘못 마시고 죽은 노부부 사건


    인삼 우유 사건



소금에 베인 상처처럼 아프다

 불쌍한 영혼이


늙은 남정네를 따라

구천의 벼랑길로

스스로 

맑은 영혼이


인삼 우유통에 담긴

무지의 농약을 마시떠난

남정네를 따라

낙화암을 뛰어

내렸네


스스로 죄를 짊어지고

번민으로

살을 베다가

한날한시에

죽기로 한 약속을

지키고 만

영혼이여




어느 시골 마을에 노부부가 한날한시에 죽었다. 우유통에 보관했던 농약을 잘못 마시고 할아버지가 쓰러지자 할머니도 절벽에 뛰어내려 같은 날 죽었다.


진실이야 어찌 되었건 평소에 부부가 같은 날 죽자고 하였다고 한다. 죽음이 그리도 가소로운가? 담뱃갑을 열고 닫는 듯 그리도 쉽게 드나들 수 있는 죽음의 문턱인가?


이별과 만남의 윤회 속에서 오늘도 수많은 이들이 죽고 태어난다. 가족, 혈연, 지연, 친구들의 굴레 속에 살아가다 이별이 오고 죽음도 찾아온다. 모든 이별에는 그리움이 따라오는 것이지마는 세월을 따라 살다 보면 망각의 치유로 잊혀 가는 법이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약속의 무게로, 이별에 대한 그리움의 무게로, 같이 살아온 정의 무게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여인의 용기가 대단하다.


한날한시에 죽어 영혼이 서로 같이 만나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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