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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형목수 Sep 15. 2022

노랑가오리

노랑가오리에 쏘이다


            노랑가오리



바람이 불고 파도가 높던 어느 날

조개를 따라 물결 부서진 언덕을 넘다가

순간,

발목을 휘감고 뺨을 때리듯

발등을 세차게 쏘고는

줄행랑을 치던 그놈은

틀림없이 노랑가오리였을게다


 넓은 태평양 바닷가에

운없이 만난 이놈은

지 살기 위해

꼬리에 숨긴 창을

수캐의 성난 성기처럼

빛나게 들어 올려

피부를 찢고

본능의 독을 남기었을게다


정체모를 그놈이 남기고 간 이빨 자국에서

피가 흐른다


느린 속도로 그놈의 증오는

발가락을 지나

발목을 지나

정강이를 지나

허벅지를 지나

심장을 노린다


고통이 밀려온다

차가운 고통이 밀려온다

살을 에이는 고통이 밀려온다

죽음의 공포가 밀려온다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면

성난 가오리의 독기는 사라지고

증오의 대결이 한순간에 사라진다


오리와 나는 겨우 평화를 이루었다



태평양에 몸을 맞대고 있는 어느 해변에 조개를 캐다가 노랑가오리에 쏘였다. 따끔한 정도의 아픔으로 끝나는 줄 알았는데 점점 다리가 아파오고 마비가 왔다.


살을 에이는 아픔이 이런 것이었구나!


호주의 동물보호 유명인이 노랑가오리의 독침에 쏘여 죽었다지. 독이 심장을 통과하면 죽을만한 고통이 밀려왔다.


수상 안전원의 조언에 따라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니 한순간에 통증이 사라지니 신기하다. 네댓 시간이 지나야 풀리는 가오리 독의 독성이 적지 않았다.


잘못하면 죽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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