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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형목수 Sep 14. 2022

곰배령

강원도 곰배령 여행을 마치고


                   곰배령


웃긴 일이다

며느리 밥풀꽃은 산그늘 아래

안개를 먹고 해를 기다리며

한시름 놓고 있는데

사람들은 서로 경계를 그어 놓고

쑥덕거린다

      

 이것도 웃기는 일이다

노루귀는 천년도 넘게

그곳에서 피어나고 있는데

곰의 배를 닮았다고 하면서       

가는쑥부쟁이의 소유를 놓고        

치열하게 싸움을 건다


더 웃기는 일은

금강초롱이 바위 귀퉁이에

졸고 있는 것이

지네들이 심어 놓은 것도 아닌데

금을 그어 놓고 지랄들을 한다

                                                            

사람들이 찾지 않으면

그만일 것을


강원도 인제군 점봉산 등허리에 곰배령이 있다. 장바구니를 이고 멘 할머니들이 드러누워 있는 곰의 배를 타고 오르내리던 고개이다. 지천에 뿌리를 내린 산약초, 야생화들이 세월의 시름을 달래주었다.


연과 인간 사이에 억 겹의 인연이 이어지고 있다.

자연은 말이 없는데 사람들은 말을 만들어 낸다.

자연은 냉정한데 사람들은 저마다의 마음을 지어 낸다.

자연은 홀로 있는데 금을 그어 경계를 짓는다.


인간의 욕심으로 자연을 망가뜨리는 것도 우습고 갖은 금지를 만들어 인간 스스로 옥죄는 것도 우습다. 자연의 일부인 우리는 왜 자연스럽지 않은가?


인위적인 모든 것이 허망하고 가소롭다.


금강초롱, 바람 꽃, 얼러리 꽃, 노루오줌, 물봉선, 쑥부쟁이...


이름도 귀한 야생화들이 오늘도 피워 오르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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