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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형목수 Mar 09. 2023

수치

고개 들어 하늘도 보지 못하는 부끄러움


   수치


돌팔매를 맞아도

암컷의 몸을

버리지 못하는

저 개처럼

부끄럽다.


자위를 끝낸

새벽

담요의 얼룩처럼

부끄럽다.


문구멍 통해

훔쳐보던

건넌방 처자의

젖무덤에

눈이 멀도록

부끄럽다.


실잠에서 깬

미명에

보름달처럼

올라가는

늙은 여자의 허연 궁둥이가

숨 쉬지 못하도록

부끄럽다.




부끄러워하는 것은 사람과 동물의 경계를 나누는 요소 중의 하나이다. 500년 조선, 백성들의 생각을 지배하였던 성리학 속에서도 그 단서를 쉽게 찾아낼 수 있다.


'희노애구애오욕'


사단칠정 중의 칠정에 해당하는 '구'이다.  인간이라면 자연적으로 솟아나는 감정들을 7가지로 설명하는데 그중에 하나가 바로 부끄러움이다. 사실 '구'는 두려움의 뜻이지만 그 속에 부끄러움이 포함되는 감정이다.  이 '부끄러운' 감정이 생겨나지 않으면 인간이 아니라고 부끄럽게 단정하고 싶다.


지나가는 여성에게 본인의 성기를 내어놓고 희열을 느꼈던 어느 검사장.


모세의 10 계명 중, 간음하지 말라고 엄금하며 정작 본인은 아름다운 여인을 골라 하나님의 몸을 빌어 강간을 일삼던 사이비 교주.


천박한 지식과 논리 없는 미신적 사고로 헛소리를 지껄이는 사이비 도사와 그에 세뇌되어 맹신하는 무리들이 권력을 휘두르는 정치인들.


인간 같지 않은 인간들의 밀림에서 인간 같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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