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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형목수 Aug 05. 2023

바이크

바이크로 넘는 극한


        바이크


아득한 아스팔트

휘어진 언덕너머에

종점은 더욱 멀어지고

몸이 부셔져라

뜨거운 숨

토해내던 근육들은 

분해되어 

흩어진다

정말 힘드네

학, 학, 학!


굴곡하는 차선을 따라

휘청이는 균형을 잡으며

수만 번 휠을 굴려도

답을 찾을 수 없는

갈증은

후회로 밀려온다

무엇을 위하여

학, 학, 학!


두 개의 바퀴는

우주의 은하가 되어

무한 반복으로

돌고 도는데

고갈된 도파민은

파도 파도

말라버렸다

물을 다오

학, 학, 학!


고통이 마르면

몸은 가벼워지고

해탈의 열락으로

힘이 쏫는다

바로 이거야

학, 학, 학!


함께 모인 고독들이

흩어지고

모이다가

묵묵히 저어 나간다

해가 저문다

학, 학, 학!




극한의 고통을 향하여 도전하는 인간의 마음속에는 매조키즘의 요소를 공통으로 가지고 있다.

반복되는 고통이 인체의 감각에 고스란히 전달되면 초기에는 고통에서 해방되고자 하는 회피의 신호를 보내다가 그 고통이 멈추지 않고 지속되면 오히려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종국에는 희열을 일으키며 마약과 같은 엑스터시를 경험하고 그 성취감에 묘한 행복감을 느끼는 수가 있다.

이를 두고 '러닝 하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왜 그럴까?

이는 생존을 위한 진화적 결과물로 인하여 잘 설계된 뇌 호르몬의 작동으로 보고 있다.

인체는 외부의 자극과 고통을 마주하게 되면 처음에는 스트레스 호르몬, 즉 노르 에피네프린, 코르티코 스테로이드 호르몬이 뇌에서 방출되어 괴로움을 느끼다가 점점 자극이 계속되면 오히려 행복 호르몬, 즉 엔도르핀이나 세로토닌, 도파민등, 신체를 보호하는 호르몬이 방출된다.

이때 극도의 성취감과 행복감에 도취되어 그 행위에 중독되기도 한다.

이는 흔히 스포츠계에서 보이고 그 외 종교의식이나 신체단련, 정신수양등에 이용되기도 한다.

자신을 학대하여 오히려 궁극의 행복에 도달할 수 있는 아이러니가 메조키즘이다.

자전거를 통한 스포츠 중독쯤이야 오히려 신체와 정신건강에 좋은 중독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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