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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형목수 Sep 26. 2022

술주정

술에 취해 헛소리를 하다


     술주정


술을 먹고

점 더 뚜렷해지는

이 생각은 무엇인가


비난하는

술주정의 단편인가


나는

더 점점 생각이

뚜렷해지고

정신이 맑아져


세상이

뒤집히고

바르게 올려지는

세월이

벌써 수


술 한번 먹고

흐려지는 번뇌를

비난받기에

어이가 없는

세월이야




횡설수설이다. 술에 취해 떠드는 소리는 앞뒤가 없다. 그러나 술에 취한 나는 정신이 말짱하다. 정신이 말짱하다고 말한다. 취중에 하는 말은 진심인데 아무도 믿지 않는다.


술이 입으로 들어오면 위와 장의 상피세포로 흡수되어 간을 거처 심장으로 들어간다. 심장의 펌프를 통하여 대동맥을 거처 목의 경동맥을 지나 드디어 뇌에 도달한다. 이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5분에서 10분 사이. 술을 먹고 알코올이 반응하는 사이의 시간이다.


술이야 온몸으로 퍼지는 것이지만 우리의 뇌에서 작용하는 성질은 특별하다. 운동기능을 마비시키고 자율신경을 흐트러지게 하며 특히 전두엽에서 작용하는 알코올의 힘은 대단하다.


어떤 동물보다 큰 전두엽을 가진 호모 사피엔스는 고도의 사유 기능과 도덕적, 철학적 사고가 모두 여기에서 기인한다. 술이 전두엽의 기능을 마비시키면 재미있는 일이 일어난다. 잠복해있던 본능의 내면이 솟아오르고 자신을 옥조이던 절제 같은 것은 사라진다.


다른 인간이 출현한다. 고집을 피우고 본능을 따라가고 부끄러움을 잊어버리는 괴물이 될 수 있다.


비난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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