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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형목수 Sep 27. 2022

스마트 폰

스마트 폰과 함께 살아가는 일상


    스마트 폰


엉킨 전파 실타래에서

나를 찾는 한 줄기

무형의 빛을 따라

링크를 걸어 보자


춤추는 파장의 혼돈 속에

숨은 기계의 영혼은

간절하게 손을 내민다


투명한 파장은 화면을 타고

붉고 푸른 무늬를 만들고

커서는 다음의 영역을 향해 멈칫거린다


때 올 때 없는 물결처럼

신호는 깜빡이다

저기 산을 넘어

빌딩의 계곡을 넘어

이름 모를 손에 이렀을 때

새처럼 피어오른다


우주 속 텅 빈 허공에

가득 찬 암흑물질이

전파를 나른다


각자 한 가지 끈을 잡고

영혼과 육신을 넘나들 때

조급한 마우스는

참지를 못하고

망각의 늪으로 뛰어든다




처음 무전기와 같은 핸드폰을 들었을 때 그냥 휴대 전화기로 알았다. 반의 반 세기도 지나지 않아 스마트 폰은 이제 일상을 넘어 호흡이요 숨결이다. 스마트 폰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도 없다.


빛의 속도로 날아가는 전파 위에 감각을 실어 나르고 너와 나의 거리가 없어진다. 듣고 보고 느끼는 것이 현실에서는 멀어지고 온라인 위에서는 바로 눈앞으로 다가선다.


150만 년 전 인류의 조상 호모 에렉투스가 불을 손에 들고 사용하기 시작한 이래로 진화의 속도는 가속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이제 스마트 폰을 손에 쥐고 정보의 전파를 다스리는 현생 인류는 얼마나 더 가속되어 진화하려고 하는가?


도깨비방망이 인가. 마법의 막대기 인가. 보이지 않는 신의 손인가.


오늘도 스마트 폰으로 시작하여 스마트 폰으로 하루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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