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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형목수 Oct 02. 2022

사막에 가면

사막에서 모래의 노래를 듣는다


 사막에 가면


모래 알갱이들이

몸을 비비고 속삭이는

소리를 들어 보라


억 겹의 순환을 돌아

몸을 부수고

시간의 중력을 털어낸

자유


굴곡하는 바람의

언덕 너머에서

한 톨의 역사가 날려도

초연하는 빛의 어둠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을


억년의 시간 뒤에서

떨어져 나와

바람과 물에 부서져

굴러 다니다

지금 이 모래의 언덕에

멈춰


언젠가 다시

뜨거운 에너지로

시간의 질량으로

몸을 뭉쳐

다시 바람을 기다리는

대순환




사막을 걷는다. 모래 구릉을 넘어 아득한 시간의 언덕을 걷는다. 발바닥에 닿는 모래 한 톨, 한 톨에 시간의 역사가 새겨져 있다.


지구의 피, 용암이 서서히 식는다.  시간의 속도에 따라 화강암으로, 대리암으로, 현무암으로, 화산암으로 나뉘긴 하지만 그 속살은 같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풍화라고 하는 바람과 비에 의해 큰 바위에서 작은 바위로, 바위에서 돌멩이로, 다시 자갈로, 모래로, 흙으로 모양이 바뀌어 왔을 뿐 각각의 조각마다 역사의  기록이 오롯이 남아있다.


어디에서 나와 어디로 흘러와 지금 여기에 서로의 몸을 부딪히며 나의 발을 만나고 있는지.


머물러있지 않은 모든 것은 다시 흘러갈 것이다. 바람에, 비에 결국 바다에 이르러 침전되고, 다시 차곡차곡 쌓여 역사를 만들다가 지판의 이동으로 뜨거운 지구의 심장을 만나게 될 것이다.


결국 형체를 잃고 붉은 피로 녹아들어 용암을 이루고 새로운 역사를 위해 뜨거운 열기를 품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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