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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형목수 Nov 18. 2022

파도

망망대해에서 만나는 검푸른 파도

         파도


아무도 없는 곳에서

물결은 일렁인다


낮은 곳과 높은 곳을 오가며

몸을 뒤집어 바람을 가른다


가눌 길 없는 부피를 흔들며

몸을 뒤척이는 검푸른 두려움


너와 내가 부딪힐 때

포말로 혀를 내밀고

표백된 분노는

구름처럼 떠다닌다


고정

불변

영원


그러한 것은 없다


나타났다

사라지는

저 파도의 포말을 보면




망망대해, 태평양 한가운데로 보이지 않는 길을 따라 육중한 배는 흘러간다. 검푸른 바다에 일렁이는 물결을 제외하고는 완전히 공허한 바다. 여기에도 파도는 뒤척인다.


힐끔힐끔 흰 포말을 번뜩이며 파도를 타는 거품은 시시각각으로 변화한다. 각각의 모양은 다르지만 검고도 푸른 대양의 파도에 순응하고 있다.


만물은 유한하다. 시작이 끝에 이르고 끝에서 다시 시작되는 무궁한 변화. 파도를 보면 안다. 고요한 수평의 바다로도 존재할 수도 있지만 물질의 엔트로피로 인해 끊임없이 일어났다 사라진다.


모든 곳에 파동이 있다. 공기에도 빛에도 흙에도 파동이 일어났다 사라지고 다시 일어난다. 흰 포말을 내뱉어가며 끊임없이 파동 하는 물결은 내재된 번뇌를 바다 위로 흩어내는 평형으로 보인다.


변화를 통하여 시작과 끝이 반복되는 윤회는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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