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게도 지금 이 시각 우연히 이 글을 읽게 된 누군가에게도 어디 한 곳쯤은 아픈 곳이 있을 것이다. 그 흔한 두통이랄지 허리 근육통, 복통, 치통, 하물며 모기 물린 상처에도 아픔이 있다.
통증, 이 아픔을 이해하기 위하여는 그것이 없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하고 생각해 보는 것이 상식이겠다.
피부가 찢어져도, 근육이 파열되어도, 뼈가 부러져도 아픔이 없다면 병원을 찾지도 않을 것이요, 세균이 침입하여 심각한 문제를 일으켜 종국에는 큰 일을 당할 것이다. 즉 아픔은 자기 방어를 위한 강력한 보호책임을 간파할 수 있다.
두통은 머리뿐만 아니라 신체의 이상 발생 시에 경고 사이렌이며 요통은 더 이상 무리하지 말고 쉬어달라는 상처받은 허리의 구조신호이다.
실제로 선천성 무통각증(Congenital Insensitivity to Pain and Anhydrosis, CIPA)이라는 희귀병이 있다. 알 수 없는 원인으로 태어날 때부터 통증을 못 느끼는 유전병인데 신기한 것은 촉각이나 온열 감각은 정상인데 아프다는 것을 아예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얼핏 생각하면 통증 없는 삶이 축복일 것 같으나 관절이 망가지고 각종 사고로 평균 수명을 살지 못하고 일찍 생을 마감한다고 한다.
100만 명당 1명이 발생할 정도로 희귀해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수백 정도의 환자가 보고되고 있다.
일례로 파키스탄에서 13세 소년이 이 질환을 앓았는데 칼로 팔을 직접 찔러도 멀쩡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본인의 용감성을 보이기 위해 지붕에서 뛰어내려 벌떡 일어나는 능력을 보이기는 하였지만 두부 충격으로 뇌출혈을 일으킨 지도 모르고 있다가 14세 생일을 앞두고 사망하였다고 한다.
누구나 아픔을 즐거이 맞이하는 이는 없다. 아픔이 두렵고 피하고 싶은 생각은 모두의 소망임에 틀림없다. 이에 현대의학이 발달하면서 진통제의 발전도 눈부시게 변화해 왔다. 그러나 섣부른 진통제의 사용이 오히려 부작용을 가져오는 것이 현실이다.
'아픈 만큼 아파야 병이 낫는다'라는 말이 있다.
아픔이라는 것은 신체조직의 일부가 상처를 받았을 때, 그것을 치유하기 위하여 면역세포들이 모여 1차 염증(Inflammation)을 일으킨다. 이때 가장 욱신거리고 통증을 참기가 어렵다. 다치고 난 그다음 날이 더 아픈 것이 이런 이유이다. 3일에서 5일 정도의 염증기간이 지나고 서서히 상처가 아물어 2주가 지나면 피부 외피들은 치유되고 깊은 부위 근막이나 근육들은 3개월에 걸쳐 치유된다.
이것이 자연 치유이다.
그런데 진통제로서 통증을 제거해 버리면 쉬어야 할 근육이 쉬지 못하고 계속 무리를 하여 자연치유가 일어나지 않아 오래 앓고 만성이 될 수 있다. 기본 진통제로서도 기다려 볼 수도 있는데 성급하게 고단위 진통제를 씀으로써 약에 내성이 생겨 일반 약에는 반응하지 않는 사태로 발전한다.
오피움 제제, 펜타닐 제제, 스테로이드 등의 사용에 의한 합법적 마약 중독 환자가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의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의도적이지는 않지만 의사가 통증 환자에게 결국 마약 중독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씁쓸한 결론이다.
의료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공공의료 파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노후에 의료 편의를 위해 미국에서 한국으로 역이민을 고려할 정도로 의료환경이 좋다. 그러나 의료접근도가 너무 좋은 나머지 불필요한 병원방문이 만연되어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실정이다.
더군다나 자본주의라는 틀 속에 무한경쟁이라는 괴물이 의사들로 하여금 과잉진료를 초래함으로써 국민건강이 위험해지고 있다. 의료 쇼핑이라 할 만큼 이곳저곳을 서성이는 환자에게 조금이라도 만족감을 주려면 무리할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아픈 사람만 애처롭고 손해이다.
나에게도 아픔이 수시로 찾아온다면 아픔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고 위대한 내 몸의 자연치유를 기대해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