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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 맘 Mar 29. 2021

괜찮아. 부모 잘못이 아냐

틱(Tic) 장애



  틱 장애는 자신도 모르게 신체 한 부분을 갑자기 반복적으로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는 것이다. 틱의 종류는 신체 일부분을 빠르고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운동 틱과 어떤 독특한 소리를 내는 음성 틱이 있다. 이 두 가지의 틱 증상이 모두 나타나는 기간이 1년이 넘는 것을 뚜렛증후군(Tourette's Disorder)이라고 한다. 도파민 계통의 이상이나 뇌의 피질-선조체-시상-피질 회로의 이상 등의 신경생물학적 원인이 있으며, 부모가 어릴 때 틱 증상을 보인 유전적인 원인이 있다. 또한 출산 과정에서 뇌 손상, 뇌의 염증, 출생 시 체중, 산모의 스트레스 등과 관련된 환경적 요인이 있으며, 스트레스에 민감하고 정서적으로 불안할 때 틱 증상이 악화되는 것으로 보아 심리적 요인도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몇 년 전쯤 '괜찮아 사랑이야'라는 드라마에서 배우 이광수가 뚜렛증후군 연기를 펼쳐 매스컴에서 뚜렛증후군에 대해 관심 있게 다루기도 했다.




   4살  아이가 학습지를 방문수업으로 했었다. 고작 10분,  15분이지만 아이 셋을 다 보기에 벅찬 나는 단 몇 분이라도 남의 도움을 받고 싶어 학습지 수업을 하게 했었다.


  하루는 선생님께서

  "어머니! ㅇㅇ 이가 수업 중에 눈을 자꾸 깜빡이네요. 틱 아닌가 싶어 말씀드려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솔직히 기분이 나빴다. 나는 단지 아이가 알레르기 비염이나 안구 건조증이 있어 눈을 깜빡거린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우리 아이에게 '틱 장애'라는 병을 진단 내린다니.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이 나간 뒤에도 쉽게 가라앉지 않는 나의 마음을 억누르고 있었다.


  그 뒤로 한참을 아이를 관찰했는데 TV를 보는 내내 눈을 깜빡거리는 것이었다. 내 눈에 거슬릴 정도로 말이다. 속눈썹이 찌르나 하고 보니 멀쩡했다. 워낙에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었는데 재발했나 싶어 소아청소년과에 데려갔다. 알레르기 비염 같다며 먹는 약과 눈에 넣는 안약을 처방해 주었다. 며칠 동안 처방해준 약도 먹이고 안약도 넣었건만 별 차도가 없었다.


  그래! 안과에 한 번 가보자. 의사는 눈에 알레르기로 염증이 있다며 항염증제와 항생제를 처방해 주었다. 여기 안과도 별다르게 호전되는 게 없었다. 이쯤 되면 이 병원이 진료를 잘 못하는가 보다 하고 다른 병원을 찾게 되어있다. 나 또한 열심히 검색해서 아이 전문 안과를 알아냈다. 에서 제법 먼 거리였지만 아이의 증상이 호전된다면 거리가 대수랴.


  의사는 아이 눈 상태를 보고는 원인은 딱히 알 수 없다며 전에 병원에서 넣었던 안약과 중복되지 않는 다른 회사의 안약을 처방해 주었다. 그렇게 세 군데 병원에 들러 진료를 보고 약을 처방받고 상태가 호전되기를 기다리는 마음은 너무나 초조했다. 이 간단한 눈 깜빡거림도 어찌할 바를 몰라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낫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는데 하물며 암환자 등 불치병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은 오죽할까. 우연인지 아니면 약이 신통방통했는지 드디어 마지막으로 간 안과병원에서 준 안약을 처방받은 지 일주일 만에 아이의 상태가 좋아졌다. 나는 다음부터 아이가 혹시나 또 눈에 문제가 생기면 또 이 병원에 오기로 굳게 다짐했다.


  그렇게 2년이 지작년 8월쯤 아이는 눈을 심하게 깜빡거리며 얼굴까지 찡그리는 것이었다. 시간이 좀 지나면 좀 나아지겠지 생각하고 그렇게 한 달이 흘렀다. 그러는 사이 집 이사에 이것저것 집안일들이 겹쳐 병원 가는 것을 미뤄왔다. 하루는 TV를 보는 내내 눈을 깜빡거리고 입을 씰룩거리길래 하지 말라고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난 나중에야 알았다. 그렇게 지적하다 보면 증상이 더 심해진다는 것을. 그 뒤로 아이는 결국 킁킁거리는 이상한 소리까지 내기 시작했다. 옆에 있으면 그 소리가 너무 거슬려 내가 못 견딜 정도였다. 처음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남편도 그런 아이 상태를 보더니 표정이 심각해졌다.

  

  결국 나는 우리 아이가 틱이라는 걸 인정하며 틱에 대해 찾아보았다. 본인 의지와는 다르게 눈 찡그림, 입 씰룩거림, 킁킁거리는 소리를 낸다고 했다. 증상이 더 심하면 어깨까지 들썩인다고 했다. 확진받진 않았지만 틱을 의심하며 틱으로 유명한 병원을 이리저리 수소문해서 찾았다. 그 병원에 예약을 잡으려고 전화를 하고 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금 신규로 진료 예약을 하면 1년 뒤에진료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외관상 응급이 아닌 병이라 해도 무슨 1년씩이나 기다리면서까지 진료를 보나 하는 생각에 다시 집 근처 종합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에 한 달 뒤로 예약을 잡았다.

 

  그렇게 한 달 뒤 예약된 병원에 가는 길이 가깝지만 왜 그렇게 멀게 느껴지는지. 의사는 어떤 진단을 내리고 어떤 처방을 내릴지. 우리 아이는 나을 수 있는지. 등등 내 머릿속은 여러 가지 생각으로 가득 찼다. 역시나 정신과답게 진료대기실은 조용했고 우리 아이만 어리고 나머지는 다 큰 성인들이었다. '저 사람들은 어떤 마음의 병으로 여기에 왔을까?'


  담당의사는 40대 후반 정도의 여자로 조용조용 말을 하는 것 보니 역시나 정신과 의사다워 보였다. 내가 의사와 상담하는 사이 우리 둘째는 책상에 있는 물건들도 만져보고 소파에 올라가기도 하고 블라인드도 만져보며 가만히 있질 않았다. 그런 아이를 본 의사는 틱장애는 보통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도 동반한다며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도 저렇게 가만히 있질 못하면 ADHD도 검사받아보라고 권했다. 생각지도 못하게 그런 말을 들으니 우리 아이가 무슨 몹쓸 병에라도 걸린 것처럼 기분이 좋지 않았다. '보통 아이들도 호기심이 많으면 그러지 않나? 이 의사 아이도 안 키워본 사람 아냐?' 하며 내 마음은 불끈했다.


  증상이 약으로 호전될 수 있냐고 물으니 약으로 증상을 일시적으로 막을 순 있지만 이 병을 완치시키지는 못한다고 했다. 평생 가지고 가야 할 병이라고 했다. 성인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호전되긴 하나 20-30% 정도는 성인이 되어서도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약 복용에 대해서  의사는 현 상태에서 권하지는 않지만 킁킁거리는 소리에 주변 사람들이 너무 힘들어하거나, 친구들에게 그런 일로 놀림을 받는다던가, 환자 본인이 킁킁거리다가 호흡곤란 증세가 나타나면 약 처방을 해준다고 했다. 그건 나보고 결정하라고 했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좀 더 지켜보겠다고 했다. 나의 걱정과는 달리 의사는 우리 아이의 증상이 틱 중에서도 경증이라고 했다. 소리까지 같이 내서 뚜렛증후군임은 맞으나 그렇게 걱정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틱 장애는 부모가 훈육을 심하게 해서 나타나는 병이 아니니 크게 죄책감은 갖지 말라고 했다. 의사가 그런 말까지 하는 것을 보니 많은 부모들이 그런 질문을 하는 듯했다.


  나 또한 그 말을 듣기 전까지 내가 너무 소리치거나 혼내거나 해서 아이가 이런 병이 생겼나 하는 죄책감을 가졌었는데 의사의 그 말을 듣는 순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정말 심한 아이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쉴 새 없이 내뱉거나 어깨, 다리도 들썩거리며 진료실 안에서도 밖에 뚜렛증후군 환자가 왔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병원에 다녀온 뒤로 아이에게 좀 더 신경 쓰기로 했다. 아이 셋을 돌보며 그렇게 하기에는 조금 벅찼지만 내가 노력하기로 했다. 둘째 아이가 온전히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는 게 급선무였고 마음이 편안해져야 틱이라는 병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아 그리했다. 혼내야 하는 상황이 되면 버럭 소리 지르기보단 차근차근 잘 타일렀고 잘 때는 가슴을 어루만져주며 사랑한다는 말도 계속해주고 말이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킁킁거리는 소리도 눈 깜빡거리는 증상도 없어진 것이다. 나와 남편은 서로 기쁨의 눈빛을 주고받으며 둘째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틱은 증상이 나타나다가도 드라마틱하게 언제 그랬냐듯이 증상이 없어지기도 한다고 했다. 우리 아이는 지금 그런 시기인 것 같다. 요즘도 수시로 아이를 관찰하지만 떼쓰며 울 때 빼고는 크게 눈으로 보이는 증상이 없다. 너무 기쁘다. 오랜 시간 동안 마음 졸이며 고생했던 것을  생각하면 너무 감격스러운 일이다. 아들은 오죽 힘들었을까? 본인도 그러고 싶지 않은데 저절로 그러는 것에 아들도 많이 지치고 힘들었을 것이다.


  또 언제 잠복기를 거쳐 증상이 발현될지 모를 일이다.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덜 받게 하고 아이 스스로 스트레스를 조절하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은데 나 또한 그런 생각을 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일로 마음고생하는 부모들도 제법 있을 것이다. 내가 겪은 바로는 인내와 이해, 배려가 가장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듯하다. 나 또한 그랬지만 조급함보다는 너그럽게 이해하고 기다려주는 것이 아이를 한 길이 아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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