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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지유 Nov 20. 2024

그렇게 원하던 명문대 합격해도 우울했다

작년 스무 살의 기록

스무 살이 이제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돌아보니 스무 살의 나는 정말 스펙타클한 삶을 살아왔구나. 결국은 여러 갈림길을 돌아,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찾기 위해 떠나게 되었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라면 그 길이 아무리 험해도 견딜 수 있다"라는 말이 이제야 이해된다. 가족의 보호 속에서 안정적이었던 과거보다, 열 배는 더 힘든 지금의 삶이 오히려 더 행복하다. 나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까. 기대감과 두려움이 함께 밀려온다.



내 대학 입시는 1지망 서강대와 6지망 광운대 중 하나에 진학하는 것이었다. 결과는 극과 극이었다. 6지망 대학에서는 전형 수석으로 최초 합격을 했고, 결국 6차 추합에서 1지망 대학에 합격했다.



1지망 학교에 합격했을 때 정말 기뻤다. 하지만 그 기쁨은 잠깐이었다. 현실적인 학비와 학업의 부담이 바로 찾아왔다. 그렇게 바라던 대학과 학과에 붙었어도, 내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우울하다. 매일 우울과 싸우고 있다. 언제까지 이렇게 지내야 할지 막막하다. 그런데도 나보다 더 열심히 살고 더 좋은 성과를 내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을 보며 그냥 '다들 이렇게 사는 거구나' 싶다.



"우울증이 만성일 수도 있다"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이 우울은 너무 어릴 때부터, 만성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그래도 스스로 그 심각성을 알고, 심리 상담과 정신과 치료를 꾸준히 받고 있는 나 자신이 자랑스럽기도 하다. 우울하지만 나는 여전히 내 삶을 잘 살아내고 싶다.



여전히 왜 살아야 하는지 삶의 이유를 찾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눈앞에 있는 일들을 놓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매일 카페에서 내 할 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채운다. 학생 7명을 가르치고, SNS 콘텐츠를 만들고,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며 과거의 나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을 하나씩 해내고 있다. 이렇게 살다 보면 언젠가 삶의 의미가 자연스럽게 생기지 않을까 싶다.



이상, 작년 스무 살의 내가 연말에 썼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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