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심리 상담 후 기록
내 첫 심리 상담은 전적대에서 시작되었다. 명문대 합격에도 불구하고, 원서를 쓸 때 처음 들어본 간호학과에 장학금을 받고 수석으로 진학했던 학교였다. 그곳에서 내가 붙잡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심리 상담뿐이었다. 그래서 개강 전날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상담을 신청했고, 3월 둘째 주에 바로 첫 상담을 받았다. 매주 상담실을 찾았고, 갈 때마다 울곤 했다. 사는 게 너무 힘들었다. 학창 시절 쌓아온 모든 것이 부정당하는 기분이었고, 인생의 첫 관문에서 성공했음에도 실패자가 된 것 같았다.
"맨날 와서 울고 가는 거 같아."
"근데 상담 와서 다 울지 않아요?"
"다 울지 않아요. 그래도 다 울지는 않지 않을까?"
그렇게 4개월 동안 매주 같은 이야기를 반복했다. 그 끝에 얻은 건 단 하나였다. ‘내가 내 선택을 주체적으로 해야 하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내가 짊어져야 한다’는 깨달음이었다.
어느 순간 나는 상담을 멈추고, 가족들에게 말없이 휴학을 결정했다. 집에 들어가지 않은 채 입주 돌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낮에는 식당과 과외 아르바이트, 저녁에는 돌봄 일을 하며 지냈다. 그렇게 지내다 9월에 원서를 넣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반수 끝에, 현역 때 합격했던 학교와 학과보다 더 원하던 곳에 합격했고, 지금은 새내기 심리학도로 서강대학교에 다니고 있다. 동시에 내 능력을 키우고 몸값을 올리기 위해 교육기업 마케팅팀에 정식 입사해 일하고 있다. 21살 새내기로 이룬 성과였다.
새로 시작한 심리 상담에서 이런 내 이야기를 선생님께 말씀드리면서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오히려 때때로 웃기까지 했다. 나름 괜찮게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 이야기를 듣고 심각해진 선생님의 반응에 문득 다른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상담이 끝나갈 무렵 말씀드렸다.
저는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평범하고 화목한 가정을 꾸리는 게 목표예요. 그래서 열심히 돈을 벌고, 절반을 저축하면서 지금은 고시원에서 살고 있어요. 그런데 사실 제가 ‘평범함’과 ‘화목함’의 기준을 잘 몰라요. 그걸 알고 싶어요.
원하던 1지망 학교에 진학해 상황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달라지지 않는 나 자신을 느끼며 절망감과 무기력에 빠져 학사 경고까지 받았다. 더는 안 되겠다 싶어 다시 상담을 신청했지만, 이번에 내가 진짜 알고 싶은 건 따로 있었다.
나는 상담 선생님께 우리 가족이 작년의 선택의 기로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었다고 말씀드렸지만, 지금 상황에서 선생님 말씀대로 '도대체 무엇이 최선이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걸 이해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 같다. 그래서 이걸 짚고 가기 위해 다시 상담을 시작하게 되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자리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앞으로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의 첫걸음이 될 거라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번, 이 길 위에 서려한다.
이상, 올해 스물한 살의 내가 생애 첫 입사 후 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