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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지유 Nov 20. 2024

명문대 합격해도, 스카우트 당해도, 이상형과 연애해도

여전히 우울했다

어쩌면 작년이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나의 일상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두 번째 대입 끝에 1지망 대학, 원하는 학과에 진학했지만, 지난 학기엔 학사 경고를 받았고, 이번 학기도 수업을 제대로 듣기 어려워 결국 오늘 질병 휴학원서를 제출했다. 작년에 쌓아올린 포트폴리오 덕분에 교육기업 마케터로 스카우트되었지만, 정상적으로 업무를 해내는 것이 어려워 두 달 만에 그만두었다. 외모를 가꾸고 이상형을 만났지만, 반복되는 잘못으로 결국 용서를 받지 못하고 관계는 끝이 났다.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어 매일 혼자 만취할 정도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일상은 걷잡을 수 없이 망가져 갔고, 결국 무관심했던 가족들이 먼저 "왜 그러고 사냐"며 나에게 다가왔다. 그제서야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고, 전적대에 이어 지금 학교에서도 심리 상담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휴학 후 할머니 댁에서 요양하기로 했다.



내 우울증과 불안장애는, 좋은 결과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원하지 않는 대학과 학과에 진학해야 했던 무기력한 현실에서 온 줄 알았다. 그래서 더 좋은 학교와 학과에 진학하며 스스로를 증명해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이 달라져도 나는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나는 작년의 실패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그대로였다.


스물한 살의 10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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