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불안장애를 넘어 ADHD 진단까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일상이 무너졌다. 혼자 매일 술을 마셨고, 술 없이는 맨 정신으로 있을 수 없었다. 당연한 일상조차 영위할 수 없는 상태였다. 학업과 일을 병행하려고 학교 근처 고시원에 들어갔지만, 그 어느 것도 제대로 해낼 수 없었다.
그럼에도 최대한 버티고 싶었다. 명문대에서 학업을 성실히 이어가면서 마케터로서 능력을 발휘해 스스로 돈을 벌고 독립하고 싶었다. 하지만 대학 공부는 물론, 마케팅 분야에서도 지식이 거의 없던 내게 학업과 일을 동시에 해내는 건 너무나 큰 스트레스였다. 우울증과 불안장애는 더욱 심해졌고, 결국 내 역량을 벗어나는 일이었다. 두 달 만에 일을 그만두었고, 고시원 생활도 정리한 뒤 집으로 들어갔다.
술에 의존하는 생활은 계속되었다. 등교하면서, 하교하면서, 집에서도 내내 술을 마셨다. 늘 만취 상태였다. 내가 어떻게 얻은 것들인데, 그 모든 것을 내 손으로 포기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잘 해내던 과외, 카페 아르바이트, 학종 컨설팅 연구원 일을 모두 그만두고 선택한 마케팅 업무였다.
술을 통제하지 못하니 생활도 통제가 불가능했다. 이제 내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걸 느꼈다. 결국 중도 휴학하고, 할머니 댁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곳에서 나는 일어나고 잠드는 것부터 다시 연습하기 시작했다. 아침밥을 먹고, 휴학 하기 전까지는 두 시간 넘게 걸려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들었다. 머리에 들어오지 않아도 수업만큼은 빠지지 않았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 영화를 보고 일찍 잠들었다. 학교가 없는 날에는 매일 만 보씩 산책을 했다. 그렇게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몇 주간 끊었던 심리 상담도 다시 꾸준히 나가기 시작했다. 상담을 받으며 제3자의 눈으로 내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여전히 스스로를 자책하는 일을 완전히 멈출 수는 없었지만, 그 자책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과거의 내가 그 순간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인정해보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몇 번 끊겼던 정신과 진료를 다시 시작했다. 그동안의 이야기를 털어놓자, 의사 선생님은 조심스럽게 ADHD 검사를 권했다. 뇌파 검사를 포함해 10만 원이 넘는 비용이 들었지만, 결과는 ADHD 진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