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이 아니라 ADHD가 문제였다
ADHD는 어렸을 때부터 발병하는 질환이다. 대학생이 되어서 갑자기 발병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나는 어렸을 때부터 늘 "모범생"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자랐다. 학업 성적도 우수했고, 선생님과 부모님으로부터 칭찬받는 전형적인 모범생이었다. 그저 16살 때부터 조금씩 삐그덕거리기 시작했을 뿐이다.
나도 알고 있다. 모범생이던 내가 전교권에서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한 이유를. 그리고 '마구니가 낀 사춘기 온 망나니'라는 얘기를 듣기 시작한 이유를. 그 모든 문제가 우울증 때문이라고 생각해왔다. 우울증이 내 모든 문제의 원인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뇌파 검사 결과 ADHD라는 진단을 들었을 때, 내 생각이 완전히 뒤집혔다. 우울증과 불안장애, 알코올 의존증은 모두 ADHD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진단을 듣는 순간 내내 현실감이 없었다.
사실, 마음 한구석에서는 내가 ADHD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생각을 외면했다. 그리고 그 외면마저도 애써 외면하며 지냈다. 내가 특별한 사람이라서 그렇다고 합리화하며, 나름 괜찮게 살고 있다고 스스로 위로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ADHD의 증상은 지금의 내가 이뤄낸 성과에 부스트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끊임없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로 떠오른 아이디어, 그리고 충동적으로 시작한 일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냈다.
그렇지만 학업에서 문제가 생기고, 상사의 지시를 받아야 하는 업무에서 실수를 반복하게 되면서 ADHD 치료제를 복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솔직히 치료제를 복용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ADHD 치료제, 콘서타를 처음 복용했던 날은 정말 신세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