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s Strange] 시드 매터스, 모과이의...
'나비효과'라는 단어는 1961년 미국의 기상학자 故 에드워드 로렌츠(Edward N. Lorenz)가 발표한 논문 <브라질에서 나비가 날개를 펄럭이면 텍사스에서 회오리바람이 불까?>에 소개되었다. 개념을 이론화한 '카오스 이론'은 초기 조건의 민감성에 의존하는 비주기적인 거동을 보이는 현상'을 말하는 것으로써, 무질서하면서도 불확실한 속성 때문에 현대 물리학의 지배를 받지 않는데 랴푸노프 지수를 통해 식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복리처럼 커지는 눈덩이 효과와는 다르게 나비효과는 시간에 따라 큰 차이로 증폭되지만 예측 불가능한 결과에 초점을 두는 것이며, 반드시 A라는 사건으로 B라는 결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1) 로렌츠가 기상모델에 사용한 세 개의 변수와 조절변수를 가진 1차원 연립비선형 미분방정식
dx/dt=□(y-x)
dy/dt = □x-y-xz
dz/dt = □x + xy
(김영태. (1999), 새 물리, 38, S11-20. 참조)
(2) 초기값에 따른 지수 함수적인 궤도의 차이
ε(0)=x(0) - x
ε(t)=x(t)-x(t)~ε(0) e^(λ t)
(최준섭. (2004). 자연 현상의 소고 카오스이론과 나비효과(Ⅲ). 기계저널 참조)
'나비효과'는 인터랙티브 무비의 단골 소재로 활용될 수 있다. 실제로 문헌조사를 통해 비선형 내러티브 게임에서의 플로우차트와 선택지 제공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연구도 있다(엄예진, 2022). 선택지 기반형 게임인 'Life Is Strange(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도 여기에 속하며, 돈노드에서 40명이 팀을 이루어 개발하고 스퀘어 에닉스에서 배급한 선택 기반의 어드벤처 게임이다. 비선형 구조이기에 다음 단계가 여러 갈래로 나뉘고, 플레이어는 자신이 원하는 결말을 선택할 수 있기에 몰입하게 된다.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는 나비의 날갯짓 때문인지 모르지만 아카디아 만에 거대한 토네이도가 불어온다는 배경이며, 사소한 선택을 할 때 '이 행동은 결과에 미칠 수 있다'고 뜨며 플레이어로 하여금 선택에 대한 책임을 암시한다.
돈노드 엔터테인먼트의 공동설립자 Jean-Maxime Moris는 "우리가 하는 일은 정체성과 사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살펴보는 것"이라며 "여러분이 내리는 매 순간의 선택에는 정답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eurogamer>, <crunchrollnews>)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는 카오스 이론을 탐구한다기보다 인간이 '나비효과'를 이용해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묻는 게임이다. 게임은 아카디아 만으로 다시 이사를 와서 블랙웰 아카데미에 재학 중인 Max Caulfiled(맥스 콜필드,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영감을 받은 이름)라는 여고생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일상 하이틴 드라마와 비슷하다. 십 대 소녀가 경험할 만한 따돌림과 자살, 동성친구와의 우정, 그리고 대학 진학은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소재이지만 콜필드가 '되감기'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기억을 잊지 않은 채 잠시동안 과거로 돌아갈 수 있고, 이후 에피소드가 진행될수록 사진 속 배경으로 루프를 타면서 타임라인이 뒤흔들리게 된다.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에 수록된 곡은 저마다 매력이 있지만 두 곡에 매료되었다. 하나는 에피소드 1 '번데기'에 삽입된 Syd Matter의 'Obstacles'로 노스탤지어한 감각을 자아낸다. "언젠가 우리는 눈보라를 통해 우리 앞에 놓인 장애물을 예측하게 될 거야." 곡은 나비효과로 인해 일상이 파괴되며 우울함을 머금고 있지만 허락된 시간에나마 친구 Chloe Price(클로이 프라이스)와 함께하고 맞서는 Max의 심정을 반영하는 내적 투쟁을 가리키는 듯하다. 반면 에피소드 3 '카오스 이론'의 엔딩 곡인 Mogwai의 'Kids Will Be Skeletons'는 벅차오르는 기악곡이다. 가벼운 세 음으로 시작하다가 현악기가 파도처럼 밀려오고, 베이스와 기타가 균형을 잡는다. 2분이 넘어가면 메인 기타의 멜로디가 넘실대며 클라이맥스를 향해 전진하고 끝나갈 즈음 신스가 차츰 사그라들며 아이들도 언젠가 늙어 죽는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인생은 요지경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관할 필요는 전혀 없다. 오차는 늘 생긴다. 'What-if'를 넘긴다면 과거의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한 걸음이다. 누리고 있는 것과 주변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고, 감사하게 생각한다면 더 좋은 기회와 우연이 찾아온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하나의 순간으로 여길 수 있기를. 버스 창문을 통해 죽어있는 고래가 널린 해변가를 응시하는 Max가 어른거린다. 그녀에게는 평행세계를 통해 모든 기억을 조작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머무는 세상은 잃기에 지나치게 값진 것이었다. Max는 말한다. "I wish I could stay in this moment forever. I guess I actually can now, but it wouldn't be a mo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