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lf Alice 의 <Blue Weekend>
새벽감성을 대변하는 Wolf Alice는 머큐리 시상식에서 <Visions Of A Life>(2018)로 우승한 4인조 인디 록 밴드이다. 2인조 체제로 시작하여 초창기 멤버이자 프런트우먼인 엘리 로우셸(Ellie Rowsell)과 조프 오디(Joff Oddie)에서 테오 엘리스(Theo Ellis, 베이스), 조엘 아미(Joel Amey, 드럼)가 합류하였다. 이들의 최신작인 <Blue Weekend>는 2021년 머큐리 상 후보로 또 한 번 지명되었고 2022 브릿 어워즈(2022 The BRIT Awards)에서 그룹(Group Of The Year)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빨간 망토'처럼 Wolf Alice의 음악은 끝없이 변형된다는 게 특징이라고 해야 할까. Ellie Roswell이 소프라노 음색으로 늑대처럼 가냘프게 울부짖는 'Lipstick on the Glass(full moon rising, but it's me who makes myself mad)'를 듣게 된다면 더욱 그렇다. 실제로 밴드명은 영국 작가 앤절라 카터(Angela Carter)의 단편소설집 <피로 물든 방>(1979)에서 영감을 얻었고, 투어 디럭스 버전과 럴러바이 버전으로 음악동화를 편곡하고 재해석했다.
Ellie Roswell은 "동반자, 친구, 그리고 자기 자신과의 관계에 대한 노래가 많으니 사랑과 불안이 앨범의 테마인 셈"이라고 하지만 "각각의 곡들을 따로 즐길 수도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둔다. (<애플 뮤직>) 화려한 도시 LA에서 만난 한 남자를 통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어두운 면과 성공의 열망을('Delicious Things'), 여성의 자기 인식과 섹슈얼리티를('Feeling Myself'), 실연 후 아픔을 달래며 미안한 감정을 표출하기도 한다. ('No Hard Feelings') 전반적으로 잔잔한 포크 멜로디와 아카펠라, 하이햇 심벌과 레게 베이스를 접목시켰다. 또한 방탕한 기분을 무릅쓰고 볼륨을 과감하게 높인 펑크 에너지가 잠재되어 있다. "난 먼 미래를 내다보지 않아, 과거도 마찬가지로 돌아보지 않지. 현재를 공허하게 흘려보내지만 선물처럼 잘 포장하거든." ('Play the Greatest Hits') 또한 화자는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이들에게 나비처럼 날다가 일침을 날린다. "나를 불안정한 사람으로 생각하나 본데 글쎄, 기분이 나아지면 벌침을 쏠 거야. 나를 꼭두각시 인형으로 생각했지? 그녀를 약 올리면 이 꿀벌이 노래해 줄 테다." ('Smile')
긴장감을 적당히 유지하다가 락 왈츠로 증폭되는 'Last Man On Earth' 속 화자는 오만한 남자가 받는 계시의 빛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첫 번째 벌스와 비해 짧은 두 번째 벌스는 간략하게나마 거짓된 허물을 독백으로 벗겨내지만, 합창단의 백보컬과 드럼이 들어가며 거룩한 환영에 비친 한 남성의 나르시시즘은 삽시간에 사방으로 퍼진다. 프리 코러스에서도 긍휼의 감정을 용납하기보다 에고이스틱하게 대처하는 그를 냉대하려는 심산이 앞선다. 가파르게 넘어가는 브릿지에서 합창과 Owen Pallett의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솟구치는데 자신이 죽을 때, 세상도 같이 끝나는 것처럼 '갓 블레스 유'가 아닌 '갓 블레임 유'로 전환된다. 절정에 달하는 프리 코러스에서는 종말을 고하듯 도도하게 지탄한다. 아웃트로에서는 인트로의 독백으로 돌아가며 말을 아낀다. "하지만 빛은..." 네오-사이키델릭 장르의 'The Last Man on Earth'는 첼로와 트럼펫 등 오케스트라적 요소를 원색적으로 배치하며 얼개를 짰다. 곡은 바이올린과 비올라, 합창단의 가스펠을 만나 새벽의 고요함을 깨지 않되 극적인 서사시를 이룬다. "네 믿음에 돈을 걸어야 한다면 난 어디든 분산해서 걸겠지. 거짓말에 거짓말이 반복되니까... 넌 자신도 속일 수 있는 거야?" 곡 대부분 Markus Dravs와 작업하며 녹음에 심혈을 기울였다.
'Blue Weekend'는 당시 팬데믹으로 도시가 봉쇄되었기에 '울적한 주말(Blue Weekend)'처럼 새벽감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한밤의 시작과 새벽녘의 끝을 알리는 수미상관 구조의 'Beach', 'Beach II'을 듣고 있자면, <블랙미러 시즌3>에 등장하는 가상의 도시 샌 주니페로(San Junipero)처럼 LA를 휘젓고 다니며자각몽에서 눈을 뜨게 되는 일련의 과정을 그려내었다.
1. The Beach
2. Delicious Things
3. Lipstick on the Glass
4. Smile
5. Safe from Heartbreak (If You Never Fall in Love)
6. How Can I Make It OK?
7. Play the Greatest Hits
8. Feeling Myself
9. The Last Man on Earth
10. No Hard Feelings
11. The Beach I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