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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 harmon May 03. 2023

옴니버스식 호러드라마, 기승전결은 완벽하나

[리뷰] 에델 케인의 [Preacher's Daughter]

2017년부터 다양한 예명으로 활동해 온 플로리다 출신의 헤이든 실러스 아네되니아(Hayden Silas Anhedönia)는 에델 케인(Ethel Cain)을 최종 별명으로 선택한 뒤 자신만의 레이블을 설립했다. EP를 다섯 번 발매했고, 그중 <Inbred>(2021)의 'Crush'로 주목을 받은 케인은 협력자 맷 토마시, 스티븐 콜러와 작업하며 4년 넘게 자신만의 무대 장치를 조립했다. <Preacher's Daughter>는 남침례회(SBC),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란 경험을 자전적으로 다루되 픽션의 인물처럼 타자화시킨 하나의 스릴러물이자 호러 무비이다.


분신(Alterego)이자 페르소나인 에델 케인은 평생선처럼 나란히 달리는 하나의 부캐이다. 새드코어의 헤로인이라 불리는 라나 델 레이가 겹쳐 보이기도 하나 컬트적 요소를 내세운 '에델 케인'은 독특하다. 과거의 학대 트라우마를 털어놓고('Hard Times'), 고어 무비에 영감을 받아 싸늘하게 죽어가는 광경을 연출하는 등('August Underground') 참혹한 최후를 맞이하는데, 정교하게 다듬어진 일련의 트랙은 시나리오로써 작용하며 캐릭터에 입체감 있는 서사를 부여한다. 소설의 구성 단계처럼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을 따르는 스토리텔링이다.


이는 세상을 바라보는 십 대 소녀의 관점에서 풀이된다. 하트랜드 록 장르의 'American Teenager'는 아메리칸드림을 부추기는 세태를 비판하며 가정의 불화를 힘차게 노래한다. "하고 싶은 말을 하세요, 진심을 담아서요 / 자식들 앞에서 주먹 한번 휘두르고 긴 냉전이 시작되죠." 반항적이고 당돌하게 느껴지는 반면 팝처럼 싱그럽다. 무거운 피아노 반주와 짙은 보컬의 'A House in Nebraska'는 비행 청소년처럼 가출한 후에 만났던 연인을 그리워한다. "하지만 난 여전히 네브래스카의 집을 불러보곤 해 / 2층의 더러운 매트리스 위에서 서로를 발견했잖아." 아웃트로에서 귀를 맴도는 일렉기타가 침울한 비극으로 강타하며 완결된다.

그러나 <Preacher's Daughter>의 전반적인 슬로코어 바이브는 리스너들의 발목을 잡는다. 인트로에서 짧게 프리미어된 'Family Tree'를 비롯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반복되어 지나치게 무거운 감이 있다. 작위적인 변조음이나 귀신같은 비명으로 절정에 달하는 'Ptolemaea'는 가위에 눌려 <컨저링 2>의 수녀를 보게 되는 심상을 형성한다ㅡ컬트 마니아에게 매혹적으로 다가갈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장장 1시간 30분을 넘나드는 러닝타임은 자칫 흥미를 잃기에 어색하지 않아 보인다. 특히 'Thoroughfare'는 탬버린을 가지고 스캣과 잼으로 흥을 돋우지만 10분에 가까워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이야기는 삼 대에 걸친 여성을 중심으로 하되, 가장 어린 딸을 중심으로 시작된다"고 말한 것처럼 (<알트프레스>) <Preacher's Daughter>는 에델 케인 시네마틱 유니버스 N부작의 스타트를 막 끊었다. 끔찍한 소재를 차치하고서 가스펠의 어조로 누가복음을 변형시키고('Sun Bleached Flies'), 잔잔한 피아노로 시작되어 그레고리안 찬가를 떠올리게 하는 등('Televangelism') 틈새를 감동의 파장으로 메우는 시도가 있다. 분명 세 곡을 제외한 전곡을 스스로 작업했다는 점과 스토리는 흥미롭지만 <Preacher's Daughter>는 음악적으로 목 넘김이 수월하지 않으며 차기작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기엔 역부족이다.

1.Family Tree (Intro)

2. American Teenager

3. A House in Nebraska

4.Western Nights

5. Family Tree

6. Hard Times

7. Thoroughfare

8. Gibson Girl

9. Ptolemaea

10. August Underground

11. Televangelism

12. Sun Bleached Flies

13. Strang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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