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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lyrosophie

통제할 수 있는 것

Õlafur Arnalds의 <Undone>

by harmon

끝이 있어야 시작도 있는 법.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무언가는 새로 자라고 성장한다. "우리가 성장하면서 자신과 다른 외부세계 사이의 거리는 좁혀진다. 처음에는 거대하고 무한히 우리를 반기던 내면세계는 매우 불편해졌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 의해 태어난 존재이고 내 아버지는 태어나는 과정은 혼돈스럽고 난폭하기에 임종의 순간과 같다고 말한다. 우리는 모두 생각한다, '이는 죽음이요, 내 삶의 끝이로다.' 그렇게 태어나며 탄성을 지른다. 단지 시작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는 Olafur Arnalds의 정규 5집 앨범 <some kind of peace>에 수록된 'Undone'의 내레이션이자 故 Lhasa de Sela의 노랫구절이다. 단순한 피아노로 이어지던 곡이 현악기와 만나 템포와 리듬을 형성하고 여운을 남긴다. Olafur Arnalds는 수도 Reykjavík에서 작업 중 다시 태어나는 순간을 구상하며 작곡했다.


성찰적이고 내면적인 테마로 가득한 앨범 <some kind of peace>는 Olafur Arnalds의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클래식 작법이 어우러진 혼합물이다. 앨범 수록곡은 내면의 평화를 위해 일방향적이고 간결하게 들리지만, 세부로 들어갈수록 미묘하고 섬세하다. 수록된 'Spiral'의 경우 바이올린과 비올라의 리드, 끝에는 120년 된 축음기로 녹음한 피아노로 클래식 스타일을 선보인다. 'Still / Sound'나 'zero'에서는 현악기와 리버브가 섞여 앰비언트가 되며, 아이슬란드 출신의 작곡가 JFDR이나 독일 싱어송라이터 Josin과의 대화를 바탕으로 보컬이 들어간 'Back To The Sky', 'The Bottom Line'은 정형화된 클래식의 틀을 깨부수며 의식에 따라 기악도 변형된다. 이어지는 'We Contain Multitudes'는 인도네시아 친구의 오두막에 영감을 얻으며 Walt Whitman에 바치는 헌정곡인데, 2018년 앨범 <re: member>에 사용된 자동 연주 피아노이자 소프트웨어인 stratus가 떠오르기도 한다.


<some kind of peace>는 낯선 일에 대한 경계감을 내려놓고 'serendipity'를 맞이하며 느끼는 해방의 음악이다. 'New Grass'의 아르페지오 멜로디에서 비올라와 첼로, 바이올린의 희망적인 스트링 편곡이 뻗치듯이 안도감이 한껏 샘솟는다. Arnalds는 “팬데믹으로 가득 찬 지난 몇 달 동안 전 세계 사람들이 배운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아무리 잘 짜인 계획을 세워도 혼돈이 항상 승리한다는 것"이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삶이 우리에게 주는 것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통제하는 것뿐이다"고 말한다. (<spectrumculture>)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에 실린 글처럼 무엇으로부터 완벽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데서 오는 안도감의 음악 에너지이다. 순간을 넘기고서 얻은 경험이 곧 미완으로 남겨둔 과제를 수행하는 주춧돌이란 메시지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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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Loom (feat. Bonobo)

2. Woven Song

3. Spiral

4. Still / Sound

5. Back To The Sky (feat. JFDR)

6. Zero

7. New Grass

8. The Bottom Line (feat. Josin)

9. We Contain Multitudes

10. Und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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