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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마 상태에 빠뜨리는 ㅍ ㅏ ㅂ

Caroline Polachek의 'Desire, I Want...'

by harmon

Caroline Polacheck은 2008년부터 일렉트로닉 밴드 체어리프트의 프런트우먼으로 활동하다가 솔로로 전향해 쉴 새 없이 내실을 다졌으며 PC 뮤직의 프로듀서 대니 엘 할과 손을 잡은 이후 독창적인 팝의 레시피를 개발하여 슬리퍼 히트 앨범 <Pang>(2019)으로 촉망받는 싱어송라이터로 자리매김했다. 팬데믹을 뒤로하고 Dua Lipa의 투어와 스튜디오 녹음, 원격 작업을 전략적으로 병행하며 소포모어 <Desire, I Want To Turn Into You>를 이룩했으며 작년 2월 14일에는 에디션인 <Desire, I Want to Turn Into You: Everasking Edition>로 입지를 굳혔다. 최근 활동으로는 이후 설명하게 될 팝스타 Charli XCX의 최근 정규 앨범에 수록된 'Everything is romantic'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바 있다.


디지털 음악 속 아날로그 웨이를 걷는 Polachek은 Kate Bush, Björk, Celin Dion 등을 비롯해 여성 아티스트를 조목조목 파고드는 일에 대하여 폴라첵은 거부할 수 없는 힘찬 팝디바의 순간들을 누리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Dan Nigro가 작사에 참여한 오프닝 트랙 'Welcome to my isalnd'부터 그 기세에 압도당한다. 폴라첵은 두 옥타브를 올라가며 타잔처럼 날카롭게 부르짖는데, 아웃트로에서 휘몰아치는 일렉기타와 리드미컬한 효과음이 리스너를 지대한 음악세계로 이끈다. "내 섬에 온 걸 환영해 날 좋아하길 바라, 떠나지 않길 바라." 이후 폴라첵의 인공섬에서 플라멩코식 일출을 보게 된다. 스파게티 웨스턴 음악을 건져낸 'Sunset'은 팬데믹 당시 세가 보데가와 떠난 스페인의 향취가 느껴진다. "그래서 후회는 없어 왜냐하면 네가 이글거리는 나의 일출이고 평생 겁먹지 않는 걸." 'Billions'는 앨범의 하이라이트 트랙으로 코르누코피아처럼 풍성한 사운드 메이킹을 연출하고 트리니티 합창단을 엮어 출구 없는 섬의 미로를 밝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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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립 합, 프로그레시브와 아방가르드적인 요소를 전부 가지고 있지만 어떤 형식의 장르에도 구애받지 않기에 청취하기에도 고루하지 않다. <Desire, I Want To Turn Into You>는 팝의 실험장이자 전자음을 효과적으로 집약시킨 복합물에 가까운데, Grimes의 피처링으로 골격을 절충시킨다. Danny L Harle과의 협업을 통해 휘익 부르는 휘파람과 키득키득 변조된 웃음을 곁들인 뎀보우 리듬과 재즈 베이스가 만나고('Bunny Is a Rider'), 오케스트라 히트 스타일링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음악가 소피에게 헌정하며('I Believe'), 브레이크 비트를 몇 방울 떨어뜨린다('Smoke'). 백파이프가 일품인 'Blood and Butter'에서 무아지경의 순간을 만끽하다가 벌스와 코러스의 서사에 관계없이 흘리듯 노래하는 'Pretty in Possible'은 환상을 깬다. 전자에서는 'Wikipediated' 같은 자신만의 언어가 특이하게 발음되고(아홉 번째 트랙 'Hopedrunk Everasking'도 실제로 존재하는 합성어가 아니다) 후자에서는 흉성과 두성을 넘나들며 오토튠 같이 느껴질 만큼 흐느낀다. "점점 어지러워지면서 그런 자유를 견딜 수가 없어져."


앨범은 제66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베스트 엔지니어드 앨범(클래식 제외)의 후보로 지명되었다는 점에서 짜임새가 강조되는데, <Desire, I Want to Turn Into You: Everasking Edition>에 수록된 보너스 트랙도 차기작에 대한 기대를 모으며 막간을 장식한다. 각각 Ben Deitz와 Operating Theatre classic, Oneohtrix Point Never의 곡을 커버한 'Coma', 'Spring Is Coming With A Stawberry In The Mouth', 'Long Road Home'이 수록되어 있다. 그중 'Dang'은 발랄하고 종잡을 수 없으며 드럼 머신 모듈과 백조와 인간 사이에 있는 의태어가 추가돼 미묘한 풍자와 군살이 붙는다. 우연히 <레이트 쇼 위드 스티븐 콜베어>에서 본 Polachek의 퍼포먼스를 본 적이 있었는데 TED 강연 스타일이 미학적이고 독특한 에너지를 풍긴다. "메리 포핀스는 나처럼 지갑을 열었지, 나처럼." 화산과 백조의 비유는 물론 MV의 안무 속 상징에서도 삽입되던 고대 그리스 신화에 대한 모방은 예술적 기교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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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elcome to My Island

2. Pretty In Possible

3. Bunny Is a Rider

4. Sunset

5. Crude Drawing of an Angel

6. i Believe

7. Fly to You (feat. Grimes and Dido)8. Blood and Butter

9. Hopedrunk Everasking

10. Butterfly Net

11. Smoke

12. Billions

13. Dang14. Spring Is Coming With a Strawberry in the Mouth

15. Butterfly Net (feat. Weyes Blood)

16. Meanwhile

17. Coma

18. Gambler’s Prayer

19. Long Road Home (feat. Oneohtrix Point Never)

20. I Believe (Acoustic Ver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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