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나지라치의 [I Love My Computer]
"컴퓨터는 제 자신이 누구인지 발견하는 데 도움을 주었으며 저의 음악은 모두 컴퓨터 음악이에요. 컴퓨터는 제 악기이자 컴퓨터 없이 제가 어떤 사람이 되었을지 모르겠네요." (<롤링스톤>) 니나지라치(Ninajirachi, 포켓몬스터 지라치와 결합된 예명)이자 니나 윌슨(Nia Wilson)은 호주 센트럴코스트 출신의 DJ이자 프로듀서이다. 2017년 triple j에서 'Pure Luck'으로 주목을 받았으며, 18년도에는 NLV와 계약을 맞으며 <4x4>, <girl EDM> 등 총 5개의 EP를 발매하였다. 하이퍼팝 중심의 클럽인 Good Manners로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지내던 니나자리치는 2025년에 데뷔 앨범인 [I Love My Computer]를 발매하였다. 앨범 커버아트와 타이틀의 의미 그대로, 컴퓨터를 좋아하는 테크덕후의 테크노 하우스이자 하이퍼팝 모음집이다. [I Love My Computer]는 2025 AMP(Australian Music Prize)에서 우승을 거머쥐었으며, 2025 ARIA 시상식에서 '올해의 앨범' 부문 후보로 지명된 것을 비롯해 네 가지 부문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겼다.
앨범에서는 컴퓨터와 연결되 개인의 경험에 초점을 맞춘다. 'Fuck My Computer'에서는 컴퓨터와 섹스하고 싶다는 성적인 농담을 늘어놓으며 'Infohazard'는 스너프 필름에서 받은 충격과 공포를, 'Delete'는 선정적인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상황을 반영한다. 'CSIRAC'는 호주에서 개발한 최초의 컴퓨터를 의미하며, 'Battery Death'는 클럽에서 들을 만한 덥스텝 스타일로 영국에서 설립된 레이블 NCS의 음원 스타일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Cytus>를 오랜기간 플레이했던 게임 유저이기에 테크노와 트랜스 곡을 플레이할 수 있는 등장인물 ROBO_Head가 떠오르기도 했다. 특히 'iPod Touch'는 앨범 내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곡으로, 컴퓨터에 관한 애정을 고등학생 시절의 보물 같은 추억과 동일선상에 놓고 있다. "마치 수프레(Supré)에서 산 닳고 헤진 하이웨이스트 패션 같아." FL 스튜디오와 피카츄 케이스로 된 아이팟, 그리고 EDM에 깊게 빠진 니나자리치의 비밀이 킥 드럼과 강렬한 글리치로 전달된다.
덧붙이며
최근 <제법, 나를 닮은 첫 음악>(2022)이라는 책을 훑어 읽으며 '첫 음악'과 그 매체의 추억을 실감했다. 책에서는 권민경 시인을 포함한 그래픽 디자이너, 소설가 10명이 처음 접했던 음악을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작가들이 접한 음악과 방식은 클래식, LP, 연극, 록, 불법 테이프 등 저마다이지만 그 시절에서만 겪을 수 있는 유일무이한 경험이 얼마나 음악 청취 방식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니나지라치가 12살에 일렉트로닉 뮤직을 접하며 새 세상이 열렸다고 말한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 대니얼 J. 레비틴이 <음악인류>에서 적은 문장 하나를 빌리고자 한다. "선호는 음악을 접하는 순간부터 형성되며 우리 모두는 주어진 시간동안 음악적 안전지대에서 얼마나 멀리 나갈 수 있지에 대한 자신만의 모험 지수를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