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멜론 팝업 in 성수
지난주, 국내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인 멜론(Melon)에서 2월 13일~15일, 3일 간 브랜드 캠페인 '멜론, 음악 기록 시대의 시작'을 모토로 팝업 존과 청음실을 운영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여태껏 멜론을 사용한 것도 아니었지만 어떻게 팝업 이벤트를 기획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성수에 있는 성수율 뮤직을 방문했다. 우선 성수역 출구에서는 오늘이 어떠한 음악으로 기억될 수 있는지 메모지로 적고 붙이며, 경품 추천을 할 수 있는 일련의 참여 과정이 있었다. 성수율 뮤직 카페에서는 3층에서 청음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몇 가지 테마로 구성된 사적인 플레이리스트를 감상할 수 있게 제공되고 있었다. 금요일 저녁임에도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딱히 이벤트를 참여하지 않아도 들여보내주셨다. 청음 공간에서는 '모먼트' 서비스 QR를 찍어서 음악 에피소드를 남길 수 있고 음악이 청음실에서 재생되어 모두에게 공유되는 식이었다. 음악 기록은 일반 감상자뿐만 아니라 카더카든과 같은 유명 뮤지션이 남긴 것들도 소개가 되었고 청음실에 들어갔을 즈음에는 청춘의 한가운데에서 힘이 되는 곡을 위주로 음악이 스트리밍되고 있었다. 음악만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니 독특했지만 막상 오픈채팅으로 모먼트를 공유했더니 접수 시간이 마감되었다고 하니 아쉬웠다.
청음실에서 큐레이션된 플리를 접하면서 어떤 주제인지 살펴봤다. 해당 팝업 이벤트가 진행된 것은 당연히 캠페인 모토인 '음악 기록'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벤트의 문구 역시 '기억의 해상도는 음악이 올려주니까'이다. 이벤트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졸업식이나 10대의 밤에 어울리는 학창 시절 스토리가 공유되어 있는데, 청음 화면 옆에는 수많은 멜론 이용자들이 곡을 공유하면서 짧은 소개글이나 감상평을 유튜브에 적는 댓글처럼 똑같이 공유되고 있었다.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싱글이나 단편 곡이 어우러져 주제나 상황에 맞게 제공되는 것처럼 원하는 때에 원하는 음악을 의복처럼 입으며 카멜레온처럼 녹아드는 것만 같다. 스포티파이에서 제공해 주는 플레이리스트 목록이 있으며 특정 아티스트를 검색할 시에 유사 장르의 플레이리스트를 보여주고 팬들이 좋아할 수 있는 다른 음악 역시 띄어준다('Noisy', 'Transcend', 'Evening Commute' 등). 개인적으로는 플레이리스트를 거의 찾아 듣지 않는데, 그 이유는 특정하게 원하는 감정이나 상황 자체에 끼워 맞추는 걸 싫어할뿐더러 앨범 단위로 음악을 즐기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어서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플리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서 나름대로 주제를 갖고 구성해보고 있었다.
KTX를 타고 가다가 훑어 읽었던 김호경 저자님의 <플레이리스트 : 음악 듣는 몸>을 읽었다. 석사 학위 논문 「스트리밍 시대 새로운 음악 감상 방식의 출현과 그 의미 연구」를 고쳐 쓴 책이라고 한다. 해당 책에서는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채널의 댓글 문화를 관찰하고 여러 플랫폼 이용자들의 일상적 음악 경험을 인터뷰 자료를 실었다. 자료를 통해 플레이리스트가 가져온 변화와 한계를 읽고 감상의 차원에서 근거가 되는 다양한 이론을 덧붙여 음악 감상 문화에 관한 소견을 밝히고 있다. 특히 음악 감상자와 플레이리스트 청취 행위 자체에 주목함으로써 여타 음악사회학이나 음향심리학과는 결이 다른 서적이라고 볼 수 있는데, 먼저 음악을 소비하는 청취자의 입장에서 쉽게 공감이 갈 수 있는 요소가 있다. 동시대 청취자들이 음악 청취 방식의 변화에 관해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인터뷰를 찾아보면 '감상자가 아티스트가 되어간다'거나, '트렌드에 뒤떨어져도 비주류의 음악을 능동적으로 탐색하는 일', 행위의 목적에 따라 맞춤형 플레이리스트나 특정 음악을 찾아들음으로써 취향을 명확하고 세분화해서 말할 수 있음' 등을 언급하였다.
책에서는 음악사회학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며 음악예술에 있어서 미학적 접근을 이어가고 있다. 테어도어 아도르노-"퇴행적 청취와 엘리트주의", 발터 벤야민(1939)-"분산적 태도", 마셜 매클루언(1964)-"미디어는 인간의 확장", 메를로퐁티-"고유 신체", 아이디-"이미지-몸", 티아 데노라가 계승한 앤 애니옹-"능동적 수동성" 등 여러 철학/미학적 접근을 토대로 바라보았다. 이를테면, 감상자의 감각 경험에 관해서는 에드문트 후설과 메를로퐁티의 '현상학적 환원'과 '수동적 종합성(주체=세계)'와 같은 이론을 바탕으로 각각 음악 자체일 수 있게끔 하는 적극적인 귀 기울임 태도와 신체 속으로 파고들어 나를 재구성하는 행위이자 체험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저자는 사회학자 데노라와 애니옹의 글을 크게 참고하였는데, 티아 데노라의 유발성(Affordance)은 음악이 그 자체로 고정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닌 듣는 사람의 상황에 따라 감정이나 행동을 유발하는 모종의 장치라는 것을 나타낸다. 또한 앤 애니옹의 애착과 아마추어는 좋아하는 음악을 능동적으로 찾고 개발하여 감각을 다듬는 이들을 일컫는 개념이다.
철학을 떼어놓고 보더라도 현대인에게 음악 감상은 몰입 행위이자 개개인에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총체적인 방식의 듣기이다. 위에서 언급한 멜론 청음 현장에서도 그렇지만, 더 이상 음악 예술은 미적 가치와 절대성의 기준에 따라 판별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기분과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되는 생동의 무엇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플레이리스트를 놓고 본다면 이에 따라 생산자의 입장에서는 더욱 소비자의 음악 소비 패턴과 청취 유형을 분석하여 나름의 큐레이팅을 할 필요가 있고, 소비자는 현명하게 음악을 소비하기 위해 자신의 음악 취향을 파악하여 플레이리스트를 탐색하고 일상에서 어떻게 음악과 접목되고 있는지를 알아갈 필요가 있다. 또한 음악 플랫폼은 벅스, 멜론, 유튜브 뮤직, 애플뮤직 등 광범위하므로 자신이 음악을 어떻게 소비하는지에 따라 이를 관리하는 즐거움을 찾는 것도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싱글 위주의 음악이 대세로 자리 잡은 시점에서 플레이리스트로 취향을 공유하고 타인의 플리로 기존의 음악을 확장하는 일은 앞으로 열려 있으며, 특히 이용 중인 스포티파이에서는 '잼(Jam)' 기능을 통해 실시간으로 편집하고 동시 청취가 가능하다. 플레이리스트는 음악을 데이터처럼 자유자재로 편집하고 수정하여 능동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