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취향과 서브켤쳐

Feat. <울트라백화점 서울 Vol.2> 포스트 서브컬쳐

by harmon

음악 취향은 어떻게 형성될까? 출근길에 시간이 남아 우연찮게 '머니그라피'의 팟캐스트 프로그램인 <토킹 헤즈 Talking Heads>를 듣게 되었다. 이재용 회계사와 조아란 마케터, 육식맨, 박지수 대표가 모여 취향이 무엇인지, 취향이 개인적으로 어떻게 형성되었고 트렌드로써 주류로 자리 잡게 되는 이유는 무엇이며 취향에 돈을 잘 쓰는 방법 등을 나누었다. 취향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사물에 관심이 쏠리는 경향성을 의미하며 보통 자기표현의 수단이자 호불호를 명확하게 동반하는 방향성을 말한다. 개인적으로는 돌연변이 형질을 갖춘 문화적 DNA라고 생각되는데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거나 어떠한 활동을 할 경우 경험이 개인의 프로파일로써 확립되지만 CRISPR 유전자 교정 기술처럼 교정과 편집이나 유연하게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음악을 들을 접하게 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음악의 코드를 분류하고 플레이리스트나 좋아요 목록에 추가할지를 배제할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우연히 감명을 받거나 독특한 매력을 느낄 때는 나중에 들을 목록으로 넣어놓기도 한다는 점에서 취향이란 발전 가능성을 예측할 수 없는 하나의 유기물 같은 느낌 역시 받는다.


연휴를 맞아 방문했던 <울트라백화점 서울 Vol.2> 포스트 서브컬쳐 전시가 DDP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어반플레이가 주최 · 주관하고 서울경제진흥원에서 협력하여 해당 전시에서는 누구나 브랜드가 될 수 있는 AI시대를 맞아 개인화와 공동체의 연결성, 그리고 정체성과 브랜드, 취향과 소비방식을 다룬다. 세계를 움직이는 자신만의 깊숙한 원형은 무엇인지, 밈은 브랜드가 될 수 있는지와 같은 서브컬쳐의 근원적인 질문부터 시작하는 서브컬쳐 스트릿에서 시작하여 음악과 출판, 패션, 필름을 망라하는 취향의 보편적인 영역까지 5가지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에서도 나는 '음악 취향'에 집중하여 어떠한 음악적 담론이 전시에서 오가고 있는지, 사람들이 음악을 어떻게 듣고 있는지, 또 흥미로운 주제의식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 등을 살펴보고자 했으며 음악을 다루는 B-side Records 구역에서 커스텀 플레이리스트로 청춘, 열정, 내면, 연대, 위로라는 5가지 표제어를 바탕으로 아티스트들이 제시하는 플레이리스트와 생각을 살펴볼 수 있었다. 전시를 구경하고 난 이후에는 사람들이 음악을 청취하는 방식과 취향이라는 요소에 호기심이 생겼다.


음악은 어떻게 취향으로 자리 잡는가

음악이 취향을 말할 때 자주 언급되는 이유가 있다. 크리스토프 드뢰서의 <음악 본능>에 따르면, 음악이 "회상을 일으키는 촉매의 구실을 하지만 무엇보다 '총체적인' 경험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총체적인 경험은, 스웨덴의 음악학자 파트릭 유슬린Patrick Juslin이 언급한 음악이 감정을 일으키는 6가지 메커니즘을 살펴보면 좋다. 1) 뇌간 반사, 우리는 끊임없이 청각 인상들을 '스캔'하여 잠재적인 위험 신호를 포착한다. 이 스캔 작업은 뇌간에서 일어나는데 청각 자극의 원시적인 반응을 나타낸다. 2) 평가 조건화, 음악과 개인적인 경험 때문에 특정 음악 장르를 특정 음악 상황과 결부 짓는다. 3) 감정적 감염, 음악이 표현하는 감정의 이입을 말한다. 4) 시각적 심상, 음악은 우리를 꿈으로 이끌고 일출의 광경 등을 불러낼 수 있다. 5) 일화(에피소드), 일반적인 연상이나 기억을 되살리는 것뿐만 아니라 강한 감정과 결부된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6) 음악적 기대, 일반적으로 사건 진행이 기대에서 벗어날 때 놀람의 감정을 느낀다. 6가지 중에 개인의 경험과 무관한 것은 1번뿐이며, 인간의 경험에서 음악은 벗어날 수 없는 강력한 장치이자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부분 특정 음악이 취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것은 이전 경험이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어떤 곡과 비슷하다'거나 '표절했다'라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뇌에는 음악을 들을 때 음악을 도서관에 있는 분류기호 구분법으로 패턴을 파악하는 데 능숙하기 때문이다. 익숙하지 않은 음악을 들을 때에는 뇌가 더욱 분주하게 돌아갈 것이 분명하고 뇌는 불편한 것을 좋아하지 않으므로 곡이 낯설고 생소하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물러날 수 있다. 새로운 곡을 들을 때면 이전 음악 청취 경험을 통해 얻은 패턴으로 일종의 기대감을 형성하게 되는데, 신경과학자 로버트 자토르와 밸러리 샐림푸어Valorie Salimpoor는 새로운 곡을 들을 때 중격의지핵이라고 부르는 뇌 부위(예측 및 기대, 예측이 옳았는지 확인하는 곳)가 활성화되었음을 알아냈다. 예측이 맞게 된다면 쾌락을 느끼고 도파민을 분비하게 되며 다시 음악 청취의 긍정적 루프로 작용하게 된다. 마음속에서 이미 들어 본 음악을 말이 노래로 들리는 착청 현상이나 특정 악구가 계속 들리는 것 모두 '반복'을 토대로 하는데, 대다수는 친숙한 반복적인 음악패턴을 가지고 새로운 음악이 복잡하거나 단순하지를 저울질할 수 있다.

image.png DDP 서브컬쳐 전시 텍스트 일부

그렇다면 우리는 친숙한 음악을 선호하는 걸까, 선호하는 음악을 친숙하게 느끼는 것일까? 사실 선호하는 음악조차도 기존에 친숙했던 악구와 패턴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대다수이며, 좋아하는 음악은 편안한 기분으로 이어지며 보상 회로를 자극한다. 음악을 음악으로 인식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요소는 '반복'이다. 특정한 매체나 물건에 지속적으로 노출이 되면 누구나 낯선 것보다 기존에 익숙한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심리가 생긴다. 카를로스 실비 페레이라Pereira CS의 연구에 따르면 정서나 보상과 관련된 뇌의 영역이 친숙하지 않은 음악보다 친숙한 음악을 들을 때 더욱 활성화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이는 음악의 선호도와는 전혀 관계가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2009년에 미국 워싱턴 조지타운 대학의 조세프 라우셰커Josef Rauschecker는 대학생들에게 각자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CD를 가져오라고 요청하고 실린 곡들 사이의 휴식 시간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 결과 피험자들의 전운동피질에서 뚜렷한 활동이 나타났다. 전운동피질은 운동을 준비하는 뇌구역으로 다음에 나올 곡의 리듬과 박자를 미리 파악하고 근육을 움직일 준비(따라 부르거나, 율동을 하는 등)를 하는 것이었다.


친숙함 속에는 반복이 내재되어 있고 해당 요인이 선호도를 결정짓는다고 하면, 친숙함이 형성되는 시기로 10대 초~20대 중반까지가 자주 언급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단순한 음악보다 복잡한 음악을 선호하게 되는 경우도 많지만 이 역시 기존에 듣던 음악 스펙트럼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서 이를 넘어서기 직전, 임계값 근처에서 맴돌게 된다. 미국의 음악학자인 모리스 홀브룩과 로버트 신들러의 연구를 찾아보게 되면 대중음악에 대한 우리의 취향이 20대 초에 최고로 발달했다가 그 이후에 식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청소년 시기에는 집단 무리나 사회적 유대관계와 영향을 받으며 뇌 역시 성숙하는 과정에 있으므로 정체성과 특정 음악 취향이 생기게 된다. 이때 형성된 장르 취향의 보수성은 심리적 도식schema으로써 작용하며 어떠한 음악(팝송 - 후렴이나 간주, 재즈 - 스탠드곡과 악기 연주순, 로큰롤 - 3가지 화음)의 연주 방식을 비교하며 음악적 안주와 모험 속 균형을 유지한 채로 새로운 음악을 저울질하게 된다.


멜로디냐, 가사냐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에는 정답이 없지만 우리 자신이 제작자인지 소비자인지에 따라 감상하는 방법은 달라질 것이다. 구자현 박사는 <호모 무지쿠스는 뇌로 음악을 듣는다>에서 음악을 들을 때 가장 쉽게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감상법을 소개한 바 있다. 그중 첫 번째는 악기의 소리(악음)에 집중하여 음파의 파형을 즐기는 방식이다. 현에서 진동할 때 만들어 내는 배음렬의 규칙성과 더불어 여러 악기의 화음과 어울려 생성되는 조합음을 감상하는 방식으로 확장될 수 있다. 두 번째는 짤막한 테마, 음들의 연속을 즐기는 방식이다. 음가의 차이가 만들어 내는 어울림과 리듬에서 떠올릴 수 있는 정서나 안정감을 중요시 여기는 사람들은 패턴이 어떻게 보존되고 변형되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세 번째는 화음 진행과 악곡의 형식적 구조에 귀를 기울이는 방식이다. 조성 음악에서 으뜸화음과 버금딸림화음의 코드 진행을 확인하고 음악의 형식에 주목함으로써 복합적인 전개 구조를 파악하고 평가하는 감상 방식이다.


음악을 듣는 기준이 멜로디 중심인지, 가사 중심인지는 빈번하게 오가는 주제이다. 가사를 중시한다면 좌반구의 기능에 크게 의존하여 곡을 감상할 것이고 곡이나 멜로디를 중시한다면 활용되는 악기나 화음 구성에 매력을 느낄 것이므로 우반구의 기능에 크게 의존한다고 볼 수 있다. 해당 논제는 음악은 음악 그 자체에 가치가 있다고 바라본 한슬리크적 태도와 음악은 감정적 표현을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바그너적 태도의 충돌로도 해석해 볼 수 있다. 이는 19세기 신독일악파와 보수파의 음악 미학 논쟁에서 쟁점으로 오랜 기간 다루어졌고 1854년작 <음악적 아름다움에 대하여>가 발단이 되었다. 분명 한슬리크는 목적도 기능도 없이 오직 예술 작품 자체에 집중해야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합목적성을 지킬 수 있다고 보았지만, 동시대의 청취자들의 입장은 다르다. 요즘은 멜로디와 가사를 둘 다 신경 쓰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가사의 의미를 알고 들으면서 곡으로 어떻게 표현되는지 통합적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사가 곡에 얼마나 어울리며 기악이 주는 정서를 뒷받침하고 설득력 있게 제시되는지를 추론하며, 좌뇌(가사)와 우뇌(멜로디)를 동시에 활용한다.


이상적인 감상 방식은 자신이 음악을 잘 소화해 낼 수 있게끔 청취하는 것이다. 음악 감상 방식을 DDP 전시와 엮어본다면 입장 후 관람하며 수집할 수 있는 스크랩 질문지와 연관 지을 수 있을 것이다. 입장 전에는 스크랩된 종이를 모을 수 있는 파우치북을 하나 주는데 여기에 자신이 원하는 주제나 문구의 종이를 수집할 수 있다. 그중 하나가 '음악 청취 유형 테스트'로 자신이 어떻게 음악을 듣는지 알아볼 수 있게 체크리스트로 구성되어 있다(아래 이미지 참조). 이외에도 성향으로 알아보는 악기 유형 테스트 등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질문지가 준비되어 있다. <음악과 연주>의 저자인 브루노 발터는 이상적인 음악 해석자, 곧 이상적인 연주자는 "온전히 작품에 사로잡혀 온전히 작품을 지향하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개성이 발산하는 충만한 힘 그리고 재능을 행사하는 데서 느끼는 기쁨을 작품 재현에 동원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동일한 차원에서 감상 방식은 내가 듣는 음악이 더 우월하다거나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상적인 감상자란 청취 방식의 기준을 잡고 원작자의 의도대로 내적인 기쁨을 충실히 만끽할 수 있을 사람이라고 정의한다면 다음과 같이 추려낸 질문을 고찰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제목을 입력해주세요..png 스크랩 페이퍼 질문지 일부

나는 음악을 얼마나 좋아하는가?

음악을 선곡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닮고 싶은 점은?

어릴 적 가장 좋아했던 음악은?

나의 음약 취향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음악을 듣기 좋은 시간대는?

나만의 숨어서 듣는 명곡은?

내가 가장 아끼는 가사 한 줄은?

한때 좋아했으나 멀어진 음악은?

나에게 '음악'이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