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닿는 음악

Feat.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

by harmon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

주말에 시간이 나서 서울 이태원 쪽에 위치한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를 방문하였다. 마침 그 옆으로 조금만 더 가면 현대카드 아트라이브러리도 있어서, 외국인들도 1층에 전시된 바이닐을 감상하고 있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뮤직라이브러리는 2층에 있는데 1층에는 카페와 리셉션이 있다. 이전에는 현대카드 보유자만 패스카드를 받고 입장이 가능했으나 요즘은 주중이나 카드 신청과 관계 없이 현대카드 다이브 앱 회원이기만 하면 월 8회 한정으로 입장을 시켜주고 있다. 음료나 소지품만 반입이 불가하며 2층으로 올라가면 LP 턴테이블과 음악서적을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뮤직라이브러리에는 1900년대 음악 바이닐은 물론 <롤링 스톤>이 1967년 창간된 이후 컬렉션을 보존하고 있다. 셀렉션은 글로벌 바이닐을 예로 들면, DJ Soulcape, Scott Mou, Hajime Oishi 세 분은 각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비주얼 아티스트, 월드 뮤직 저널리스트라는 다른 직업을 가지신 분들이 큐레이팅하였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아서 대기시간이 길었지만 흥미로운 서적이나 90년대 고전음악이 많이 소장되어 있어서 기다리는 게 힘들지는 않았다. 이용 설명을 듣고 나면 30분 동안 원하는 LP 3장을 마음껏 원하는 대로 청음할 수 있다.


어떤 것을 고를까, 요한 요한손의 <Virðulegu Forsetar>(2004)와 한스 짐머의 <Interstellar (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2014), 스티브 라이히의 <Music for 18 Musicians>(1976)를 세 장 뽑았다. 영화음악이거나 앰비언트풍의 클래식이거나 ECM 미니멀리즘 음악은 공간 속으로 몰입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져서 그랬는지 더욱 선명하게 들렸다. 이름만 알고 있던 스티브 라이히의 'Music for 18 Musicians' 각 섹션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림바와 실로폰, 클라리넷, 첼로, 여성 앙상블의 보컬을 듣고 있자면 마음이 편안해진다(이지 리스닝이라고 불러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이 음악은 어떻게 음악으로 인식되는 걸까? 또한 인간은 모두 공통적인 감각기관과 청각을 지니고 있는데 지각하는 과정은 어떤지, 음악이 수학과 과학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말이다. 우리가 음악을 통해서 어떠한 감정 변화를 겪는지에 관해서 알면 좋을 것 같아 <호모 무지쿠스, 뇌로 음악을 듣다>를 참고하였다.


소리가 발생하면 공기라는 매질을 통하여 종파의 형태로 귀에 전달된다. 소리파동이 고막이 도달하면 귓속뼈(망치뼈, 모루뼈, 등지뼈)의 지렛대 원리에 의해 진폭은 줄고 압력 신호는 증가한다. 이때 고막에서 좁은 달팽이관으로 진동을 전달하기 위해서 압력이 증폭되는 것으로(압력P=힘F/면적A) 밀도를 극복하고 임피던스를 매칭한다. 중이에는 유스타키오관이라는 이소골과 비강을 연결하는 관이 있어 외이도의 기압과 일치시킨다. 등자뼈가 난원창, 즉 달팽이관과 연결된 막을 두드리게 되면 달팽이관 내부에 있는 액체의 진동으로 변환되어 압력파동은 기저막 내에 있는 모세포(청세포)에서 신경 임펄스로 변환된다. 기저막은 3,000여 개의 가로 섬유를 지니고 있는데, 이는 기계적 진동을 전기 신호로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흥미로운 점은 입구(기부쪽)의 섬유는 높은 음을, 끝쪽의 섬유는 낮은 음을 감지한다는 것이며 청세포에서 이를 변환하여 청신경을 타고 청각 피질에 도달하게 되면 우리는 그때서야 '소리'를 듣는다고 표현한다. 파동이 가장 강한 곳에 있는 청세포는 자극을 받고 강한 신호를 뇌로 전달하게 되며 후속 작업으로 이전에 들어본 적이 있는지, 언제 들었는지를 찾아서 맥락을 부여하게 된다.


달팽이관은 외림프액이 있는 전정계와 고실계, 내림프액이 있는 중간계, 이를 나누는 역할을 하는 전정막과 중간층의 경계를 나누는 면 중 하나인 기저막이 있다. 기저막은 기부 부분은 길고 느슨한 반면 정상부로 갈수록 폭과 두께, 경도가 줄어들어 진동수 분석 기능을 좌지우지하는데 감각 기관인 코르티 기관의 유모세포가 진동에 의해 굽어지면서 칼륨 이온이 발생하고 전압 변화로 연결된다. 안쪽 열의 유모세포에 연결된 뉴런의 반응은 흥분성인 반면 바깥 열은 억제성이다. 물리학자인 게오르크 폰 베케시(Georg von Békésy)는 1961년 진행파동이 진동수 분해를 담당한다는 사실을 밝혀내 노벨상을 받은 바 있다. 달팽이관의 내부가 기저막에 의해 양분되어 있으므로 진행파동은 우선 위의 공간을 향한 다음 아래의 공간으로 진행하며, 유모 세포의 끝이 휘어지면 전기 펄스가 감깍 세포와 시냅스 접촉을 하고 있는 신경절 뉴런에서 발생하는데 이 뉴런은 축삭돌기가 청신경의 구심성 섬유를 형성한다. 뉴런은 -70mV의 전기 퍼텐셜을 띠고 있다. 신경 전달 물질이 시냅스 앞쪽 세포로부터 시냅스 간극으로 분비되면 전기를 띤 원자인 소듐 이온, 포타슘 이온, 칼슘 이온 등에 대한 막의 투과성에 변화가 생기고 뒤쪽 뉴런의 신경 세포체 쪽으로 전달된다. 어떤 시냅스에서 신경 전달 물질인 노르에피네프린이어서 양의 펄스인 EPSP를 만들어 내고 다른 시냅스에서는 글리이어서 IPSP를 만들어 낸다. 1밀리초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시냅스에 펄스가 도착하고 시냅스 간극으로 신경 전달 물질을 분비하는 사이에 시간 지연이 일어나 시냅스 뒤쪽 뉴런에서 반응의 형성이 지체된다.

슈테픈 쾰시와 이사벨 페레츠의 도식에 기초한 도표

음은 깨끗하지 않다. 소리는 늘 진동을 동반하며 기본음에 중첩되는데, 기타 현이 220헤르츠라면 440, 880과 같은 배음과 섞여 흘러나오지만 뇌에 도달하는 소리 신호는 하나이다. 배음은 순음에 비해 작으며 악기의 음색을 결정하는데, 뇌에서는 늘 순음이라고 하는 '최대공약수'를 복원하기 위해 하향식 처리를 거친다고 표현한다. 고막과 청소골에서는 두 주파수가 선형적으로 중첩되어 하나로 들리게 되지만 기저막에서 중첩될 때는 소리가 증폭되고 변형되는 과정에서 교란이 일어날 수 있다. 특히 두 주파수가 임계 대역(CB)에 근접하게 되면 뇌는 맥놀이를 경험한다. 그 값이 15Hz 이상일 경우에는 불협화음으로 느껴지는데 식별역을 기준으로 30배 정도의 수치 차이가 나야 서로 다른 두 음이라고 구분할 수 있게 된다. 2차 맥놀이도 존재하는데, 주파수가 정수 비율에서 조금씩 어긋날 경우에서 발생한다. 저음역대는 청신경에서 위상 고정을 통해 맥놀이를 감지할 수 있지만 1,500Hz인 고음역대 이상의 경우에는 박자를 따라집지 못해 음을 거의 구분하기가 매우 힘들어진다.


뇌과학과 전자 공학, 음향학 학제 간 연구를 포함한 분야를 음향심리학이라고 부르고 있다. 복합음은 같은 음이더라도 환경의 음에 따라서 사람마다 다른 음높이로 듣게 될 수 있고 셰퍼드 음계 역시, 무한히 상승하는 듯하나 실은 항상 제자리걸음하는 음계로 교묘한 복합음이기 때문에 그 다음이 음이 항상 더 높게 느껴지는 착청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복합음은 푸리에 해석(여러 사인함수들의 합으로 표현하는 수학적 기법)으로 사인파와 코사인파로 분리해볼 수 있지만 뇌는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진동수를 가진 f1+f2의 평균값인 합성 음파의 세기가 진동하는 현상을 맥놀이라고 하는데, 위상 차와 진폭의 크기가 동일하다는 전제 하에 동일한 값의 진동수에 따라 강해졌다 약해졌다를 반복한다. 헬름홀츠의 '방해 이론Stortheorie'이 이와 관련해서 좋은 소리와 듣기 싫은 불협화음에 관한 표준적인 이론이었지만, 배음 간의 맥놀이라는 주장은 결국 순수한 사인파 두 주파수만 있어도 불쾌함이 전해지므로 기저막의 물리적 한계라는 것으로 반박되었다.


잡음을 음악으로 인식할 수 있는 장치라고 한다면 리듬이나 박자일 텐데, 뇌에서는 이런 규칙적인 음을 인지하는 매커니즘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보인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뇌과학자 제시칸 그란은 피험자들에게 세 가지 리듬 신호를 제시하였는데, 각각의 신호는 음높이와 크기가 일정한 순음들로 구성되었다. 첫째 신호를 구성하는 음은 길이가 정수배 관계를 이루면서 '네 박자'이고, 둘째 신호는 정수배이나 박자를 알아챌 수 없게 배열되었으며 마지막은 길이에 공통 단위가 없어서 단순한 소리 배열처럼 구성했다. 당연하게도 박자가 있는 리듬은 피험자들이 손가락으로 정확하게 재현하였으나 다른 두 신호는 그 비율이 낮아졌다. 또한 피실험자 27명을 뇌 스캐너에 집어넣고 똑같은 신호를 들려주며 연달아 들리는 두 리듬이 똑같은지를 비교하였다. 그 결과는 전운동피질 premotor cortex과 소뇌가 활성화되었다는 점이며 특이하게도 리듬 패턴을 인지할 수 있는 신호의 경우에는 기저핵ibasal ganglia이 활성화되었다. 과거에서부터 인간은 선천적으로 박자를 포착하고 어떤 패턴을 파악하는 데 익숙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스티브 라이히의 음악, <Music for 18 Musicia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