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패니즈 브렉퍼스트(Japanese Breakfast)의 프런트우먼인 미셸 자우너(Michelle Zauner)는 방황을 이어가며 사운드로 감정을 좇았다. 슈게이징과 드림 팝 어딘가에 걸쳐 있는<Psychopomp>(2016)과 <Soft Sounds from Another Planet>(2017) 모두 한국인 어머니의죽음과 정에서터져 나온 봇물이었다. 잠시 비껴가서 베스트셀러로 올라 출판시장에서 반향을 일으킨 <H마트에서 울다>도 모녀 관계를 다룬 회고록이다. 그러나 코로나로 연기된 이후 3년 만에 돌아온 <Jubliee>는 그 의미대로 기쁨과 환희를 자아내며, 코드 프로그레션에 변화구를 던지는긍정 신호탄이다.
단순하게 창작하는 예술인처럼 고민을 양껏 덜어낸 모습이 보인다. 벅차오르는 감정을 피날레로 표현하는 'Paprika'에서 부드럽게 말한다.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맹위를 떨치는 기분이 어때? / 모든 가사를 곱씹고 느끼는 낯선 이들에게서 내 비전을 지키면서 말이야." 청아한 목소리는 퍼레이드처럼 온 거리를 비추는데, DAW를 통해 미사여음을 늘어놓는다는 건 곧 커리어에 대한 부담을 느슨하게 풀어내는 것 같다. 와일드 낫씽의 잭 타툼과 작업한 'Be Sweet'는 휘황찬란한 80년대 밤거리에서 듣는 시티팝으로 자우너는 무대에서 피아노와 베이스를 자유롭게 다루듯 MV를 카메라로 직접 촬영하는 감독의 모습을 꾸준히 보여준다.
벅차오르는 감정을 서슴없이 들려주는 재패니즈브렉퍼스트의 사운드는 수록곡마다 다른 농도로 희석된다.바이올린을 곁들여 비치 보이스를 엮은 우아한 세레나데 'Kokomo, IN', 깨방정을 부리듯 콩콩 튀어 다니는 'Savage Good Boy', 귀가 간지러운 베이스라인과 간주의 색소폰 연주가 들어간 'Slide Tackle' 모두 고양감이 찍히는 포인트가 다른 좌푯값이다. 그중에서 'Posing in Bondage'는 잉크처럼 퍼졌다가 흡수되는 것 같은 진동과 스키터링 드럼으로 슈게이징 인디를 가장 잘 드러낸다. 세찬기타가 들어간 'Sit'는 미츠키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전작부터 함께해 온 크레이그 헨드릭스의 아이디어이다.
그렇다고 날 것 그대로 휘갈긴 가사의 울적함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Psychopomp>에 수록된 'In Heaven'과 대비가 되는 듯한 'In Hell'은 반려견을 안락사시켰던 과거를 반추한다. "형광등 아래, 다른 무균실 안 / 임상사 판정은 어떤 건지 누구도 말해주지 않는 곳에서 / 두 대의 주사를 놓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어." 도입부의 현악기로 중심을 잡는 발라드 'Tactics'는 서먹한 부녀 관계를 평화롭게 적신다. "대양을 건널 정도의 먼 거리만큼 사랑도 정리하고 너한테서 떨어져야지." 제멋대로 뻗어나가는 6분 30초 길이의 'Posing for Cars'는 솔로 기타 연주로 언어의 여운을 대변하며 앨범의 페이지를 덮는다.
<Jubliee>는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걸작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근사하다. 앨범은 뼈를 깎는 인위적인 노력의 종착점으로도 보일 수 있으나, 불안정한 비행 중에 자연스럽게 마주한 하나의 기항지로 보이기도 한다. 상처를 딛고 일어서서 음악 체제를 정비해 이뤄낸 눈부신 결과이다. <Jubliee>는 제64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얼터너티브 뮤직 앨범의 후보로 올랐으며, 미국 독립음악협회(A2IM)가 주관하는 2022 리베라 시상식에서도 '올해의 앨범'을 비롯해 총 네 가지 부문을 석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