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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 harmon Sep 27. 2023

밀레니얼 조니 미첼의 환상적인 수중 심포니

[리뷰] 웨야즈 블러드의 [Titanic Rising]

 타이타닉 호 침몰 사건(1912)은 인류 최악의 재난 중 하나로 손꼽힌다. 산업혁명과 기계문명의 발달로 안락하고 효율적인 사회로 변모해가고 있었던 20세기에는 보이지 않는 빙산조차도 도사리고 있는 위협이자 첨예하고 위태로운 송곳이었다. 그러나 불과 한 세기가 지난 현재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 때문에 양극에 있는 빙산은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어 아이러니하게도 큰 걱정거리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평소 재난 영화에 이끌리던 와이즈 블러드가 타이타닉 사건을 차용한 것은 역시 현대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것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자 위함이다. 밀레니얼 세대가 현대사회에서 겪을 수 있는 번아웃, 생태계 파괴와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역효과ㅡ인터넷 중독, 거짓정보 유포, 틴더와 같은 온라인 데이팅 앱으로 인한 소외화ㅡ는 일종의 인공적인 빙산과도 같을 것일 터이기 때문이다.


 그도 마찬가지로 패러다임의 변화에서 무력감과 허무한을 느낀 탓인지 부정적인 경험을 시사하고 있으면서도 침착하게 구명조끼와 조명탄을 음악을 통해 구하고자 한다. 그런 의미에서 60-70년대의 클래식한 소프트 록, 라디오에서만 흘러나올 것 같은 복고적인 요소를 전체적으로 반영한 것도 납득이 된다. 미래를 단순히 비관하기보다 희망을 가지고 대처하고자 과거의 경험과 축복을 복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조니 미첼과 카렌 카펜터, 캐롤 킹 등 불멸의 여성 싱어송라이터를 떠올리게 하는 목소리는 고전적이고 교향악적이며 성숙한 면모를 내비친다. "기성세대들이 가진 것만큼 변하지 않을 것이라 믿었던 이 세상에서 성장해 가며 겪는 트라우마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었다."

 폭시젠의 조나단 라도(Jonathan Rado)를 거쳐 완성된 챔버 팝, 오케스트라 및 앰비언트적인 요소는 오프닝 곡에서부터 발견된다. 많은 변화가 있을 거라는 타이틀처럼 'A Lot's Gonna Change'의 도입부는 우주의 웜홀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처럼 천문학적이고 시네마틱 한 분위기를 풍기다가 낯선 피아노 피아노 반주로 넘어간다. 어린 아이에게 조언을 남기는 듯한 성숙한 어머니 같은 목소리는 멜로트론과 슬라이드 기타가 결합된 'Andromeda'를 만나 더욱 우아하고 절실하게 들린다.


 통통 튀는 발랄한 업템포 곡인 'Everyday'와 바로크 팝 장르의 'Something to Believe'를 건너 간주곡(Interlude)인 'Titanic Rising'을 기점으로 앨범의 전후반이 나뉜다. 특히 'Movies'에서는 희망과 사랑에 대한 동경을 넘어 '영화가 안겨준 거짓된 신화'에 실망하지만 한편으론 어릴 적의 경험을 회억 하면서 일부가 되고 싶다는 모순에 당착하고 있다. 진동하는 신스 아르페지오에서 브리지에 등장하는 첼로 연주로 와이즈는 영화의 스크린을 찢고 나오는 듯하다.


 'Wild Time'은 생존과 사랑에 대한 진혼곡이고, 꿈결 같은 발라드 <Picture Me Better>에서는 자살로 세상을 떠난 친구를 애타게 그리워하고 있다. 'Nearer to Thee'는 실제 타이타닉 사건이 가라앉기 직전까지 악단이 연주했다는 점에서 'Nearer, My God, to Thee'에 고리를 걸어 돌아가신 8인의 음악인들을 추모하면서도 인간성의 무력함을 피력하며 마무리하고 앨범의 재킷을 잠그고 있다.


 물속에서는 소리의 속력이 대략 1500m/s, 하지만 진폭이 줄어들어 소리의 세기는 굉장히 약해진다. 와이즈는 공감각적인 지점을 활용하여 둔탁하지만 아날로그적인 요소를 청자에게 부담스럽지 않게 가져온다. 공간감을 우주로 확장하면서도 바닷속을 유영하고 거닐 듯이 부드럽지만 오케스트라처럼 사운드를 연출하여 한 편의 수중 심포니를 지휘하고 있다. 단순하게 인디 신의 뮤지션이라고 설명하기엔 역부족일 정도의 걸작이다. 이를 통해 청자들은 음악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시청'하며 전율을 느낄 수도 있겠다.

©️Brett Stan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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