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리 랭킨과 키보디스트 캐리 맥렐란은 동화 <빨강머리 앤>의 고향인 캐나다의 프린스 에드워드 섬 옆에 있는 케이브 브레턴 섬에서 자랐다. 서로는 어릴 적부터 이웃으로 알고 지내면서, 캐나다 알코올음료인 '블루 레브(Blue Rev)'를 마시며 휘황찬란한 청소년기를 보내기도 했다. 캐나다에서만 독점적으로 유통되고 있는레브는 과라나가 함유된 7도 도수의 알코팝으로, 이들은 광활한 바다와 자연에 둘러싸여 청량해 보이는 레브를 마시던 추억을 환기하고자 한다.
올웨이즈는 알코올에 섞은 탄산처럼 잡음을 표층적으로 쌓아 올리고 믹싱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질감과 깊이를 남다르게 채워나갔다. 귀를 먹먹하게 만들면서 톡 쏘는 듯한 스타일은 슈게이징을 전체적으로 대입시킨 결과물이고, 프로듀서인 숀 애버렛(Shawn Everett)의 철저한 지휘 하에 다이렉트로 녹음하지 않고 반복한 리허설에서 생겨난 지질 구조가 이를 방증한다. 찰랑거리는 기타 소리에 주목한 쟁글 팝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나기도 한다.
오프닝 트랙 'Pharmacist'의 으르렁거리는 듯한 사운드는 신스와 마이크로 앰프의 증폭으로 탄생한 케미를 마음껏 발산하고 있고,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영감을 받은 'After The Earthquake'에서도 노이즈는 역동적으로 귓속을 굴러다닌다. 'Very Online Guy'나 'Pomeranian Spinster'와 같이 익살스럽고 우스꽝스러운 면모가 드러나는 곡에서 절정에 달하는 것 같으나 변조되고 작위적이며, 사이키델릭한 보컬에 파묻혀서 모래 속에서 진주를 찾는 것만큼 구별이 되지 않는다.
카오스의 에너지가 마구 흘러넘치는 가운데 이질적인 존재가 스며든 'Tom Verlaine' 과 'Pressed', 'Belinda Says'ㅡ각각 텔레비전 밴드의 톰 벌레인과 스미스, 고고스 밴드의 벨린다 칼라일ㅡ등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후자의 곡은 올웨이즈의 정체성인 'Archie, Marry Me'만큼 강렬하며, 음악 속에서 유토피아를 실현하고 있는 듯하다. 마이 블러디 밸런타인, 카메라 옵스큐라 등과 같은 유수의 밴드의 영향을 떠나서 87년도, 한 라디오에서 흘러나올 것만 같은 복고적인 요소가 결합되었다. “벨린다 칼라일이 부른 곡의 가사는 사실 알렉의 아이디어였는데, 퍼즐을 맞추는 마지막 조각 중 하나였어요. '스케이트 장 뒤에 있는 블루 레브'라는 가사처럼요."(<언더 더 래더>)
블루 레브를 타이틀로 가져온 것은 노스탤지어한 느낌을 자아내는 'ALWAYS'란 단어가 마음에 든다는 과거의 인터뷰 발언과 일맥상통하기도 한다. 아파트에는 도둑이 들고, 홍수 피해로 침수되고, 팬데믹으로 국경을 넘지 못하는 등 여러 가지 난항으로 밴드는 앨범 제작에 차질을 빚었다. 그럼에도 방기하지 않고 시련에 인종하며 완성시킨 노이즈의 집합체는 5년 만에 팬들에게 이루어지는 강단 있는 생존신고이다. <Blue Rev>는 2023년 주노 어워드 올해의 얼터너티브 앨범 부문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