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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19. 2023
사랑의 통약불가능성, 비창한 목소리로 되묻다
[리뷰] 미츠키의 [The Land Is Inhospitable...]
"인생에서 최고로 잘했던 일은 사람들을 사랑하는 거였다. 죽고 난 뒤에도 가진 사랑을 남겨놓은 채 떠날 수 있으면 한다. 그러면 타인에게 베풀었던 이로운 사랑 전부를 비출 수 있을 테니까." (<롤링 스톤>) 미츠키는 <애프터 양>(2021)이나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 웻 원스>(2022)의 사운드트랙에 일조하는 등 1년 하고도 반 만에 대중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긴 시간 동안 프로듀서인 패트릭 힐랜드와 작업하며 내쉬빌에 있는 밤 셸터(Bomb Shelter)와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선셋(Sunset)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거쳤다.
<The Land Is Inhospitable And So Are We>는 이전 앨범ㅡ<Be The Cowboy>, <Laurel Hell>ㅡ과는 결이 다르다. 드루 에릭슨의 편곡과 지휘 하에서 총 17명의 오케스트라 합창이 가미되어서 그런지 고요한 챔버 음악 위주로 구성되고 있다. 스파게티 웨스턴 속 엔니오 모리꼬네의 작곡을 비롯해 <파고>(1996) 등 여러 필름 스코어에 영감을 받은 결과로도 보인다. 전방위적으로 흩뿌려진 소프트 록 스타일의 'Buffalo Replaced'나 불협화음으로 반전을 주고 있는 'When Memories Snow'는 청자를 사로잡기도 하지만, 틀에서 벗어난다고 보기 어렵다.
노엘 파울이 제작한 MV 속 리드 싱글 'Bug Like an Angel'은 단순한 스트러밍 패턴과 더불어 17명의 합창이 백보컬을, 발라드풍이 가미된 오케스트레이션 음악 'Heaven'에서는 찬가를 허밍하듯이 우아함을 속살거린다. 'The Deal'은 악마의 거래를 하고 싶은 화자와 내면에 있는 영혼의 명금을 교차하며 아웃트로의 휘몰아치는 드럼으로 대단원을 장식하기까지 한다. 잔잔한 면에 고루한 감을 느낄 수도 있으나, 미츠키만의 점프 컷을 활용한 'When Memories Snow'에서는 음악적 편집의 담대함을 피력한다.
'My Love Mine All Mine'은 앨범의 내밀한 주제에 근접한 트랙으로, 페달 스틸 기타와 컨트리 피아노로 클래식의 여운을 준다. 그윽한 목소리가 이어지며 신스의 반짝거림을 담은 'Star', 역동적인 관계ㅡ천사와 개, 주인, 신과 인간ㅡ의 힘으로 작동하고 있는 'I'm Your Man'에서는 짖어대는 사냥개들과 영문 모를 괴성이 새벽의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마지막 트랙인 'I Love Me After You'는 이와 대조적으로 자유로운 모습의 미츠키를 찾아볼 수 있다. "모든 거리도, 이 밤도 내 거야 / 나는 온 지상의 왕이야."
싱어송라이터 미츠키는 "종착역이 없는 길고 복잡한, 그런 깊은 사랑은 사람처럼 늘 진화한다. 사랑엔 끝이 없어서 우주여행처럼 느껴지기도 한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미츠키는 사랑과 고독, 가눌 수 없는 고통에 대해 운위하는 동안 미국 중서부와 달과 별 등 지상과 천체를 누빈다. 형이상학적인 공간부터 물질세계까지 음악으로 반추한 결과가 사랑의 통약불가능성이라고 한다면, 영역 사이의 간격에서 발생하는 비정상성에 야속함을 느낄 수도 있다.
무수히 절단된 자아는 저마다의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The Frost'에서 화자의 기억은 외로움에 묻힌 나머지 프랙털의 파편으로 남은 듯하고, 미츠키는 이전에 은퇴를 선언한 바 있기에 상냥한 목소리로 부르는 'I Don't Like My Mind'에는 슬픔이 묻어난다. 세심한 감정의 묘사와 마냥 평화롭다고 볼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신성을 발견하기도 한다.
마치 라나 델 레이가 되묻던 것처럼 '미국적인' 게 무엇인지 캐묻던 과거로의 복귀가 될지도 모르는 자아도 함축된다. 미츠키 스스로 가장 미국적인 앨범이라고 말한 근거가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