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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mon Dec 28. 2023

브루클린 4인조의 토템, 음악 제반의 아우라를 풍기는

[리뷰] 빅 티프의 [Dragon New Warm Moutain...]

  인디 포크 신에서 빅 티프(Big Thief)의 존재감은 압도적인 활동량에 정비례하고 있다. 데뷔 앨범인 <Masterpiece>(2016)는 물론 제65회 그래미 어워드 베스트 얼터너티브 뮤직 앨범 부문에서 후보로 오른 <U.F.O.F.>(2019), 같은 해 6개월의 간격으로 발매된 <Two Hands>(2019) 모두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은 바 있다. 이뿐인가. 팬데믹 상황에서도 각각 두 장의 솔로 앨범을 낸 애드리안 렌커(Adrianne Lenker), 드러머 제임스 크립체니아(James Krivchenia)를 본다면 휴식기라 말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작년 11월에 내한한 것도 모자라 기타리스트 벅 믹(Buck Mick)은 12일 서울에서 단독 공연을 펼쳤다.


 앨범을 향한 여정은 인고의 시간이었을 테지만 호기롭게 밀어붙였다. 최초로 프로듀싱을 맡은 드러머 제임스는 음악적 질료와 영감을 위한 여행을 밴드에게 제안했다. 팬데믹으로 각기 다른 네 곳ㅡ뉴욕 북부와 토팡가 주립공원, 콜로라도 산맥, 소노라 사막ㅡ에서 5개월에 걸쳐 세션을 펼친 덕에 마흔 다섯 곡이 탄생했다. 샘 에비앙(Sam Evian)과 8 트랙 테이프를 가지고 작업하여 만든 'Sparrow', 엔지니어 숀 에버렛(Shawn Everett)의 도움을 받은 'Little Things', 맷 데이비슨(Matt Davidson)의 아코디언이 겸비된 'Wake Me up to Drive' 등 곡마다 두드러지는 것은 기악의 조화로움이자, 스무 곡으로 간추려낼 수 있었던 실험정신의 결과일 테다.


 전작에 참여한 엔지니어 톰 몽크스(Tom Monks)의 기교로 더한 오프닝 트랙 'Change'는 삼라만상의 소멸과 생성 속에서 불변하는 가치를 좇는 평온곡처럼 느껴진다. "모든 게 흘러가버려도 / 당신은 죽지 않고 평생 살아줄 수 없나요? / 당신은 울지 않고 평생 웃어주겠어요?" 카드를 넣은 기타와 심드렁한 드럼으로 그루비함을 뽐내는 'Time Escaping'과 바이올린, 주즈하프를 활용한 블루그래스 'Spud Infinity' 역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마늘빵의 껍질이나 팔꿈치를 언급하는 후자의 곡은 우스갯소리 같지만, 쉽사리 지나칠 없는 유머와 재치를 갖추었다. "무한이라 함은 / 당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키스를 하고 / 팔꿈치가 아닌 몸 여기저기에 키스를 하는 것이지."

 드리안 렌커의 작사가 특이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은 극히 사소한 것부터 자연과 미지의 영역까지 끌고 들어오면서 느껴지는 '마법적인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라디오 주파수와 독수리의 비명, 아침의 거위와 따뜻한 산... 실제로 그의 솔로 앨범 <Songs>(2020)에 실린 가사였던 '따뜻한 산'이나 '용'은 'New Warm Mountain I Believe in You'에서 반복되고 있다. 종이 청아하게 울리고 난 뒤 들어서는 타이틀 트랙은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스마우그처럼 판타지와 연관된 일련의 환상을 일깨우는 듯하다. 자연 곳곳을 둘러본 경험으로 신비롭고 목가적인 송라이팅을 운율이 깃든 언어유희로 승화시키고 있다.


 피치포크의 앤디 캐시(Andy Cash)"여러분은 특정한 기악의 통로에서 딸그락거리는 배경 사운드를 알고 싶어서 라이너 노트를 확인해 볼지도 모른다"라고 했듯이, 모든 음악적 질료는 함께 연주하는 멤버들의 앙상블로 구성된다. 훈훈한 모닥불 주위에 오손도손 모여 즉흥연주를 펼치는 동물들이 그려진 커버 아트 역시 마치 멤버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것처럼 보인다. 미지근한 음정의 'The Only Place'와 관점의 변화가 두드러지는 북엔드 트랙 'Blue Lightning' 속 동료애가 빛나는 이유다. "끝까지 친구로 있어 줄래? / 눈의 주름이 되고 싶은 걸."


 이외에도 리처드 하디(Richard Hardy)의 플루트가 불어넣는 'No Reason', 오묘한 하프 느낌을 주는 나일론 기타와 셰이커가 들어간 'Heavy Bend', 더블 앨범에서 뱀의 머리에 해당되는 'Red Moon'은 20세기 컨트리 신을 목도하는 듯하다. 빅 티프의 신보는 포크 록과 트립 합, 일렉트로니카 등 장르적 대변환을 일구어내며 현대 밴드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음악적 특이점을 가리키고 있다. 토테미즘, 애니미즘ㅡ어느 쪽이든 아드리안 렌커의 노랫가락은 우주 종교적인 감정을 더해준다. <Dragon New Warm Mountain I Believe in You>는 2023 그래미 어워드에서 베스트 얼터너티브 음악 앨범 후보로 지명된 바 있다.

1. Change

2. Time Escaping

3. Spud Infinity

4. Certainty

5. Dragon New Warm Mountain I Believe in You

6. Sparrow

7. Little Things

8. Heavy Bend

9. Flower of Blood

10. Blurred View

11. Red Moon

12. Dried Roses

13. No Reason

14. Wake Me up to Drive

15. Promise Is a Pendulum

16. 12,000 Lines

17. Simulation Swarm

18. Love Love Love

19. The Only Place

20. Blue Light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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