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푸드는 곧 치유음식
건강과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요즘 치유농업, 산림치유, 정원치유, 해양치유, 웰니스 관광 등 치유산업이 재조명되고 있는 가운데, 치유음식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치유음식(Healing Foods)은 일반적으로 특정 건강 혜택을 제공하거나 신체적, 정신적인 치유를 도울 수 있는 영양소가 풍부한 음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개념 또한 규정된 개념이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건강을 촉진하고 질병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여겨지며, 전반적인 웰빙과 정신적인 안녕에 기여할 수 있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고, 다양한 영양소, 항산화물, 미네랄 등이 풍부하게 함유된 식단을 의미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비건 등 육식보다는 채소 위주의 음식을 치유음식이라고 정의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 2009년에 제정된 식생활교육지원법은 국민의 식생활 개선, 전통 식생활 문화의 계승 및 발전, 농어업 및 식품산업 발전을 촉진하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제정됐다.
이 법은 국민들의 식생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건강한 식습관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으며, 시ᐧ도 지사는 기본계획에 따라 5년마다 시ᐧ도 식생활 교육 계획을 수립하고, 시장ᐧ군수ᐧ구청장은 시ᐧ도 계획에 따라 5년마다 시ᐧ군ᐧ구 식생활 교육 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해야 한다.
식생활 교육은 개인 또는 집단이 올바른 식생활을 습관화하고 지속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을 의미하며, 음식물의 섭취와 관련된 모든 활동에 대한 이해와 실천을 촉진하고, 식품의 생산, 조리, 가공, 식습관, 식사예절, 식품의 소비와 선택 등을 포함한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앞선 2005년에 '식육기본법'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이 법은 먹거리를 중심으로 다양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하여 국가 전체적인 차원에서 식생활 교육을 강화하고자 했다.
인간이 거르기 어려운 먹거리 문제를 국가적인 사회 문제로 인식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국민운동으로서 식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법률이 제정됐다. 프랑스는 "국민에게 미각을 되찾아주자"를 슬로건으로 내세워 식교육을 실시했으며, 이는 식생활에 대한 개인과 국가 차원의 변화를 촉진하고, 소비자와 생산자 간의 신뢰 관계를 구축하며 지역사회를 활성화하고 풍부한 식문화를 계승 및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이러한 식생활 교육은 도시와 농산어촌 간의 공생과 교류를 촉진하며, 지역사회의 활성화와 지속 가능한 식생활을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로 간주되고 있다. 또한, 환경과 조화로운 식료 생산 및 소비를 촉진하여 식량자급률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
위의 법률과 달리 음식과 관련하여 범 국민운동으로 추진했던 경우는 첫째, 2011년부터 농협이 실시했던 식사랑 농사랑 운동이다. 이때는 ‘음식과 농업 권리장전’까지 선포하며, 소비자들의 건강한 농산물을 먹을 권리와 농업·농촌의 가치를 존중할 책임을 부여하고, 농업인은 소중한 생명 산업의 종사자로서 그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을 권리를 부여했다.
이렇게까지 추진한 이유는 건강한 식습관과 농산물 소비를 촉진하고 농업·농촌의 가치를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이 운동은 국민들에게 바람직한 식생활의 중요성을 알리고, 국내 농산물의 소비를 증진시켜 국내 농업의 발전과 농촌의 활성화를 촉구하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었다. 따라서 치유음식도 이러한 맥락에서 정의 내려져야 한다.
둘째, 슬로푸드(Slow Food) 운동이 있다. 이 운동은 1986년 패스트푸드 음식의 확산에 대한 반대로 일어났다. 당시 잡지 편집자였던 카를로 페트리니(Carlo Petrini)에 의해 시작된 것으로, 1989년 프랑스에서 슬로푸드 선언문을 발표하면서 범세계적인 운동으로 확산됐다. 지금은 지역농업을 활성화하고 생태계를 보존하며 음식을 통해 삶의 질을 바꾸는 운동의 성격을 띠고 있다. 또한 생물종의 다양성을 추구하면서 패스트 푸드와 같이 전 세계적으로 맛이 표준화되고, 미각이 동질화되면 특정 종자만 필요로 하게 되는 상황을 반대한다.
또한 슬로푸드 운동은 사라져가는 맛을 지키는 맛의 방주(Ark of Taste)를 통해 지역 음식 문화유산을 지켜나가고자 노력하며, 생물 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을 지키는 데 관심을 기울인다. 여기서 말하는 다양성은 생물 다양성뿐만 아니라 문화 다양성, 지역 다양성, 음식 다양성, 언어 다양성 등 여러 다양성을 포함한다. 지역농업과 로컬푸드 그리고 지역농업을 중요하게 여기며, 가족농을 중요시한다.
앞서 언급한 식교육 관련 법이나 범국민 운동은 우리 식탁에 건강한 먹을거리를 제공해주는 농촌으로 관심을 돌리는데 목적이 있다. 결국 식(食)과 농(農)이 다르지 않다는 ‘食農不二(식농불이)’ 운동인 셈이다.
따라서 초중고부터 음식에 대한 교육과 농사와 식문화 체험교육을 확대하고, 요리를 배울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치유농장에 음식 교육 전문농장을 병행 운용토록 지도하고 향토음식 마을 지정, ‘농가맛집’ 육성과 요리방법에 대한 자료도 데이터화해야한다.
슬로푸드 운동은 주로 음식과 식생활에 대한 철학적, 환경적인 측면에 중점을 둔 운동으로서, 식품의 생산과 소비에 대한 지속 가능성, 지역사회 지원, 환경 보존 등을 강조한다. 또한 슬로푸드의 핵심 원칙 중 하나는 지역의 특산물과 전통적인 농업 방식을 존중하고,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식생활을 촉진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원칙을 따르면서 음식을 소비하고 지역 농산물을 활용하면, 건강한 식습관과 치유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슬로푸드의 철학이 녹아있는 음식이 곧 치유음식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