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없이는 숲이 없고, 숲 없이는 문화가 없다
정신분석학자인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은 그의 저서<인간의 마음(The Heart of Man)>에서 인간의 마음에는 선과 악, 죽음과 삶을 사랑하는 이원론적이고 양면적인 모순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살아있지 않은 것에 매력을 느끼는 네크로필리아(Necrophilia)와 살아 성장하는 것을 향한 사랑을 의미하는 바이오필리아(Biophilia)라는 두 가지 개념을 언급한 바 있다. 산업화와 기계화된 사회에서 죽은 것에 대한 고착된 관심이나 경향과 생명력이 약해지고 정신적으로 마비된 사회를 네크로필리아라 한다면, 생명체에 대한 강한 애정이나 연결성을 강조하는 말이 바이오필리아라 할 수 있다.
인간의 마음은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과의 조화와 연결을 추구하며, 자연적인 환경에서 나오는 생명력과 균형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더 진화해왔다. 영국의 시인, 사무엘 존슨(Samuel Johnson)의 말처럼 자연계에서 등을 돌리는 것은 결국 우리 행복에서 등을 돌리는 것과 같다는 말처럼, 진화심리학적으로 우리 인간은 유전적으로 자연이라는 녹색에 대한 갈증을 늘 갈구하는 존재다.
이러한 바이오필리아와 밀접하게 관련된 분야가 바로 치유산업 중 산림치유다. 산림치유는 숲이나 자연적 환경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자연 소리를 청취하며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정신적 휴식을 취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산림이란 주위보다 높이 솟아 있는 지형인 산(山)과 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진 곳인 숲(林)을 합쳐서 산림(山林)이라고 한다.
법적으로는 집단적으로 자라고 있는 입목, 대나무와 그 토지 등이라고 산림자원법 제2조에 정의돼 있다. 「산림문화ᐧ휴양에 관한 법률」 에 따르면 ”숲이 가진 다양한 자연환경 요소들을 활용해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신체와 정신 건강을 회복시키는 활동으로, 향기, 경관 등 자연의 다양한 요소를 활용하여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건강을 증진시키는 활동“을 산림치유라 정의하고 있다. 자연경관, 피톤치드, 음이온, 소리, 햇빛, 소리, 습도 등의 치유 자원이 되어 건강 유지를 돕고 면역력을 증진시킨다.
일본의 임야청에서는 산림치유를 의료 및 복지 분야에서 삼림 공간을 이용해 건강을 유지 및 관리하는 활동이라 정의하고 있으며, 자연치유(Natural therapy), 외딴 캠프 생활을 통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치유하는 황무지 치유(Wilderness therapy). 치유적 레크리에이션(Therapeutic recreation), 숲 레크리에이션(Forest recreation), 어떤 지역의 기후, 지질, 지형, 경관 등 인간의 생활환경으로서의 자연적이며 지리적인 상태의 총칭인 클리마 치유(Klima therapy)가 산림치유의 일종이다.
산림치유는 행정적 정의와 학문적 정의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산림치유의 행정적 정의는 숲이 지닌 다양한 물리적 환경 요소를 활용하여 인간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자연요법의 한 형태를 일컫는다. 이를 위해 과학적이고 의학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구성하며, 숲의 다양한 환경적 특성을 활용하여 심신의 건강을 회복하는 데 주력한다.
숲에서 느껴지는 경관, 유기 화합물이자 피토케미컬인 테르펜(terpene), 음이온 등의 자연적인 자극을 활용하여 인체의 면역력을 강화하고 생리적 및 심리적 효과를 실증적으로 입증하는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산림치유의 학문적 정의는 산림이 지닌 다양한 보건 의학적 치유 요소를 활용하여 심신을 치유하거나 향상시키는 모든 활동으로 정의할 수 있다.
산림치유와 관련된 심리이론으로는 ‘산림 자극(Forest stimuli) 이론’이 있다. 이는 심리적 복리를 향상시키는 데 있어 산림을 비롯한 자연이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가능하다. 산림이 우리에게 주는 산림 자극은 도시가 우리에게 주는 도시 자극과 본연적으로 다르다.
산림이 주는 자극은 높은 수준의 예측 가능성을 제공하며 상충되거나 모호하지 않으며, 이런 산림의 자극에 반하여 도시의 자극은 위협적이거나 스트레스를 주는 자극이 대부분이다. 진화심리이론(PET, Phycho-evolutionary Theory)의 관점에서 꽃과 나무와 있는 사무실이 그렇지 않은 곳보다 근무 직원의 병가 신청이 20% 적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이미 치유산업을 경영학으로 접근하려는 시도가 있다. 치유산업경영학과 석박사 과정이 만들어지는 등 치유를 산업화하여 부가가치를 높이는 노력이 농업계뿐만 아니라 학계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새로운 산림복지서비스 수요 등에 부응하기 위해 「산림복지 진흥에 관한 법률」 제5조(산림복지진흥계획)에 따라 제2차 산림복지진흥계획('23~'27)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다. 유소년 산림교육 활성화, 도시숲 활용 극대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서비스 확대, 레포츠형 산림휴양서비스 확대, 수요자 중심 산림치유 확대 등 산림서비스에 대한 수요 증가에 맞춰 프로그램이 댜양해지고 있다.
산림치유는 약물치료 없이 건강을 증진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활동으로, 숲이 그 핵심 역할을 한다. 숲을 잘 보전하고 적절한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적 인식을 높이면, 우리는 건강을 더 나은 방향으로 증진시킬 수 있다. 산림은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며 그 가치가 크다. 특히 임산물 생산, 재해 방지, 이산화탄소 흡수, 대기 정화, 생물 서식지 제공, 생물종 다양성 보존 등 다양한 면에서 지속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이러한 기능뿐만 아니라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산림은 휴양과 치유에도 이용되어, 우리의 정신적 휴식과 안정에도 기여한다.
프랑스 작가 샤토 브리앙(R. Chateaubriand)은 문명 앞에는 숲이 있고 문명 뒤에는 사막이 남는다고 말했으며, 오스트리아의 임업 교육자인 조셉 웨셀리(J. Wessely)는 문화 없이는 숲이 없고, 숲 없이는 문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인간과 숲과 같은 자연 간의 조화로운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자연을 보존하고 지키는 것은 우리의 건강과 행복에 직결되며, 자연과 균형을 맞추려는 지속적인 대화(對話)는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