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창덕의 숲의 시선 Jan 19. 2024

<사회혁신 포커스 리뷰>사회적 농업과 보이지 않는 가슴

 <사회혁신 포커스 리뷰> 뉴스레터, 2024.1.19 

아래 글은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사회공헌센터가 발간하는 사회공헌정보센터(crckorea.kr)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s://crckorea.kr/?menuno=177

https://crckorea.kr/?menuno=177


사회적 농업이란?




사회적 농업은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활용하여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을 사회에 통합시키는 농업 실천을 의미하며, 농업의 경제적 측면과 아울러 농촌 지역에서 돌봄, 고용, 교육, 치유 등의 서비스를 통해 지역 사회의 통합을 촉진하고, 취약계층에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사회적 농업은 농업의 역할을 넘어서 사회적 가치 창출과 지속가능한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가치 있는 농업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사회적 농업의 정의와 관련하여 유럽의 사회적 농업 지원 정책(Supporting Policies for Social Farming in Europe) 보고서는 장애인, 약물 중독자 등 노동 통합이 어려운 사람들을 돕거나 불리한 여건에 있는 사람들의 재활, 교육, 돌봄을 촉진하는 것은 물론 특정 집단에 농촌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 했다.









사회적 농업의 상위 개념으로 사회적 경제라는 용어가 있다. 이것은 시장과 공공 부문 사이에서 양자를 통해 충족되지 못한 필요를 해결하기 위해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제 활동으로, 우리나라는 2006년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제정되면서 정책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사회적 경제의 주요 운영 원리는 사회적 가치 지향과 민주적 의사결정이다. 이러한 사회적 경제 형태로 사회적 기업(사회적기업 육성법), 협동조합(협동조합기본법), 마을기업(마을기업 육성사업 지침), 자활기업(국민기초생활보장법), 소셜벤처(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 조치법), 사회적 농장(농어업인의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 지역 개발 촉진에 관한 특별법) 등이 있으며, 사회적 경제 부문은 공공과 민간 양쪽에 속하지 않는 주로 제3섹터와 연관되어 있다. 


사회적 농업이든, 사회적 경제, 사회서비스든 ‘사회적(the social)’이라는 표현이 들어있다. 먼저 ‘사회적’이란 단어의 개념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시행 중인 「사회적기업 육성법」과 발의 중인 「사회적 경제 기본법안」을 보면, 사회적이라는 말의 뜻을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다. 취약 계층에게 사회서비스나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지역사회에 기여하여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등의 사회적 목적 추구, 사회 구성원 간의 연대와 협력을 바탕으로 독립적이고 자율적이며 민주적인 조직 운영, 그리고 양극화 해소, 지역 경제 선순환, 양질의 일자리 창출, 사회서비스 제공 등을 통한 사회통합과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가 ‘사회적(the social)’의 의미로 법에 명시되어 있다.


사회적 농업은 이탈리아의 사회적협동조합 중심으로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돌봄(치유) 농업’,’녹색 돌봄’ 등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해외 언론에서 ‘Social Farming(also called Care Farming)’이라고 표기하는 것을 보면 사회적 농업과 돌봄 농업을 같은 의미로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참고로 돌봄을 주로 하는 외국의 사례는 아일랜드의 재활 치료 농장(therapeutic farms), 이탈리아의 사회적 협동조합 A 유형 등이 있으며, 고용을 목적으로 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프랑스의 사회통합 농원, 이탈리아의 사회적 협동조합 B 유형 등이 있다.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사례는 프랑스의 교육농장과 독일의 학교농장 등이 있다. 일본에는 농업과 복지 서비스를 통합하여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지방사회에서의 노인들에게 돌봄 서비스와 산책, 레크리에이션 등의 활동을 제공하는 ‘농복(農福)연계 제도’라는 게 있다. 농림수산성과 후생노동성의 상호 협력으로 운영되는 장애인 참여형 농업·복지 연계 서비스다.   

사회적 농업의 다양한 이점들 

사회적 농업은 농업·농촌 자원을 활용하여 취약 계층에게 일자리 창출, 훈련, 교육, 그리고 돌봄과 연계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장애인, 빈곤 계층 등을 대상으로 고용 기회 및 교육의 기회 등을 제공하기도 한다. 사회적 농업을 실천하는 곳을 사회적 농장이라고 한다. 사회적 농장은 지적·신체적 장애인, 장기 실업자, 이주민 등 불리한 여건에 있는 사람들을 농업 활동에 고용하거나 직업 연수생으로 받아들이고 임금을 지급한다. 이를 위해 특별 계약을 맺거나 국가 보조금을 받거나 세제 혜택을 활용한다. 또한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적 농장도 있는데, 아동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농장 일상, 건강한 먹거리, 자연 등을 주제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사회적 농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먼저, 전통적인 생산 중심의 농업에서 벗어나 농업과 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새로운 모델을 찾기 위해서다. 이는 농업의 생산 기능뿐만 아니라 농촌 자원을 활용한 농촌관광 등 다양한 방면으로의 확산을 가능케 한다. 최근에는 국민의 건강 회복 및 유지·증진을 위해 농업·농촌 자원을 활용하는 치유농업이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산림치유, 정원치유, 해양치유 등 현대인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정신적·사회적인 안정과 신체적인 건강의 조화를 이루는 웰니스(치유관광) 사업도 사회적 농업의 일환이다. 농업 활동을 통해 돌봄, 교육, 고용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농촌 지역에서 부족한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고 관련 일자리를 창출하여 농업·농촌을 지속 가능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외부에서 바라보는 사회적 농업은 단순히 작물을 생산하는 것 이상의 기능을 가지며,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인 다양한 측면에서 이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정작 농촌 거주민이나 농업에 종사하는 농업인 입장에서는 밖에서 보는 것과 상황인식이 많이 다른 것 같다. 화려하게 포장된 사회적 농업이라는 전경(前景)과 농촌 거주민과 농업인이라는 배경(背景)을 제대로 지각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것이 전경인데, 사회적 농업을 논하기 전에 농업·농촌은 과연 사회적 농업을 확산할 여건이 성숙돼 있는지 먼저 인식해야 하고, 확산의 주체인 농업과 농촌은 사회적 농업의 서비스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상황인가를 새겨봐야 한다.   

농촌 돌봄 서비스 활성화의 필요성과 정책적 노력 

현재 농촌은 고령화가 진전되고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농촌과 농촌 주민들은 돌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농촌 주민들의 돌봄 문제는 ‘식품 사막(Food Desert)’ 개념과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1마일(1.6km) 내에 식료품점이 없는 지역을 ‘식품 사막(Care Desert)’이라 한다. 마찬가지로 농촌은 돌봄을 받을 곳이 부재하는 등 돌봄 사막 현상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고령화는 누구나 돌봄 제공자이자 돌봄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상황으로 우리를 내몰고 있다.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케어(老老 care)가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사업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돌봄’은 사회적 역량뿐만 아니라 복지와 번영을 위한 핵심적인 활동으로, 삶의 모든 측면을 아우르는 사회적 참여다. 농촌은 사회서비스 인프라가 부족하다. 사회복지 사업에서는 대상자에 대한 보살핌 중에 지역사회 통합 돌봄(community care)이 있다. 대상자가 자택에서 거주하면서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지역주도형 사회서비스 정책이다. 누구나 거주하던 곳에서 돌봄을 받고 싶어 한다. ‘지역사회 계속 거주(Aging in Place)’라고 하여 정주(定住) 욕구는 늙을수록 강해진다. 농촌 지역에서는 지역 사랑과 특정 지역과의 강한 유대감이 노인들에게 큰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특히 지역사회 계속 거주가 요구된다. 노인들이 꾸준한 지역사회 연결을 통해 사회적 고립을 방지하고, 자신의 가치관과 선호도에 따라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향으로 정책이 시행되도록 사회적 지지(social support)를 보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2024년 8월 17일 시행되는 「농촌 지역 공동체 기반 경제·사회 서비스 활성화에 관한 법률(약칭 : 농촌 경제·사회서비스법)」은 사회적 농업을 통해 취약계층에 돌봄, 치유, 교육, 고용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법에서는 사회적 농업을 “농업을 통해 취약계층 등에 돌봄, 치유, 교육 및 고용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으로, 농촌 경제·사회 서비스는 “농촌 주민의 일자리·소득, 고용·주거·교통·교육·보건의료·복지 등의 서비스”로 정의했다. 이처럼 법률적으로 사회적 농업을 뒷받침하는 것은 유럽처럼 사회 환경 변화로 인한 돌봄의 욕구를 정책적으로 대응하는 시도이며, 농촌 돌봄 서비스의 활성화를 통해 인구 고령화와 가족 구조 변화에 대응하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기존에 시행되던 ‘사회적 농업 활성화 사업’이 ‘농촌 돌봄 서비스 활성화 지원사업’으로 명칭이 변경된다. 사회적 농업을 실천하는 법인 또는 단체인 사회적 농장은 ‘농촌 돌봄농장’으로, 농촌 경제·사회 서비스 제공을 위해 농촌 주민 등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단체로 지역 공동체인 지역서비스공동체는 ‘농촌주민 생활돌봄 공동체’로 변경되는 등 사회적 농업이 돌봄(Care)에 방점(傍點)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보이지 않는 가슴’의 경제


어느덧 돌봄이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었다. 합계출산율이 낮아지고 젊은이 한 명이 노인 여러 명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회적인 돌봄(Care)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케어-파밍 사회(Care-Farming Society)가 도래하고 있다. 


애덤 스미스(A. Smith)는 그의 저서인 「국부론」에서 자유 시장 경제 체제에서 개인이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는 행위는 의도치 않게 공공의 이익을 높이게 되는데, 이 간극을 보이지 않는 손 (an invisible hand)이라 했다. 「국부론」보다 먼저 쓴 「도덕감정론」에서 이기적인 사람이라도 자신의 본성에 어떠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며, 타인의 행복에 관심을 가지고 상호 협력을 통해 보다 나은 사회를 이루어 나간다고 했다. 매사추세츠 애머스트대 낸시 폴브레 명예교수가 쓴 돌봄과 연대의 경제학, 「보이지 않는 가슴(invisible heart)」, 돌봄은 사회적 역량이자 복지와 번영하는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보살피는 사회적 활동이라 말하는 「돌봄 선언(the care manifesto)」 이 두 책을 다시 읽으면서, 자본주의 특성상 자원 분배의 효율성에 중점을 두는 요즘,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재생산되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가슴, 즉 공감과 배려의 원리가 잘 작동해야 함을 깨닫는다. 경제적 어려움과 생태 위기가 가중되는 시점, 사회적인 것(the social)의 가치와 무게, 그리고 사회통합이라는 다원적 가치를 담은 농업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본다.



강사 : 임창덕

저자소개는 클릭 ->https://url.kr/7xbel4"

강연문의 : 010-8949-4937

이메일 : limcd2002@naver.com


강사소개


상담학박사, 숲생태심리학자, 스토리 마이너, 국가기술자격(수목치료기술자, 조경기능사, 이용사), 숲해설가, 숲사랑지도원, 식물보호산업기사(2차 진행중), 직업상담사(2차 진행중), 도시농업관리사, 공인중개사, 사회복지사(1급), 요양보호사(1급), 바리스타, 부동산공경매사, 청소년지도사, 심리상담사, 노인심리상담사, 한국어교원, 긍정심리학전문강사, 재무설계사(AFPK), 펀드투자상담사, 파생상품투자상담사, 여신심사역, 신용관리사(국가공인), 경영지도사(마케팅), TOEIC 885점, 평생교육사, 창업지도사(삼일회계법인),매일경제, 동아일보 등 200여 편 기고, 저서(SNS로 브랜드 가치를 높여라, 성공을 부르는 SNS 마케팅, 단 하나의 질문,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팬데믹 시대, 멈춰진 시간들의 의미)등


강의분야


경영학개론/조직심리학/심리학개론/마케팅원론/ 소비자행동론/귀농귀촌의 이해/농업법률/실전 농지 & 농가 구입 실패 사례/ 로컬푸드와 생명으로 돌아가기/숲치유/산림치유/ 농촌관광/MZ세대 슬기로운 직장생활/은퇴 후 자아 통합감 찾기/퍼스널 브랜딩/브랜드 정체성과 조직시민행동/협동조합 이해와 정체성/사회적 경제의 이해/청소년 진로탐색/앱을 활용한 스마트 워킹/SNS 홍보 마케팅/바로 써먹는 심리학/ 노인심리상담의 이해/부동산 재테크(실천)/부동산 공경매/ 농업세무/재무설계/공무원 및 일반인 은퇴설계/써드 에이지 노후 준비/재미있는 나무 이야기/숲해설 기법/화가 고흐 인문학/식탁위의 인문학/음식과건강/숲해설 방법 등


강사약력


농식품부 귀농귀촌전문강사, 농식품교육문화정보원 영농네비게이터, 의왕시 바르게살기협의회 부회장, 現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연구교수, 現 강원종합뉴스 논설위원,現 한국키르기스스탄 협력위원회 위원장



작가의 이전글 미셸 들라크루아 Michel Delacroix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