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월 말까지 쌀값 안정이라는 명분으로 쌀 생산 조정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 농업인과 감축 약정을 맺고 벼 재배 면적을 줄이는 게 당초 목표였으나 이달 말까지 연장한 상태다. 올해는 벼 재배 면적을 지난해보다 3만2000㏊ 줄인 70만㏊를 목표로 쌀 생산 조정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쌀값 안정 대책은 농업인의 소득 지지와 과잉 생산에 따른 재고량 관리에 따라 과다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는 것이 주된 시행 사유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이상 기후로 인한 가뭄 등 여파로 어느 때보다 식량 무기화 공포가 현실화되고 있다. 지금까지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자국 안보를 이유로 밀, 쌀과 같은 전략적 물자의 수출을 금지한 외국 사례를 수차례 목도해왔다. 이번 전쟁이 끝나더라도 정상적인 생산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되는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대부분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는 곡물 수입국 7위, 사료를 포함한 곡물 자급률이 19.3%(2020년 기준)에 불과한 우리나라가 쌀 생산을 감축하자고 운동을 하는 것은 지금 상황에서 위험할 수 있다. 차라리 넘치는 것이 부족한 것보다 낫다고 본다.
전쟁과 가뭄은 상당 기간, 주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쌀 소비 감소와 쌀 생산 과잉에 따른 쌀값 하락 고충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국민이나 국가 존립을 위협할 수 있는 쌀 생산 감축 운동은 당분간 유예돼야 한다.
유예 기간에 과잉 생산되는 쌀 가격 하락분은 정부에서 부담해야 한다. 사실 산지 쌀값 하락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는 지역농협, 특히 미곡종합처리장(RPC)을 보유한 농협이 받고 있다. 대부분 수매를 완료한 후에 판매하는 상황이라 금년처럼 쌀값이 하락했을 때 그 리스크는 고스란히 농협이 받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지역농협에 대한 지원 대책 또한 강구해야 한다.
한편 비료, 농약, 농자재 등 원자재값 상승과 농촌 현장의 인건비 상승 등 농업경영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외국인 농업 연수생의 원활한 입국 지원과 대국민 농촌 봉사활동 활성화, 쌀 소비 촉진 운동 전개, 쌀을 활용한 제품과 사료용 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 밥은 곧 백성의 하늘이다. 하늘이 무너지지 않도록 전향적인 농정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