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스터 노바디>에서 찾아낸 선택의 의미
미스터 노바디
이 제목을 갖고 영화는 시작한다. 먼 미래에 사람들이 수명에 대한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게 되었을 때, 세상에 유일하게 남은 자연사를 앞둔 한 노인의 모습으로 영화의 포문을 연다. 이 영화 주인공의 정확한 이름은 ‘니모 노바디’이다. 처음에 자신을 34살로 기억한다.
그리고 최면을 통해 기억을 되짚어보는 과정을 거친 뒤, 한 기자와 인터뷰를 하면서 예전의 추억들을 회상하며 전체적인 내용을 꾸민다. 처음에는 주인공의 이름이 특이한 정도로만 여겨진다. '노바디' 즉, 존재하지 않는 사람. 이 영화의 핵심 키워드라고 할 수 있는 ‘존재’라는 단어가 제목에서부터 깔려있다. 이어서 영화는 노인의 옛 이야기로 시작된다.
망각의 천사가 입술에 손을 대지 않아 미래의 모든 것을 기억하고 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태어나게 된 니모 노바디. 그가 어렸을 때에는 외길의 인생을 살아간다. 하지만 부모님이 이혼을 하게 되면서 선택의 갈림길에 놓이게 된다. 여기서 영화는 여러 갈래로 뻗어나간다. 그러면서 주인공은 선택이란 것을 하게 된다.
선택
선택이란 것은 꽤 무거운 말이다. 한 순간일지라도 선택이 불러일으키는 것은 항상 그 이상의 것을 가져온다. 선택들이 모여 행동을 하게 되고, 그 행동들이 모여 다시 그 사람의 개념이나 인격으로 여겨져 결국 말그대로 그 사람이 된다. SNS로 자기 자신에 대해 노출이 쉬운 지금은 그 선택에 대한 책임감이 더 커졌다. 영화는 하나의 선택에 따라 여러 갈래의 인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 후반부에서는 일정한 패턴의 옷을 입은 채로 잠에서 깨어 낡은 집을 향하는 메시지들을 따라가는 장면이 나온다. 조금 더 설명하자면 고개를 돌려 시야를 옮기는 곳마다 누군가가 주인공에게 보내는 메시지들이 나오고 또 그 메시지를 따라가면 다음 메시지가 나오는 식이다. 이 부분은 위에서 말한 선택이란 것에 의미를 부여하여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파울로 코엘료의 책 ‘연금술사’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 영화에서도 말한다. 모든 선택의 결과에 뜻이 있다는 것이다. 설령 긴 여행의 끝에 다시 출발지로 돌아오게 되더라도, 그것이 얻은 것 없이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 아니라, 그 여행을 하면서 생긴 추억이나 여행하며 만난 사람들, 교훈, 생각 등 많은 것이 남게 된다는 것이다.
어떤 선택에 의해 행동을 하게 되었을 때, 그 행동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힘들고 손해만 본 것 같다고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중에 돌이켜보면 그것 또한 옳은 선택이었고, 그 선택을 하지 않았으면 보지 못했거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그 선택을 하게 된 것에는 항상 뜻이 따른다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이러한 선택의 기준에 한 가지 길을 제시한다.
안나
9살 소년의 머릿속에서는 3명의 여자와 만난다. 그 여자들과 만나면서도 여러 갈래의 인생으로 나뉜다. 한 여자를 선택하더라도 그 안에서 또 다른 인생들이 있었다. 그 가운데에 '안나'라는 여자가 있었다. 그는 그녀와 사랑에 빠지지만 운명은 야속하게도 그 둘을 갈라놓고 만나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서로를 마음속에 품고 살아가게 된다. 다른 여자들에 비해 안나와의 사랑은 운명적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만나고 결혼을 하게 된다. 순간의 감정에 휘말려 사람을 만날 수 있고, 자신에게 안정적인 삶을 제공해주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다. 만나는 모든 여자와 결혼할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보면 결혼할 상대를 서로 선택하는 것이다. 선택지는 놓여있었지만 영화는 주인공이 누워서 마지막 순간이 되었을 때 안나의 이름을 부르게 했다.
그것이 이 영화가 제시한 선택의 기준이 되는 답이지 않을까 싶다. 어느 가치를 위에 두느냐에 따라 선택은 달라지겠지만 영화에서는 사랑이라는 것을 답으로 내세웠다. 시간적인 구성이 순차적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꽤 복잡하고, 다소 무겁고 지루할 수 있었던 영화가 아름답게 마지막을 장식하고 마음에 여운을 남기는 이유도, 이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존재
영화의 마지막에서는 의미심장한 대사가 있다. ‘당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한다. 이 영화를 총망라하는 말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과거로부터 수많은 선택을 해왔고 지금 우리는 존재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지금도 선택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다. 그에 따라 같은 시간에 다른 사람으로 존재할 수 있다.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노인의 미스터 노바디가 어떤 모습으로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9살의 니모 노바디는 어머니도 아버지도 선택하지 않고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하였다. 우리는 현재 9살의 니모 노바디이다. 앞으로 어떤 존재가 될지는 선택을 하면서 하나하나 결정을 하게 된다. 그리고 하나의 선택이 미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사소하더라도 책임감과 신중함을 갖고 선택이란 것을 해야 한다. 그리고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거기에는 뜻이 있는 법이다. 그리고 선택을 할 때 기준은 자신이 생각할 때 가장 높은 가치를 택해야 한다. 사랑과 같이 정신적 가치를 기준으로 둔다면 조금 더 낭만적인 인생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영화의 마지막에서는 죽음의 순간에서 시간이 거꾸로 가며 행복해하는 니모 노바디를 보여준다. 그가 안나를 다시 찾아가기 때문인지 인생의 깨달음을 얻어서 행복해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중요한 것은 시간을 다시 제대로 하였을 때 그는 웃으며 죽음을 맞이하러 가는 모습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미스터 노바디이다. 그가 웃으며 마지막을 장식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우리가 앞으로 할 선택에 달려있다.
[사진 출처 - 다음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