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영웅

영화 <스파이더맨 2(2004)>에서 찾은 영웅의 의미

by 나호정
당신의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


스파이더맨을 가장 잘 보여주는 수식어가 아닐까 싶다. 다른 히어로물과 다를 바 없이, 스파이더맨은 보통사람이라면 갖고 있지 않는 초능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가 '당신의 친절한 이웃'이라며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넷에서 유머로 떠도는 사진이 있다. 영웅들의 옷장이라는 제목으로 아이언맨과 배트맨의 고급스러워 보이는 옷장과 대조적으로 스파이더맨의 가난한 옷장이 있는 사진이다. 그에게는 사진에서 보듯이 으리으리한 저택이나, 비싼 물건들이 없다. 오히려 그는 집세를 내지 못해 매일 쫓겨날 위기에 처하거나, 힘들게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매우 서민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은 현재 우리의 모습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영화가 나왔을 때로부터 벌써 1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그것이 옛날이야기가 아닌 공감대로 작용되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20대의 많은 청년들이 시간을 쪼개 아르바이트를 하고, 한 푼 두 푼 나가는 돈을 아쉬워하는 현재의 모습도 영화에서 보여주는 바와 같다. 이것이 우리에게 친근하게 다가와 그를 당신의 친절한 이웃으로 부를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주인공 피터 파커에게는 다른 삶이 또 하나 있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그는 스파이더맨의 삶과 피터 파커의 삶 두 가지를 살고 있다. 그는 이 두 가지의 삶에서 고민한다. 영화에서는 결국 스파이더맨의 인생이 피터 파커의 인생까지 망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에 따라 그는 능력을 잃고 스파이더맨을 그만두는 것으로 평범한 삶을 찾으려 한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에게 만족스러운 피터 파커의 삶을 제공하지 못한다. 그에게는 미쳐 무시하지 못하는 책임감이라는 것이 있었다.


영화에서 그는 상상 속의 삼촌과의 대화에서 책임감을 버틸 수 없다고 말한다. 스파이더맨의 간판 주제라 할 수 있는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라는 말이 여기서 다시 등장한다. 책임감이란 무거운 말이다. 단지 그것은 나 자신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책임이라는 것은 반드시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함께 적용된다. 스파이더맨인 피터 파커는 뉴욕의 영웅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믿고 의지하고 있었다. 그 하나하나들이 그에게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느껴진 것이다.


이처럼 자신에게 기대하는 것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책임감 또한 무거워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피터 파커는 결국 그 책임감을 다시 짊어졌다. 그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것은 결코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이해와 사랑

그는 용기를 갖고 자신의 이모에게 삼촌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자신에게도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처음에 그의 이모는 충격을 받은 듯했지만 이내 곧 그를 이해하고 용서해주었다. 그리고 영화의 결말에서도 피터 파커는 자신의 정체를 MJ에게 들키지만, 그녀는 위험을 무릅쓰기로 하고 사랑을 택한다. 이 둘에게서 찾을 수 있는 단어는 이해와 사랑이다.


누구나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것을 혼자 짊어지는 것은 매우 힘들다. 천천히 우리 주변을 돌아보자. 평소에는 잘 인지하지 못했던, 응원해주는 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이해와 사랑으로 우리의 무거운 짐들을 덜어주고 있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단지 그들에게 감사하는 것만으로도 그 무거운 책임감을 가볍게 짊어질 수 있을 것이다.


지하철 전투씬에서 스파이더맨은 시민들을 구하고 쓰러진다. 그리고 그가 떨어지려고 할 때 반대로 시민들이 스파이더맨을 구한다. 그리고 시민들은 그의 정체를 알고는 아주 놀랍다는 듯이 말한다. '그는 보통 청년이에요(He's just a kid).' 그들이 놀라는 데는 큰 이유가 없다. 단지 영웅의 모습이 우리와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것에서 나온 것이었다. 반대로 말하면 우리들 중 누구라도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영웅

영화에서는 이런 대사가 있다. '영웅은 우리 마음에도 있단다. 우리에게 정직함과 힘을 주고, 고결하게 만들며, 죽을 때 부끄럼 없게 해 주는... 그래서 때로는 가장 원하는 걸 포기할 때도 있단다. 꿈까지도...'. 피터 파커의 이모가 하신 말씀이다. 이 문장이 바로 영화에서 책임감이라는 것을 설명해주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우리 마음속에 책임감이란 것을 가질 때 우리도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생은 험난하다. 무거운 책임감을 짊어지고 살아가다 보면 진정한 자기 자신을 잃기도 할 것이고, 때로는 그것이 내 인생을 망쳤다고 생각할 수 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우리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감사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무거운 짐을 쉽게 들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영웅이다. 스파이더맨처럼 초능력은 없지만, 힘든 세상을 하루하루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살아가는 것 또한 이 시대에 있어서 초능력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책임감을 갖고 살아가는 우리는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 출처 -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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