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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소 Jan 30. 2020

마음 비울 용기

보통날

 살다 보면 마음을 비워야 할 때가 참 많다. 뜻대로 되지 않는 걸 계속 쥐고 있어 봤자 나만 손해고, 내 마음만 아프니까. 


 지난가을, 독일 아마존에서 새로운 스릴러 소설을 찾던 중 괜찮은 책이 눈에 띄었다. 작가도 꽤나 유명하고, 평도 좋길래 킨들로 구매해서 읽었다. 역시, 기획서 쓰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는 책이었다. 정성껏 기획서를 작성해 출판사에 보냈는데, 한 출판사에서 출간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내가 기획한 책이 한국에 소개되다니! 나도 이제 책 보는 안목이 생긴 건가?! 정말로, 기분이 너무 좋았다. 


 출판사와 책 번역을 약속하고, 에이전시에 저작권 확인을 다시 하고, 출판사 측에서 독일 출판사에 오퍼를 넣고, 그랬다. 출판사 쪽에서 1월 말쯤엔 번역 작업에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나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기다렸다. 더 나은 작업 환경을 만들기 위해 의자도 사고, 컴퓨터도 사고, 글쓰기 프로그램도 깔고, 그러면서 기다렸다. 그 한 달 반, 두 달 가까이를 새로 기획할 원서도 찾지 않은 채, 검토 의뢰가 와도 시큰둥하게 반응하면서, 내가 기획한 책 번역하기만을 기다렸단 말이다. 


 그런데 결국 출판사는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저께 번역 일정 문의 메일을 보냈는데, 1월 말이 지나가고 있는데도, 아무 연락이 없다. 


 철저하게 을의 입장에 있는 프리랜서라지만, 이건 좀 너무 한다. 뭐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일정에 어떤 변경이 생겼는지, 그 정도 연락은 충분히 줄 수 있을 텐데... 뭐 어쨌든 그래서, 이건 프리랜서의 숙명이니까, 앞으로도 이런 일이 허다할 테니까,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다시 새로운 원서를 찾아 나설 생각이다. 검토 의뢰 오는 것도 일정 따지지 말고 무조건, 적극적으로, 다 할 거다. 그러다 연락이 오면 다행인 거고, 그 마저도 안 오면 진짜 쌩 이고. 


 손에서 놓는 연습, 마음을 비우는 연습을 자꾸 해야지 이 바닥에서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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