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날
"요새 왜 이렇게 밥맛이 없는지 모르겠어."
내 평생 이런 말을 입 밖으로 꺼내 본 적이 없었다. 나는 365일 다이어트 중인 사람이니까.
어쨌거나 그런 내가 요즘 밥맛이 없다. 20년 만에 덕질하느라... (H.O.T 이후로 처음이다.)
몇 달 전에 방탄소년단의, 요즘엔 BTS라고 하는 것 같긴 한데, 어쨌든 다이너마이트를 처음 들었는데 노래가 참 좋았다. 노래를 계속 들으면서도 방탄 노래인 줄 몰랐다. 솔직히 팝송인 줄 알았다. 아, 노래를 영어로 불렀구나. 얼핏 듣기로는 막 빌보드에서 상 받고 해외에서 인기가 엄청 많다던데 외국인 팬들 때문에 영어로 했나 보다. 이러면서 매우 잘 듣고 있었다. 그러다 유튜브에서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를 찾아보게 되었는데, 세상에나 방탄소년단이 이런 가수인 줄 정말 몰랐다. 뮤직비디오가 너무 매력 있어서 유튜브에 뜨는 방탄 관련 영상을 몇 개 더 보았는데 아주 어마어마한 친구들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건 춤과 노래가 아니라(그건 당연한 거고) 그들의 업적이다. 나는 정말 깜짝 놀랐다. 그들이 세운 기록과 찬사에 정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 뒤에 거대 기획사나 빽이 있나, 싶었다.
케이팝이 해외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건 알았지만, 거의 아시아 국가에만 국한되거나 일부 마니아층만 우리나라 가요를 듣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방탄소년단은 진짜 찐이었다. 한국인인 나는 방탄소년단 멤버 수도 모르고 얼굴도, 이름도, 노래도 아는 게 없는데 외국인들이 그들의 한국어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대체 왜 이렇게 난리지? 뭐가 다른 걸까?
일주일 동안 다양한 방탄 영상을 보았다. 이건 뭐, 개미지옥이었다. 줄줄이 사탕처럼 콘텐츠가 끝없이 이어져 나왔고 그런 영상 덕분에 방탄이 왜 많은 사랑을 받는지 조금은 짐작이 갔다. 무엇보다 아무것도 없이 시작해 열정과 노력만으로 최정상에 올라온 그들의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고 마음에 위안이 되었다. 나보다 한참 어린 친구들이 죽어라 노력하는 모습도 참 인상적이었다. 감히 말하자면 기특하고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들었다.
어느새 나는 방탄소년단에 푹 빠져 있었다. 작위적이지 않은 모습과 자기들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모습, 겸손한 모습, 멤버 간에 서로 잘 어우러지는 듯한 모습이 아이돌에게 굳게 닫힌 내 마음을 흔들었다. 그들의 노래에 하루의 피로가 사라지고 신이 난다. 나도 모르는 새에 방탄소년단은 나에게 힐링 그 자체가 되었다. 그래서 요즘엔 시간 가는 줄도, 배고픈 줄도 모르고 방탄의 노래를 듣고 영상을 본다. 생전 밥맛이 없어 본 적 없던 내가 배고픔을 잘 못 느끼고 있다. 내가 연예인에, 그것도 남자 아이돌 그룹에 빠지다니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이제 멤버들 얼굴도 알고 이름도 알게 됐으니 더 열심히 응원할 생각이다.
20년 만의 덕질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