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날
이케아에 다녀왔다.
내년에 새 집으로 이사를 가는데, 천편일률적인 집 구조, 나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집 구조를 어떻게든 실용적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굳은 의지를 갖고 방문했다.
일단은 공간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었다. 주로 집에서 작업을 하다 보니까 서재까지는 아니어도 자그마한 작업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딱 책상하고 의자만 들어가면 되는 공간. 집의 평면도를 펼쳐 이리 재보고 저리 재봐도 그 작은 공간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침대를 포기하고 안방에 옷장과 책상을 둘까, 생각했지만 어쩐지 아쉬웠다. 북카페 스타일 거실로 꾸미고 싶은데 티브이가 아예 없다고 하니 것도 좀 찜찜했다.
가만 보자... 내가 원하는 게 작업공간뿐만이 아니었다!
내가 원하는 건,
작업공간
침대는 있어야 함.
티브이도 있었야 할 듯. 그러나 거실엔 말고.
북카페 스타일로 거실에 커다란 가족 책상이 있었으면 좋겠음.
그리고...
답답해 보이지 않아야 함.
이렇게 였다.
헐. 머리가 아팠다.
난 포기하지 않아!
이사 갈 집은 거실이 넓은 편이다. 그래서 거실에 가벽을 세워 작업공간을 만들고, 안방에는 옷장과 티브이를 두고 중간에 소파베드를 놓자, 마음먹었다. 좀 답답해 보이긴 하겠지만...
자, 드디어 이케아. 오우 생각보다 신박한 아이템이 많았다. 가벽을 굳이 세우지 않아도 앞뒤로 뚫린 커다란 책장으로 작업공간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앞뒤 뚫린 책장 좋다! 양쪽에서 쓸 수도 있고, 중간중간 수납박스 넣으면 인테리어 효과도 있고!
게다가 인테리어 공사업체 안 불러도 되고! 오예! 돈 굳었어!
남편과 나는 쾌재를 불렀다. 그러나 곧 시련이 시작되었다. 거실과 사이즈를 맞추기가, 다른 가구와 높이를 맞추기가, 그에 어울리는 색깔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우리는 장장 6시간을 이케아에 머물며 이리 갔다 저리 갔다 맞는 가구를 찾고 또 찾았다. 허공에서 3D 테트리스를 하고 있었다. 점점 녹초가 되어가고 있었다.
가벽만 하나 세우면 될 것을...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테트리스는 계속됐다.
장고의 장고의 또 장고의 끝에 넓은 수납장 + 작은 수납장 + 앞뒤 뚫린 책장 + 미니 수납장(폭은 좁은데 높이는 긴 것)으로 결정했다. 문을 못 한 게 살짝 아쉽지만, 그 정도는 그냥 양보하기로 했다. 가구끼리 높이가 맞지 않는 부분엔 예쁜 조화를 쭉 진열하기로... 진심 머리가 지끈거렸다. 남편의 눈에 서린 노곤함을 난 보았다.
가벽만 하나 세우면 될 것을...
뭐, 뿌듯하긴 하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