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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로 Oct 29. 2015

《당신에게 몽골을》
::프롤로그

이름 없는 당신을 위하여


프롤로그


  책을 냈다고 어떤 안정이 자리 잡지는 않나 보다. 오늘도 여전히 새벽에 깨어나 불안한 나의 시절을 곱씹으며 ‘이게 맞는 걸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물밀 듯 밀려왔다. 하고 싶은 일을 내 마음껏 해본 적이 없어서 너무 불안하다. ‘이렇게나 자유로워도 되나.’ ‘이렇게 내 마음대로 살아도 될까.’ 게다가 이 여행을 통해서 아무것도 얻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크다. 엄마가 말했던 것처럼 결국은 아무것도 모르는 젊은이의 치기 어린 무모함으로 회자될까 염려된다. 후회하기 싫은데 결국은 후회하게 될까 겁난다.

  사진을 보고 꽂혔는지, 다른 누군가의 글을 보고 이끌렸는지 알 수 없지만 나는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몽골행 티켓부터 끊었다. 그저 밤하늘의 쏟아지는 별을 보고 싶었고 끝도 없는 대평야를 끝도 없이 달려보고 싶다는 생각 밖에는 없었다. 그냥 일단 무조건 가고 봐야 했었다.

  몽골 가기 전에 엄마 얼굴은 보고 가야 할 것 같아서 엄마 가게에 들렀다. 근데 오자마자 괜히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나는 도저히 네가 이해가 안 된다.」

  나는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대꾸했다.

   「나도 엄마 이해 안돼, 원래 다 이해 못해.」

  엄마랑 같이 일하는 애리 이모가 물었다.

   「그러면 언제 돌아오는 거야?」

   「저요? 돌아오는 티켓 예매 안 했어요. 뭐, 적(籍)을 둘 곳이 없는데, 좋으면 안 돌아오려고요.」

  내 대답을 들은 엄마가 나를 곧 째려보더니 이내 눈길을 돌렸다. 뭔가 내 심장 쪽에서 알싸한 기운이 휘몰아치고 지나갔다. 솔직히 말하면 진짜 사실이다. 엄마는 이미 다른 사람과 함께 하고 있고 아빠도 나랑 평생 함께 살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내가 내 가정을 꾸린 것도 아니다. 몽골이 살기 좋으면 그냥 거기 사는 거고 그 전부는 내 마음이다. 돌아오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크다. 그냥 다 각자 알아서 사는 거다. 안 그래도 남들처럼 취업해서 살지 않고, 불안정하게 자기 하고 싶은 거만 하고 있다고 미운털 깊게 박혀있는 터라 더 이상 엄마 눈 밖에 날 것도 없었다.

  떠나기 좋은 시절이다. 떠날 수밖에 없는 시절이다. 적(籍)을 둘 곳이 마땅찮다. 아, 이것은 나의 지독한 운명일까. 긴 여행이 될 것 같다. 조금 긴.




  


반가워요, 야생화라고 합니다.

귀한 시간 내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쓰는 글이 당신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브런치 작가가 되었으니 글을 꾸준히 올리려고 합니다. 

소통하고 지내요.


당신이 있어서 제가 있는 거 알죠?

존재해주세요, 부디


야생화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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