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로 Oct 29. 2015

《당신에게 몽골을》 ::첫 번째 기록::

이름 없는 당신을 위하여

첫 번째 기록 - 떠나기 전 날


  평소에는 몽골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으려 애썼다. 몽골로 떠나려는 것이 도피에서부터 인지, 기대에서부터 인지 구별하고 싶었다. 그래서 최대한 나의 일상에 몰입했고 훗날의 여행은 외면했다. 괜히 들뜨거나 설레면 지금 내 눈 앞의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몽골에 대한 모든 것을 미뤄뒀다. 떠나기 전날인 오늘도 그냥 오늘로 보냈다. 나는 그렇게 순수를 갈망(渴望)했고 여전히 갈망하고 있다.

  은율이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뒤돌았는데 알 수 없는 감정이 밀려와 나를 마구 흔들었다. 정말 기분이 이상했다. 떠나기 싫다.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은율이와 친하게 지내게 된 이후로 우리가 멀리 떨어져 지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나서 밥 먹고 신나게 이야기 나눴는데 이런 마음은 처음이다. 어쩌면 그에 대한 나의 마음이 생각보다 깊은 것은 아닐까? 붙어있을 때는 생각도 못해본 감정이다.

  웃으며 안녕했는데……. 나는 내 웃음 저편에 다른 무언가를 감춘 것은 아닐까? 너무 두렵다. 이 사람만큼은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데……. 괜히 서툰 내 모습들로 상처 주고 싶지 않다. 잃고 싶지 않다, 정말로.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왜 자꾸 나한테 여자 소개를 해달라고 보채는지, 지 친구와 잠깐 만났다 헤어진 지도 한참 됐는데 왜 계속해서 걔 이름을 거론하는지 이제야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어떤 마음에서부터였는지 느껴지기에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그럼에도 나는 여느 때와 다르게 진짜 마음을 꽁꽁 숨겨두곤 모른 체한다. 뭐가 됐든 난 떠나야만 한다.

  진짜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목욕탕을 찾았다. 뭔가 생각정리를 할 때 목욕탕만큼 명쾌해지는 곳도 없는 것 같다. 온몸에 힘이 빠지고 진짜 남아야 할 것만 남는 느낌이 들어서 뭔가 새로운 일을 하기 전에 꼭 들리게 된다.

  찬물 밖에서 안을 생각할 때는 발을 동동 구르며 오만 생각을 다 하게 된다. '너무 차갑지는 않을까', '너무 깊지는 않을까'. 그런데 막상 첫걸음을 떼어 안에 들어가 보면 생각보다 차갑지 않고 생각보다 깊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나는 떠나기도 전에 온갖 걱정을 만들어내고 그것이 다시 나를 겁준다. 결국은 찬물에 들어가든, 여행을 가든 그 모든 것은 나의 두려움 그 자체일 뿐이었단 점을 알게 될 텐데 말이다. 이제는 그냥 빨리 가는 게 나을 것 같다. 이렇게 가만히 앉아 오만 걱정할 바는 그냥 부딪히는 게 낫다. 뭐든 터져라! 내가 기꺼이 해결해주리!

  이번 여행의 중요 사항은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생존, 두 번째로는 새로운 경험, 세 번째로는 나의 재발견이다. 생존! 돌아오는 티켓도 없고 돌아오는 날짜도 정해지지 않았다. 치열하게 버텨내야지.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에게 몽골을》 ::프롤로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