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마음을 다해
내 친구 Y에게,
Y야, 안녕? 나 하니야. 네게 오랜만에 편지를 쓴다. 지난밤 전화기 너머로 느껴지는 너의 무거운 목소리가 마음에 걸려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됐어.
네가 하고 있는 고민이 너무나도 공감되어 내 이야기만 같았어. 넌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일을 구했고 네가 좋아하는 방송 쪽에 취직을 하게 되어 더욱 기뻐했지. 친구들과 함께 취직을 축하했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훌쩍 넘었네. 그런데 난 그때 친구들과 조금은 다른 선택을 내렸었어. 물론 나 또한 면접을 보러 갔지만, 막상 회사에 들어가려니 너무나 망설여지는 거야. 여태까지 말 잘 듣는 딸, 모범적인 학생으로 살아왔지 정작 내가 하고 싶은 일은 해보지 못했던 거야. 게다가 이번에 입사하게 되면 1년이든, 2년이든 경력으로 인정될 때까지는 나오기 힘들 거란 생각을 하니까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어. 부모님의 반대,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나의 고집을 부려 딱 1년 동안만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해보자고 마음먹었지. 그렇게 어렵게 얻은 자유였는데 정말 황당한 질문을 던지게 됐지.
"나, 뭐 좋아하더라?", "나, 뭐 잘하지?"
정말로 어이없게도 24년 동안 나랑 살았으면서 내가 뭘 잘하는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는 거야. 너무나도 한심하게 느껴지고, 시간이 흐를수록 불안해졌어. 다른 친구들은 입사해서 부모님께 용돈도 드리는데 나는 아르바이트나 전전하는 것이 너무 불안했어. 특히 어둠이 엄습한 새벽이면 자다가도 벌떡 깨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그냥, 취업할까?', '엄마 말처럼 취업하고 나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틈틈이 할까?' 등 무수한 고민들로 가득 찼어.
그러다가 그 불안을 넘고 나니 내 안에 나의 책을 만들고 싶다는 욕망, 세계여행을 하고 싶다는 욕망 등을 알아차리게 됐어. 생활비, 여행자금 등 모두 내가 부담해야 했기에 알바를 하고, 집에 와서 글을 쓰는 등 정신없는 하루들을 보냈어. 어느 날은 너무도 절망스럽고 나의 자유가 버거워서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울부짖으며 하늘을 원망한 적도 있어. 그렇게 하루, 이틀 불안했던 마음을 모른 체하고 그저 묵묵히 하루에 해야 할 것을 최선을 다해 끝내고 잠에 들었어. 작은 성취를 맛보며 나에 대한 믿음이 커졌고 그렇게 나는 확신을 가지게 됐어.
'그래, 느리게 가더라도 진짜인 일을 하자.'
Y야. 빨리 성공하고 싶은 마음, 돈을 많이 벌고 싶은 마음을 알지만 조급한 사람에게는 진짜가 보이지 않는 법 이래. 조금은 느리더라도 진짜인 일을 찾아서 하나씩 해나가자. 우리의 젊은 날,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 살아내자.
덧. 부끄럽지만 난 그 1년 동안에 책 2권을 엮었고, 몽골, 태국 등 꿈에만 그리던 여행을 다녀왔더랬지. 아직은 좋은 글을 써내지 못했고 좋은 인생을 살지 못했지만, 아무렴 어때? 내게는 오늘이 남은 인생의 첫 번째 날인걸!